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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20년 동안 나는 너의 ‘밥’이었다”

'동네치과 원장끼리 식사합시다' <15>충북 청주시 2반

96년부터 이어 내려온 신뢰의 모임
매주 금요일 만나 고민·안부 나눠

80년대 개원, 80년대 학번, 80년대 출생의 치과의사들이 한날한시에 모여 앉아 ‘밥’을 나눈다.

“청주에서는 율량동 쪽이죠.” 소위 ‘잘 뭉치는 모임’의 추천을 부탁하자 A 원장은 단호하게 율량동, 내덕동, 사천동을 중심으로 한 청주시 2반(반장 정광섭)을 첫 손에 꼽았다. 그러면서 OOO원장, △△△ 원장 등 충북지부와 청주분회 전·현직 임원들의 이름이 줄줄이 불려나왔다.

이렇게 잡힌 지난 8일 청주 율량동 소재 한 음식점에서의 약속. 모임 시간이 다가오자 하나 둘 공평하게 자리가 채워졌다.

‘중견이나 원로 치과의사 몇 분 나오겠지’했던 섣부른 예측은 깨지고 모임은 어느새 탁자 하나를 더 이어 붙여 제법 규모 있는 ‘한 끼’로 거듭났다.

이들은 놀랍게도 매주 금요일, 1년에 50여 차례나 이런 ‘루틴’을 거듭한다고 했다. 그것도 20년 동안이나.

이날 모인 치과의사 열일곱 명의 ‘스펙트럼’은 생각보다 더 다양했다. “혹시 같은 대학 출신인가요?”, “청주 쪽에 연고들이 있나요?” 연이어 질문을 던져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전혀”였다.

한국 사회에서 학연, 지연, 혈연의 ‘프레임’으로 엮이지 않은 모임이 이렇게나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는 비결이 궁금했다. 왜 이렇게 모임이 잘 되느냐는 물음에 대한 생각도 가지각색이었다.

반장인 정광섭 원장(크리스마스치과의원)은 “다른 반은 하더라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하거나 안하는 경우도 많은데 저희는 매주 모임을 하는데도 자주 나오는 분들이 20여명에 이를 정도로 운영이 잘 되고 있다”며 “특별한 채근 없이 문자 하나만 보내도 개원 선후배들이 부담없이 모일 수 있는 환경이 잡혀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자 이날 기자와 더불어 ‘유이’한 외부인사로 참석한 유승한 청주시치과의사회 회장도 “사실 여기 있는 분들에다 몇 분을 더 하면 바로 청주시 모임이 될 정도로 2반은 열정적으로 모임을 하는 것으로 소문난 반회”라고 옆에서 거들었다.

곽인주 충북지부 부회장은 “(모임이) 워낙 오래되다 보니까 이제는 안 나오면 큰 일 나는 줄 알고 있다”며 “분위기도 좋지만 일단 나오면 환자와의 분쟁 대처 노하우 등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얻는 게 훨씬 많다”고 귀띔했다.

김기훈 전 충북지부 회장은 “사실 여기 나와 있는 저 친구들이 다 내 보호자고, 동반자”라며 “20년 전에 탁자 하나로 시작한 모임이 이제는 탁자 4~5개가 필요한 모임으로 성장했다. 이젠 식비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웃었다.

좋은 사람들과의 모임 자체가 즐겁다는 반응도 많았다. 가장 연장자인 성채련 원장(성치과의원)은 “모임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시작해 거의 매주 참석하고 있다. 선배가 나와야 후배도 나올 것 같아서 그런 것”이라며 “우리 모임에 나오는 후배들이 인사도 잘 하고, 다들 경쟁이 치열할 텐데 그래도 여유가 있는 것 같아서 보기가 좋다”고 덕담을 건넸다.

개원 1년차라는 30대 중반의 이상기 원장(서울수치과의원)은 “지역 모임에서 알게 된 원장님 소개로 나오게 됐다”며 “학교 선후배는 아니지만 늘 편안하게 대해 주셔서 부담없이 나와 많은 것들을 배워간다”며 흡족해 했다.

오후 2시, 식사가 끝났다. 거창한 배려도, 호들갑스러운 안부도 없었지만 이날 참석한 치과의사들이 가지고 돌아간 건, 어김없이 다시 돌아올 그들과 그들 사이의 오롯한 ‘밥 한 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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