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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치유하는 방법은 용서입니다

Relay Essay 제2134번째

지방 작은 동네에서 슬픈 哭聲이 들려왔습니다. 한 청년이 취업에 대한 고통 때문에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는데, 마침 퇴근하던 군청의 한 공무원과 부딪혀 둘 다 사망한 사건입니다. 그 공무원은 어린 아들과 출산을 앞둔 만삭의 아내가 있는 젊은 가장이었기에 더 슬프고 안타까웠습니다. 마른하늘에서 날벼락 맞을 확률이 높을까요? 투신하는 사람과 부딪혀 생명을 잃을 가능성이 더 많을까요? 세상은 투신자살한 그 대학생과 사망한 공무원과의 묘한 악연을 탓하며 이러쿵저러쿵 말들을 많이 했습니다. 허나 어찌보면 그 젊은이 또한 피해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와 미래에 대한 불안이 얼마나 컸으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요? 자살한 청년의 남은 가족들은 또 가족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남의 가정에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했다는 생각으로 얼마나 미안한 마음으로 살아갈까요. 그가 고의적으로 한 일은 아니지만 결과는 너무나 비극적입니다. 세상이 그렇게 만들었을까요, 아니면 어떤 악의 힘이 작용하여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그 공무원의 장례식장에서 투신한 대학생의 유가족들이 공무원의 유가족들에게 무릎 꿇어 사죄했고 공무원의 유가족들은 사죄를 하는 유가족들을 일으켜 세우며 용서했다고 합니다. 슬프고 안타깝지만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어렵고 실천하기 힘든 일을 두 집안이 이루어 냈습니다. 고통과 아픔을 치유하는 방법은 복수가 아니라 용서임을 느끼게 됩니다.

“퇴근길에 투신자살한 대학생과 충돌하는 불의의 사고로 숨진 공무원에 대해 ‘공무상 사망’이 인정됐습니다. 군청은 공무원연금공단의 심의 결과 공상이 인정돼 유족보상금 지급이 결정됐다는 통보서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곡성군은 후속 절차인 순직신청을 보훈처에 할 예정이고, 공무원의 부인을 계약직 직원으로 채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하는 등 다각적인 유가족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얼마 전 언론이 보도한 내용입니다. 결국 슬픔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것은 사람들의 의지와 실천입니다. 힘들 날 이었다고 기억되는 순간이 세월이 흐른 뒤 그래도 살만한 날이었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동트기 직전에 가장 어둡고 춥습니다. 어릴 적 자주 갔던 단골 이발소에는 이런 시가 걸려 있더군요. 무릎 꿇고 기도하는 소녀 모습과 함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푸시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추신: 슬프고 힘들 때 실컷 울고 나면 후련해지고 어느새 치유가 되고 있음을 느껴보셨는지요. 기쁨은 나누시고 슬프면 마음껏 울어버리십시오. 혼자 문 꼭 닫고.

이충규 성심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