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먼 길 돌아돌아 치전원에 그래도 치과의사 아닌가요

창간 50주년 특집 연중기획 : 세대공감 좌담회 (5)경북대 치의학전문대학원


경제력은 변수,
진료 보람은 상수 여전히 매력적인 직업
가족이나 친구에게 소개시켜 주고 싶은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


본지가 창간 반세기를 맞아 대한민국 치과계의 ‘미래’를 만나는 장도에 나섰다. 지금 배움의 길을 걷고 있는 학생들은 여러 선배 개원의들의 ‘과거’이자 동시에 ‘미래’라는 점에서 앞으로 우리가 함께 할 50년의 비전을 오롯이 짊어지고 있다. 이번 창간 50주년 기획 시리즈를 통해 예비 치과의사들의 고민과 갈등, 희망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해 치과의사 세대 간 간극을 좁히고 상생의 접점을 고민하기 위한 ‘디딤돌’을 제시할 예정이다<편집자 주>.


■세대공감 좌담회

‘고구마 현실, 사이다 토크’

각자의 꿈을 좇아 서로 다른 도시, 다른 모습으로 20대를 보낸 다섯 젊은이가 같은 꿈을 향해 같은 도시, 같은 모습으로 30대를 맞았다. 어떤 이는 간절히 원했지만 성적 탓에 먼 길을 돌아서, 어떤 이는 현실과의 타협점으로, 또 다른 어떤 이는 우연찮은 기회로 선택한 경북대 치의학전문대학원. 이제 그들의 목표는 10년, 20년 후에도 초심을 잃지 않고 단순 의술(醫術)을 넘어선 인술(仁術)을 펼치는 치과의사로 재탄생하는 것. 멋진 비상을 꿈꾸는 다섯 명의 예비 치과의사들을 만나 그들이 바라보는 치과계와 그들이 꿈꾸는 치과의사에 대해 들어봤다.

장서희: 수의학과 6년, 치전원 4년 경북대만 내리 10년을 다닌 최장수생. 반려동물 보다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 내겐 더 보람 있는 일인 것 같아. (이하 장)

이미애: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4년간 디자인 회사에 다녔지만. 뭔가가 부족해. 보람이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 그래서 선택한 치전원. 올해 말이면 엄마가 되는 열혈 예비 엄마. 아가야 멋진 엄마가 될게~(이하 이)

김정한: 처음부터 줄곧 치대가 목표였지. 그런데 수능성적이란 녀석이 나를 배반하지 뭐야.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지. 목표를 향해 달리고 달린 끝에 치전원 합격! 노력엔 배반이 없더군.(이하 김) 

이준수: 내가 원하는 건 단하나, 가족과의 안정적인 삶이야. 치전원이 그 꿈을 이뤄줄 거라고 믿어. 설령 처음부터 치과의사가 꿈이었던 건 아닐지라도 말이야. (이하 수)
|

김기민: 영어가 뭐 길래? 대학 졸업 후 영어 자격증을 따지 못해 취직원서도 못 냈어. 고민 끝에 지인 권유로 도전한 치전원. 떡하니 붙어 버렸지 뭐야. 이런 걸 새옹지마라고 하던가. (이하 민)



Q. 치과의사란 직업에 대한 단상은?

장: 경제적 측면만 본다면 치과의사가 하루아침에 일확천금을 벌 수 있는 직업은 더 이상 아닌 것 같다. 사회적 측면으로도 다른 전문직에 비해 그리 신망을 받지는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현재와 그리고 미래의 치과의사들이 좀 더 노력한다면 그래도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본다.

이: 선배들로부터 치과가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를 1학년 때부터 줄곧 들어왔다. 하지만 그 기준은 예전 돈을 잘 벌던 선배님들과 비교했을 때 이야기라고 본다. 돈을 아주 많이 버는 것만을 기대한다면 실망하겠지만 사실 경제적 목표 이외에 환자를 치료하는 보람,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사회에 기여하고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는 여전이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김: 경제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선배들마다 자기가 잘 되면 잘된다고 하고 안 되면 안 된다고 하니 상황에 따라 다른 것 같다. 하지만 환자를 치료하면서 느끼는 보람과 면허를 가지고 있는 전문직으로서 내 건강이 허락되는 한 보장되는 정년, 치열한 직장생활에 비하면 그래도 아직은 치과의사가 아닐까?

민: 치과의사가 아닌 주변 분들은 “그래도 아직은 치과의사다”라면서 격려하는 편이고 이미 치과의사의 삶을 살아가는 선배님들께는 너희가 나올 시기에는 “그래봤자 치과의사”라는 얘기 듣는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치과의사라는 생각을 가지고 준비된 치과의사가 되도록 노력하고 싶다.

