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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지기 친구들 든든한 노후연금”

'동네치과 원장끼리 식사합시다' <11>연세치대 24기 여자졸업생 모임 ‘서른향’

아무런 목적·부담없이 한달에 한번 미팅

만나면 서로의 삶에 힘 되어주고 의지돼


치과의사로, 엄마로, 아내로 같은 길을 함께 공감하고 의지하며 동행할 수 있는 '평생지기 친구’가 있다는 건 생각만으로도 참 든든한 일이다.

게다가 그런 친구가 하나가 아닌 여덟이나 된다면. 연세치대 24기 여자졸업생들로 구성된 모임 ‘서른의 향기’가 바로 그런 친구들이다.

모임 멤버 중 한 명인 이윤정 원장은 “동기들이 85명이었는데 이중 여학생이 30명이었어요. 그중 8명이 본과 3, 4학년 때부터 서로 생일을 챙기며 우정을 쌓아 오다가 지난 2001년부터 한 달에 한번으로 모임을 정례화해 15년째 이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당시 멤버들이 모두 30대였기에 모임 이름도 ‘서른향’이 됐다.

이윤정 원장을 비롯해 곽주실, 임성미, 임소연, 장지영, 전혜영 원장은 졸업 후 페이닥터와 개원의를 선택했고 방은경 교수는 현재 이대목동병원 치주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곽주실 원장은 멀리 포항에 개원해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마음만은 늘 함께인 친구다. 멀리 미국에 가 있는 안성희 씨도 늘 그리운 친구다.

미국과 포항에 있는 두 친구를 제외한 여섯 친구가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저녁 정기 모임을 가졌다. 사실 서른향의 오프라인 모임은 한 달에 한 번이지만 거의 매일 매시간 온라인을 통해 치과 진료에 대한 얘기부터 살아가는 얘기들을 나누고 있다.

다만, 한 달에 한번 모임은 아무런 목적이나 부담없이 만나 얼굴을 보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신변잡기를 소재로 ‘소통’하는 자리다.  

방은경 교수는 “학술, 분회 모임 등 많은 다양한 모임들이 있지만 수십 년간 한 달에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달 만나온 유일한 모임”이라며 “그만큼 소중하고 기다려지는 모임이다. 지금껏 살면서 제일 잘 한일이다. 이런 모임이 있다는 것을 다들 부러워한다”고 했다.

아무런 목적 없이도 기다려지고 만날 수 있는 모임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삶에 큰 힘이 된다. 

이들 모임의 대화 주제는 무궁무진하다. 결혼 전에는 남자 얘기, 연애 얘기가 주된 화두였다면, 결혼 후 모두가 워킹맘이 되면서는 아이를 돌봐주는 아이돌보미 아주머니들에 대한 고민, 육아얘기가 단골 메뉴가 됐다. 특히 모두 같은 직업에 종사하다 보니 치과진료실에서 생기는 여러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고 상의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런 일상이 됐다.

사십 중반에 접어든 지금은 골프, 여행, 취미생활, 아이들 사춘기 얘기를 주로 나눈다. 남편이나 시댁 얘기들은 이미 졸업한 지 오래다. 

임소연 원장은 “아이들 어렸을 적부터 가족 여행도 함께 다니고 하다 보니 남편들, 아이들끼리도 모두 친해졌다. 서로의 아이들에게 서른향 이모들로 통한다”면서 “내 딸에게 나중에 엄마 나이가 돼서 엄마처럼 서른향 이모들 같은 친구들이 있다면 성공한 것이라는 얘기를 종종 해준다”고 했다. 그만큼 모임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임성미 원장은 “서른 향은 나에게 노후연금”이라고 했다. 사실 매달 거르지 않고 친구들을 만나는 일은 꾸준히 연금을 부어야 하는 일만큼 끈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다른 일을 만사 제쳐 두고 시간을 낸 덕분에 수십 년 넘게 절친 모임을 유지할 수 있었다. 특히 "더 나이가 들어서도 함께 할 수 있는 서른향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은 노후연금 이상으로 든든하다”고 말했다.

서른 즈음 만나 이제 40대 중반을 넘기고 있는 이들에겐 50살이 되기 전 이름을 바꾸는 것이 목표다. “쉰 향기는 좀 그렇잖아요?”(전원 웃음)  

“사실 소통이란 것이 별거겠어요. 동창모임, 반모임, 분회모임도 정례화 하고 꾸준히 이어가다 보면 절친모임이 되는 것이고 그 안에서 사람 사는 얘기들이 모이고 모여 끈끈한 정으로 피어나는 것. 그것이 바로 모든 소통의 시작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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