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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 법칙

시론

필자는 1993년도에 개원한 이후 2003년도에 바로 옆 공터 주차장건물에 빌딩이 들어 서면서 새로운 마음으로 이전을 하게 되었다. 좀더 넓고 쾌적한 분위기속에 인테리어도 그 당시에는 나름 신경써서 하고 당시로서는 흔하지 않았던 디지털 X-ray시스템을 구비하였다.

환자들의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해 체어에 달려있는 모니터에는 TV시청이 가능하도록 하였는데 환자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 행여 TV가 안 나오면 빨리 켜 달라고 하는 환자분들이 대부분이었다.

헌데 요즘은 환자들이 TV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하나같이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고 문자 보내느라 무료할 틈이 없다.

과거 복싱 세계타이틀매치나 인기드라마를 보려고 TV가 있는 집에서, 바로 그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기다려서 시청해야 했던게 불과 40~50년전 일이다.

기술문명의 발달과 디지털의 발달로 인하여 한계비용은 점점 줄어 들게 되면서 과거에는 큰 회사나 구비해야할 정도의 기능의 컴퓨터가 현재에는 모든 사람들의 손바닥 하나에 이 세상과 소통하게 할수 있는 스마트폰이라는 괴물이 탄생했다. 이로인해 개인들의 다양성이 증대되었고 쌍방향 인터넷의 영향으로 Mega-trend시대에서 Micro-trend시대로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거대기업에서 개인으로 권력이 이동되고 있는 중이다.

90년대 초만 하더라도 엄청난 고가의 휴대폰이 이제는 모든 사람들의 필수품이 되었다니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변화란 이렇게 소리없이 시나브로 오나보다. 생수를 대중적으로 사먹게 된것도 불과 10년이 안된 것 같다. 수십년전 귀했던 자동차도 이제는 각 가정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 되었다. 치과계도 임플란트라는 혁명적인 보철물이 수십년전 탄생한이래 과거에는 돈있는 부자들만의 전유물이었지만, 올 7월부터는 만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보험혜택을 받게될뿐더러 많은 일반 환자들도 이제는 임플란트라는 경이적인 현대문명의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물론 우리 치과의사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이렇게 지식과 기술이 축적됨에 따라 세계는 더욱 가치있는 방향으로 전진해 간다고 우리 모두는 믿는다. 아울러 이런 편리하고도 풍요로운 세상에 살게 됨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감사하게 된다. 적어도 엔트로피 법칙을 알게 되기전 까지는….

엔트로피 법칙은 열역학제2법칙으로써 제1법칙은 우주안의 모든 물질과 에너지는 불변하며 따라서 창조될수 없다고 가르친다.
단지 그 형태만 바뀔 뿐이다.

제2법칙(엔트로피 법칙)은 물질과 에너지는 한 방향으로만 변한다고 규정한다. 즉 유용한 상태에서 무용한 상태로, 획득 가능한 상태에서 획득 불가능한 상태로, 질서 있는 상태에서 무질서한 상태로 변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지금까지 세계의 발전은 자연세계를 과학기술에 의해 더 질서 있는 물리적 환경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엔트로피 법칙은 현대의 이런 세계관을 송두리째 바꿔야 할만큼 파괴적이다. 요즘 국가적으로도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미세먼지 또한 엔트로피 증가의 결과물이라고 볼수 있다. 예를 들어 소모된 휘발류의 재생불가능한 형태의 에너지가 공해에 해당되는 것이다. 풍요로움속에 동반되는 휴대폰의 경이적인 보급률, 누구나 보유하게된 자동차 등이 많은 사람들에게 편리성과 시간의 절약을 가져다 줬지만 상대적으로 엄청난 엔트로피의 증가를 초래하였다.

매번 담배에 불을 붙일때마다 지구상의 유용한 에너지의 양은 줄어든다.
사람들은 적절한 기술만 개발하면 우리가 소모해 버리는 것을 재 사용할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유명한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앞으로 지구의 경제적 생존에 있어서 좀더 효과적인 재생이 필수적이기는 하지만 오늘날 금속의 재생률이 30%정도이고 재생을 위해서는 재생대상을 수거하고, 수송하고, 가공하는데 별도의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결국전체의 엔트로피 총량이 늘어나게 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지구상의 물질적인 엔트로피는 끊임없이 증가하며 언젠가는 극대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폐쇄계인 지구로서는 피할수 없는 숙명이다.

“끊임 없는 성장”, “영원한 물질적 번영”이라는 전제에 입각한 기계론적 세계관에서 유한한 자본을 인지하고 보전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초를 둔 엔트로피 세계관으로 옮겨가야 하는 이유이다. 고엔트로피문화에서 저엔트로피 문화로 변화한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국가나 사회적 법규,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개개인 모두의 노력이 없이는 저엔트로피로 가는 길은 요원하다.

제러미 리프킨은 일단 생활양식을 검소화 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지나친 물질적 부는 소중한 자원을 낭비하는 행위로 인식될것이고 이렇게 되면 “적은 것이 더 많은 것이다”라는 주장은 슬로건이 아닌 최고의 질서가 될 것이다 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치과의사들도 덴처 클라스프의 유지에서 “Minor retention is best retention”이라는 얘기를 국소의치 시간에 배웠을 것이다. 이 역시 클라스프를 강하게 조여, 강하게 전달된 에너지만큼 치아의 수명도 감소한다고 생각하면, 이 또한 엔트로피의 증가를 가져온다고 볼수있겠다. 아울러 우리 치과의사들도 구강조직이 폐쇄계라는걸 인식하고 엔트로피 증가를 줄일수 있는 보전적인 치료에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엔트로피 증가에 의해, 언젠가는 고갈될 에너지문제와 당면한 환경문제를 우리 후세의 문제로만 치부하지 말고 부끄럽지 않은 조상이 되기 위해 태양에너지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연구 개발도 중요하지만 개개인들의 생활양식의 변화가 더 절실함을 느낀다. 또한 이 세계는 한쪽에만 치우쳐서는 안된다는 세상의 이치를 다시금 느꼈다. 무한하다는 생각의 한편 너머, 저 그늘에 있는 유한하다는 현실을 같이 인지할 수 있는 균형감각을 통해 이 세계는 유와 무의 관계로 이루어 져 있다는걸 다시금 깨닫게 됐다.

이세상에 확실한건 단 한가지 밖에 없다.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는 것. 이 쉬운 이치를 많은 사람들은 모르는 걸까? 아님 알고 싶지 않은걸까?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하상윤 하상윤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