Q. 나를 힘들게 하는 그것은?

장: 기존 수의학과 시절과 비교하면 커리큘럼이 임상적으로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아 만족하지만 어려운 점도 많다. 직접 케이스를 몇 개 이상 해야만 졸업 여건이 되는데 사실 환자를 구하는 일이 너무 힘들다. 제주 출신이라 대구 주변에 지인이 없어 더 그렇다. 처음 학교 입학 당시에는 경상도 특유(?)의 군기가 익숙하지 않아서 다소 힘든 점도 있었는데 수의학과까지 경북대만 내리 10년째 다니다 보니 지금은 많이 익숙해 졌다.(웃음)

이: 지금하고 있는 이론 공부와 실습들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느낀다. 하지만 케이스 숫자 등이 성적으로 직접 연결되다보니 경쟁을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하는 분위기라 심적,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 무엇보다 학비가 큰 부담이다. 남편도 경북대 의전원 생인데 둘 다 회사생활을 하다 치전원, 의전원에 다시 입학한 케이스라 부모님께 손을 벌리기 어려워 학자금 대출을 신청했다. 둘이 등록금만 일 년에 1600만원이다.

수: 학부 때는 다 같이 수업을 듣기는 해도 모두가 원하는 진로가 다르고 따로 활동하는 시간이 많아서 서로 간 경쟁을 잘 못 느꼈었다. 하지만 치전원은 60명 정원 모두가 같은 목표를 가지고 같은 종착역을 향해 경쟁을 해야 하다 보니 심적 부담이 크다.

Q. 젊은 세대 특히 치전원생에 대한 편견(?) 솔직한 생각은?

장: 어떤 동굴 벽화 글에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고 쓰여 있었다고 한다. 꼭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세대 차이는 과거부터 있어왔던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서로 대화나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서 생긴 오해가 아닐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 졌으면 한다.

이: 치대, 치전원생을 이분법적으로 나눠 얘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사실 치전원생이라서기 보다는 개인적인 성향이 튀는 한두 명을 놓고 전체적으로 묶어서 편견을 갖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교수님, 선배님들과 속 깊은 대화를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는 장이 많이 마련된다면 그런 편견이 사라지지 않을까.

김: 치대 출신들이 치전원 생을 바라보는 편견은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 보면 마치 학부에서 편입생을 보거나 정시생이 수시생 보는 느낌 같은 것 같다. 결국 이런 편견은 편입생이 와서 잘하면 좋은 평가를 받게 되고 이상하게 행동하면 ‘네가 편입생이니까 그렇지’ 라는 평을 듣게 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본다. 우리가 먼저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치전원생들에 대한 좋은 평가가 나오지 않을까. 일부 물을 흐리는 한두 명의 치전원생 때문에 생기는 편견들을 전체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

수: 치전원생들은 치대생들 보다 평균 나이가 6-7세나 많고 이미 학교생활, 사회생활을 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때문에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와서 아직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20대들과 비교하는 접근방식 자체가 잘못된 것 같다. 20대들에게 강요해서 받아들여지는 것들을 우리에게 똑같이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민: 처음 치전원이 생겼을 때 평균 나이가 굉장히 많았다고 들었다. 하지만 당시 1회 선배들이 너무 잘해서 아무런 문제없이 좋은 평가를 들었다고 한다. 올해 선발을 마지막으로 내년부터 다시 치대로 바뀌게 되는데 우리가 치대로 넘어가는 것을 잘 연결해주고 간다면 그런 편견들이 조금은 해소 되지 않을까 한다.

Q.10년 후 내가 꿈꾸는 치과의사는?

장: 나 혼자 만족에 그치는 치료가 아니라 환자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진료를 하는 치과의사가 돼 있으면 좋겠다. 40대 초반이면 아마 한 가정을 꾸렸을 텐데 병원을 개원해서 허둥지둥하는 삶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꽉 채우는 삶을 살고 싶다.

