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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미…리안이 제작자로?

Relay Essay 제2135번째

'여러분~! 초절정 미성 작렬 댄스 N 발라드 가수 리안의 새 노래가 나왔어요!”

“오오 축하드려요!”… “대박 기원합니다!”… “역시 언제나 멋지세요!!!”… “노래는 너무너무 좋아요! 그런데…”… “아 다 좋은데 가수가 쫌….”… “가수가…”… “가수가…”… “가수가…”…

아니 이 사람들이 진짜, 내 목소리가 어디가 어때서 자꾸 가수가 문제라는 거지? 음정 좋아, 박자 좋아, 감정 좋아, 게다가 내가 나름 싱어송라이터잖아? 가사 좋아, 멜로디 좋아, 반주 좋아, 게다가 내가 또 나름 괜찮게 생겼잖아? 눈도 두 개, 귀도 두 개, 이빨도 스물 몇 개, 아니 도대체 가수가 뭐가 문제라는 거냐고… 응? 응?

이것 참, 갈수록 삐딱해지는 마음을 달랠 길이 없네. 뭔가 본때를 보여줘야 되겠는데, 어떻게 하지? 보란 듯이 빌보드 챠트 1위에 올라서기만 하면 그놈의 가수 자질 논란 따위,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을 텐데 이게 당최 쉽지가 않네. 오또카지, 오또카지, 오또카지…

아, 맞다! 돌아갈 길이 없다면 정면돌파하는 거지! 그래, 그럼 내 노래를 다른 가수들에게 부르게 해보자. 그것도 노래를 아주 아주 잘 부르는 친구들에게. 그러면 모두들 똑똑히 알 수 있게 되겠지. 흥!

그렇게 시작한 새로운 프로젝트가 마침내 세상에 나왔습니다. 박세욱, 이채영의 달달한 발라드곡 ‘다시 만난 우리’. 심드렁한 마음으로 들어봅니다. 네, 가수가 문제였다는 여러분들의 말씀이 다 맞았습니다 흑흑. 이 친구들 진짜, 노래를 너무너무 맛있게 잘 합니다. 그러다보니 도무지 리안이 만든 노래같지가 않습니다. 너무 좋습니다.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따끔한 일침이 똥꼬 깊숙이 파고듭니다. 부끄럽고 또 감사합니다.

얼떨결에 제작자라는 타이틀까지 떠안게 되니 괜스레 바쁜 마음은 부담백배요, 정신없이 바쁜 몸은 천근만근입니다. 기왕 벌여놓은 일이니 어떻게든 수습을 해봐야할 텐데 말이죠. 뭐 그래도, 이래봬도 내가 창작뮤지컬 ‘카페 명동성당’까지 제작해서 시원하게 말아먹었던 사람인데, 이 정도야 너끈하게! 에헴!

듣자하니 리안이 제작자로 나서게 되었다면 그럼 이제 리안은 은퇴하게 되는 것이냐며 은근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분들도 계시던데, 하하하, 대단히 죄송하지만 노병은 사라질지언정 리안은 영원합니다. 다만 현재의 이 지지부진한 모습으로는 더 이상 안 되겠다는 통렬한 반성 끝에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여 마침내 완전체에 근접하게 되었는데, 이름하여 ‘꽐라리안 프로젝트’!
네, 꽐라리안이라는 어마무시한 새 이름을 가지고 조만간 컴백합니다. 재즈계를 발칵 뒤집어놓겠습니다.

그나저나 시간이 제일 문젠데…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없는 이 막막한 시점에 무작정 떠오르는 노래 가사 한 소절. ‘어쩌구 저쩌구~ 무조건 달려갈 거야~’
그래, 인생 뭐 있어? 그냥 막 달리는 거지.

 백승엽 서울탑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