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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프라이의 꿈은 ‘계란 프라이’였을지도 모른다

Relay Essay 제2137번째

'당신 꿈은 무엇인가요? 인생의 목표는?’

최근 아르바이트 직원분과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자 그는 “길고 가늘게 사는 게 인생 목표라 급여가 적더라도 근무 시간이 길지 않고 정년까지 다닐 수 있는 직장을 다니고 싶다”고 대답했다. 처음에는 어쩜 이렇게 꿈도 목표도 없을까 싶기도 하여 살짝 당황스럽기도, 안타깝기도 했다.

아니, 누구는 벌써 20대에 청년사업가가 되어 회사를 차렸다 하고, 누구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전문가가 되었다 하며, 또 누구는 어느 누구도 이뤄내지 못한 도전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는데, 그저 길고 가늘게 사는 게 목표라니. 이 얼마나 허망한 꿈이란 말인가.

그런데 그의 대답보다 나를 더 당황하게 만든 것은 대답할 때 그의 당당하고 자신감 있던 표정이었다. 나는 그저 그런 삶을 택한 그가 부끄러워하기보다는 오히려 당당하였던 것이 놀라웠고, 순간 어쩌면 이상한 것은 그가 아니라 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하였다.

어쩌면…  그래 어쩌면 나는 꿈 사대주의자였는지도 모른다! 남들이 우러러볼 수 있는 무언가 거창하고 대단한 꿈이 아니면 가치가 없다는 나만의 그릇된 편견에 빠져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문득, 어릴 때 내가 계란 프라이 때문에 얼마나 슬펐었는지, 그리고 그 후에 내가 얼마나 계란 프라이를 좋아하게 되었는지가 생각났다.

어릴 때, 나는 언제나 계란 프라이가 슬펐었다. 결국 닭이 되지 못하고, 기름을 뒤집어 쓴 채 식탁 위에 올라야 했던 계란 프라이. 닭이 되고 싶어 태어나고 달걀 속에서 그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을 텐데, 얼마나 안타까울까? 얼마나 슬플까 하고 말이다. 그러다 어느 날 나는 그게 나의 건방진 착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 달걀은 처음부터 계란 프라이가 되고 싶었던 건지도 몰라. 닭이 아닌 계란 프라이를 꿈꿨을지도 모른다고.’

‘달걀의 꿈은 결국 닭이 되는 것’이라고 정의한 것은 나였다. 그러나 달걀의 꿈이 계란 프라이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또 계란 프라이가 된 달걀은 그 누구보다도 행복하였을 지도 모른다.

‘꿈’이란 단어를 검색하면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으로 정의되어 있다. 이 단어 풀이에는 거대한, 화려한, 찬란한, 일류의, 대단한, 멋진,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등등 꿈에 대해 내가, 우리가 기대하는 수식어는 붙어있지 않다. 그런데 우리는 언젠가부터 ‘꿈’이라는 단어에 무언가 대단함을 요구하고 있고, 무언가 대단한 꿈을 꾸라고 강요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뉴스를 통해, 사람들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이 대부분 그러한 것이기 때문이다.

‘가늘고 길게’라는 당신의 목표도 분명 존중 받아야 마땅하고, 그 역시 어찌 보면 누구나 쉽게 이룰 수 없는 당신의 소중한 꿈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어떤 형태건 간에 당신이 이루고 싶어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이미 대단한 것일 텐데 말이다.

이제 나는 ‘당신의 꿈이 무엇인가요’를 묻기 전에, 기꺼이 고개를 끄덕여주고 공감해주고 응원해줄 준비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당신의 대답을 기대하며 되뇐다. ‘계란프라이의 꿈은 계란프라이였을지도 모르고, 이 사람은 자신만의 꿈을 소중히 이뤄나가고 있는 중일 것이다’라고 말이다.

이주선 휴네스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