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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사고와 문명붕괴

시론

1950년 11월 아흔 넷으로 생을 마감할 때 조차, 자신의 묘비명에 농담에 가까운 말을 남겼고,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가슴이 뜨끔할 만큼 의표를 찌르는 말들로 우리에게 익숙한 조지 버나드 쇼(G.B.Shaw)는, 1925년 노벨문학상을 영국에 안겨준 더블린 출신의 문학가요, 언론인이요, 극작가이다.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흑백텔레비전 방송이 1936년, 그가 80세일 때에야 시작되었으니, 이 분의 한창 나이시절, 신문은 바로 단일대표 미디어라 할 만큼 독점적인 대중매체였다. 그런 당시의 영국 신문을 향해 쇼가 남긴 말이 있다.
 
“신문은 자전거사고와 문명붕괴를 정확히 구별하지 못하는 듯하다. "

버나드 쇼의 어록다운 형태와 의미를 가지는 한마디라 할 수 있겠는데, 그 당시 사회와 권력(미디어를 권력이라 표현하자면)에 대한 비판이니 응당 표현수위가 높을 수 밖에 없겠다 짐작하더라도, 독점미디어인 신문에 대해 맘 단단히 먹고(?) 엄중한 당부를 전하는 영국 노신사의 ‘빳빳한 윗입술’을 보고 있는 듯하다.

‘자전거사고’는 동네 얘깃거리이니 신문에서 다룰 기사가 아니며, ‘문명붕괴’는 호외를 만들어서라도 다루어야할 너무도 진지한 내용이라는 단순한 지적을 그가 하고 있을 리는 만무하고, 그렇다고 어머니 눈앞에서 일어나는 아가의 자전거사고가 어쩌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일이란 걸 쇼가 모를 리도 없다.

짐작컨대 그는 각각의 사안에 대한 미디어의 진지함을 촉구하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쇼는 “…정확히 구별하지 못하는 듯하다” 라는 표현으로 “…정의롭게 구별해야 마땅하다”를 완곡하지만 더 강력하게 대신했다고 여겨진다.

본인도 언론인이면서 이런 말을 주저없이 했다는 것은 미디어가 자칫하면 저러한 미필적 내지 의도적 과실상황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고, 이를 큰 목소리와 빳빳한 자세로 조심하라고 경고했던 것이다.

우리 치과계는 어쩌면 산업혁명과 근대화보다 더 중요한 격동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치협과 서울지부에서 결의한 직선제는 일정부분 미디어에 성공의 여부를 위임한 것과 같다. 치과계의 미래가 어둡다고 하는 이가 많지만, 지금 먹구름이 새카맣다면 세찬 비가 내리고 갠 뒤의 맑은 아침 하늘도 있을 것이다. 무릇 미디어는, 하늘을 뒤덮은 어둡고도 애매모호한 구름같은 생각과 말들을 의롭고 지혜롭게 정리하고 걸러내어, 맑은 빗방울로 응결시켜 우리 자신을 씻어내는 임무를 부여받았는 지도 모른다. 진지함과 용기가 필요한 정말로 어렵고 어려운 미션이다. 어려운 일이니까 펜이 검보다 존경받고 권력도 주어지는 것이리라.

대부분의 우리 치과계언론은, 일반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대중미디어와 달리, 전문가집단의 미디어라는 특수하고 제한된 여건에도 불구하고 그 어려운 미션을 놀라우리만큼 성실히 수행해 주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라고 하겠다.

버나드 쇼는 거칠고 날 선 단어 하나 없이 부정과 오류를 충분히 표현한다. 우리 치과계가 크고 작은 사건들 속을 헤쳐 나가는 동안, 같은 사실의 전달이라도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표현을 지양하고 사회와 환자의 존경을 잃지않는 전문가집단 다운 진지하고 씩씩한 역할을 거뜬히 해 줄 우리 치과계언론일 것이라 믿으며, 어려운 여건에도 늘 최선을 다하시는 기자, 편집자, 주필 분들께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용호 서울 중구회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