이: 내 자신이 부끄럽지 않게 진단하고 진료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의술 넘어 인술을 베풀 수 있는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 개원을 하게 되면 시간이 많이 없겠지만 지금보다는 좀 더 여유롭고, 가능하면 마당 있는 집에서 애들도 잘 키우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

김: 환자들이 나에게 진료를 받고 자기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정말 좋은 치과라고 소개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과 능력을 겸비한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  

수: 4학년 되면서 처음으로 환자들을 직접 진료하는 기회가 주어졌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에 환자분들이 치료를 받고 돌아가시고 나면 이후에도 치료는 잘 됐는지, 어디 아프시지는 않은지 진심으로 걱정스런 마음이 든다. 10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초심으로 환자들을 진심으로 위하고 생각하는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

민: 치과의사의 삶을 택한 이상 정말 좋은 치과의사 되고 싶다. 치과환자를 직접 보기 시작하니 예전에 다른 사람들이 했던 치료들이 어땠는지를 가장 먼저 보게 된다. 나중에 내가 치료했던 환자가 다른 치과에 갔을 때 ‘그 원장님 참 열심히 치료 했네’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인정받는 치과의사가 됐으면 좋겠다.
정리=강은정 기자/ 사진=안정미 기자


돌발 질문============================================

내 아이가 치과의사가 되겠다면?

“적극 지원, 응원하겠다”

장:  본인이 선택을 한다면 응원해 주고 싶다. 다만 그 전에 여행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닌 세상에 대한 견문이 넓은 치과의사가 되도록 해주고 싶다.

이:  사실 어른이 다 되고나서야 세상에 재미있는 직업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하고 싶은 일들도 많아졌다. 좀 더 일찍, 세상을 최대한 많이 보고 경험하게 한 후 그때도 역시 치과의사가 되기를 원한다면 응원해주고 싶다.

김:  사실 치과의사 아빠인 내 모습을 보면서 치과의사가 좋아 보이고 행복해 보인다면 아이가 치과의사가 되겠다는 선택을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선택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한다. 아이의 선택 이전에 내가 먼저 좋은 본을 보이는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 

수:  입시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주변상황에 맞춰서 진로를 선택했다. 내 아이가 진정으로 치과의사가 되기를 원하면 시키겠지만 그 이전에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도록 응원해 주고 싶다.

: 초등학생인 조카가 학교에서 장래희망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외삼촌처럼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 그 말을 듣고 얼마나 뿌듯하든지. 나중에 아들이나 딸이 치과의사가 되겠다고 한다면 적극 지원하겠다.  

Interview_ 김성교 경북대 치의학전문대학원장================

             

“선 인간사랑, 후 학업” 직업윤리 교육 앞장


매달 ‘치유인문학’ 강좌 등 인문학 육성 프로젝트 추진

“치과의사로서의 긴 여정을 맞이하기에 앞서 환자의 존재 가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동시에 치과의사로서의 직업 사명을 지켜나가는 태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죠.”

김성교 경북대 치의학전문대학원 원장은 예비 치과의사인 치대생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으로 ‘인간사랑’의 정신을 꼽았다. 이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사람을 대하기보다는 그 사람의 존재 가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인간사랑을 실천하고, 그 다음으로 학업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교육철학을 배경으로 한다.

김 원장은 이를 위해 인문학 교육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철학, 문학, 경영학, 법학 등의 인문학을 두루 공부하다보면 인간의 고뇌에 대해 깊은 성찰이 가능하고 이것들도 결국 인간사랑으로 귀결된다는 것.

김 원장은 “최근 정부로부터 인문학 육성 프로젝트를 받아 인문학 교수와 함께 치전원 학생들에게 인문학에 대한 기회를 많이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인간존중, 인간사랑에 대한 교육이 뒷받침돼야 직업윤리에 녹아낼 수 있다. 결국 직업적인 윤리란 치과의사와 환자를 별개로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내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환자가 함께 살아가는 귀중한 존재라는 인식이 바탕이 되면 윤리문제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경북대 치전원은 현재 치유인문학이란 강좌를 한 달에 한 번 개최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인문학교실을 개설하는 것도 협의 중에 있다.

경북대 치전원은 또 치대생들이 사회에 나와 연착륙할 수 있도록 ▲교수 멘토 제도 ▲개원가 현장을 경험하는 엑스턴십 제도 ▲환자 임상능력 강화를 위한 임상역량강화사업 등을 시행하고 있다.

김 원장은 준비된 치과의사의 삶을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것을 주문했다.

김 원장은 “10년 후, 20년 후, 30년 후, 은퇴 후 등 전체적으로 장기적인 삶의 계획을 세워 전문의 과정을 할지, 외국 유학을 선택할지, 석·박사 학위를 딸지, 봉사를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해 고민한다면 치과의사로서 삶도 더욱 내실 있고, 진실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 원장은 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입학하는 학생과 학사 또는 석사 학위를 받거나 직장을 다니다 치전원에 입학하는 학생에 대해 획일적인 기준으로 대하기보다 차이가 난다는 것을 인정하고 진실된 마음으로 교육하다보면 좋은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정미 기자 jeong@dailydenta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