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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하지만 따뜻한 칼을 쥔 ‘6명의 검객’

'동네치과 원장끼리 식사합시다' <13>구강외과 출신 소장파 6인


최근 보톡스 논쟁에 “우리에겐 전신질환 지식 있어”
팍팍한 구강외과 현실엔 “스펙트럼 넓은 매력 어필”

“에이, 너무 서두르지 않아도 돼요. 구강외과 사람들 칼은 예리해도 그런 건(시간약속) 무디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기자가 식사 장소에 10분 정도 늦겠다는 양해를 구하자 권민수 원장(MS치과의원)이 전화에 대고 이렇게 말했다. 다소 안심하고 찾은 논현동의 한 곱창집. 아뿔싸! 5명의 구강외과 검객들이 이미 정좌해 ‘맥주 일합’을 겨루고 있었다. 그들의 시간개념은 칼보다 더 예리해 보였다.

지난 6월 17일 구강외과 출신 소장파 치과의사 6명을 만났다. 개원의(권민수, 서백건 원장)를 비롯해 봉직의(오민석, 황종민, 정영언 원장), 전임의(박재봉 전임의)로 구성된 소장파 모임은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개원에 대한 이야기와 학술, 임상 등에 관한 정보를 나누면서 친목을 다진다고 소개했다.

구강외과 출신의 어려움에서부터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영역분쟁’을 거쳐 각종 정치담론까지, 이들의 이야기는 쓴 소주에서 출발해 시원한 맥주로 이어지다 맛있는 ‘소맥(소주+맥주)’처럼 섞이면서 기분 좋게 취흥을 돋웠다.

첫 안주는 ‘구강외과의 현실’이었다. 황종민 원장은 “요새 후배들이 구강외과 지원율이 너무 낮아 큰일”이라며 “양악의 전성기 시절에는 1~10등까지 전부 구강외과를 지원했는데, 지금은 손에 꼽을 정도”라며 혀를 찼다. 이에 박재봉 전임의는 “지금 4학년 40명 중에 단 1명 만이 뜻을 밝혔다”고 말을 보탰다.

이날 홍일점인 정영언 원장의 반추도 이어졌다. 정 원장은 “여자로서 사실 구강외과를 지원하는 데에는 용기가 따른다”며 “체력적으로 힘든 것도 있지만, 보수적인 풍토에서 여성 구강외과 출신으로 전공을 살리는 게 쉽진 않다. 가끔 임플란트 환자가 나더러 ‘원장님이 하신다고요?’라며 반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 우리는 전신을 다루는 의사!

다음으로 올라온 주제는 ‘안면부 보톡스’와 관련한 영역갈등 문제. 이번에는 서백건 원장이 열변이 울려 퍼졌다. 서 원장은 “안와골절, 코뼈골절, 귀 열상 등 facial trauma와 관련해 구강외과 의사들이 다루지 않는 응급상황이 없다”면서 “의과 쪽에서 교육과정의 차이를 언급하는데, 가령 구강암 수술 후 혀 재건술 관련한 커리큘럼은 족히 수백 배 우리가 많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 상기도 염증이 심할 때 누굴 부를까? 이비인후과, 구강외과 정도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의협의 논리를 반박했다.

권민수 원장 역시 “치아라는 게 틀니처럼 구강에서 분리되는 게 아니라 안면부 조직과 긴밀하게 연계를 맺고 있는데, 이 연계점에 대해 가장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전공이 구강외과다. ‘치과의사는 치아만’ 이라는 프레임에 가두기에는 우리의 진료 범위가 전신에 이르는데, 경제적인 문제만 부각돼서 매우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오민석 원장은 “스승 유재하 교수님이 편지처럼 쓰신 ‘구강외과의 10가지 계명’이라는 글에 큰 감명을 받아서 구강외과로 길을 정했는데, 그 첫 문장이 ‘전실질환을 다루는 의사’라는 요지였다. 우리는 이런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고, 정영언 원장도 “구강외과 출신이라 가장 보람된 일이 ‘조직(tissue)’에 대해서 안다는 것인데, 구강암에 대한 발생 기전부터 전신질환 문제까지 구강외과에서 배우는 영역이 대단히 넓다”고 보탰다.

# 후배들에게 하나의 길 되고파

턱얼굴수술연구회는 오는 9일 구강외과의 현실을 조명하고, 그 안에서 후배들에게 길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구강외과의 성공적인 개원전략’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연다. 

이 세미나를 기획한 황종민 원장은 “구강외과는 사실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전문과목이데, 성형외과의 양악수술 모델만 제시되는 단편적인 현실을 깨 보고자 기획했다”며 “구강외과 출신은 기본적으로 덴티스트이면서 외과수술에도 능한 존재라는 점을 좌중들에게 크게 어필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자리에 모인 6명의 구강외과 의사들 모두 자신의 선택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보였다. 박재봉 전임의는 “간단한 처치지만 나에게 의뢰가 들어오는 경우, 내가 이곳에서 노력한 것에 대해서 인정받는 느낌이다. 구강외과 분야에 족적을 남기고 싶다”고 힘줘 말했고, 서백건 원장은 “구강외과 치과를 개원한지 3개월 됐는데, 나만의 방식으로 성공을 증명해 후배들에게 하나의 길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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