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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 뚫고 술술 풀리는 인생 수다 들어봐”

'동네치과 원장끼리 식사합시다' <16>전주분회 평화반

신입엔 먼저 손 내미는 ‘대인배’
신구 공존 다양한 삶 경험 나눠

하필 이날 비가 왔다. 서울에서 전주를 가야 하는 기자에겐 비란 반갑지만은 않은 존재. 하지만 이내 한 회원이 이과수 폭포를 배경으로 한 넬라판타지아 첼로 연주 동영상을 시연하자 비와 어우러진 즐거운 ‘수다’가 펼쳐졌다.

지난 6월 24일 전주분회 평화반(반장 손도경)을 찾았다. 평화반은 한 달에 한 번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에 반모임을 연다. 이날 모임에는 강경찬, 박종천, 손도경, 장은하, 전창길, 정완모, 최순정 원장(가나다순) 등 7명이 함께 했다.

전주가 허허벌판일 때 개원한 최고 연장자 전창길 원장과 개원 경쟁이 치열한 지금 개원한 최연소자 손도경 원장과의 나이 차가 무려 30살이 될 정도로 평화반 구성원들의 스펙트럼은 넓다. 이 때문에 경험도 많고 화제도 많고 이야깃거리도 많다.

신입 회원이 반장을 맡는 것은 평화반의 특색 있는 제도다. 반장인 손 원장은 개원한지 이제 8개월, 새내기 개원 치과의사다. 3월부터 반장을 맡았는데, 평화반의 ‘보석’이다.

“개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반장까지 맡았으니 보석 같은 존재죠. 반장을 맡는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전화라도 한 번 더 해야 하고, 인사도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회원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좋은 점도 있어요.”

반모임의 좋은 점을 묻자 최순정 원장이 나선다. 최 원장은 “개인적으로 반모임이 너무 좋았다”며 “어떤 원장님은 햇볕이 비춰주는 것처럼 많은 도움을 줘서 편하게 지낼 수 있었고 또 다른 원장님은 항상 격려의 말씀을 해주셔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치과 옆에 공영주차장이 들어선다는 한 회원의 소식엔 다 같이 기뻐하고, 전문의제, 치과의사 보톡스 시술 논란, 신입 회원들의 미가입 문제에 대해서는 심각한 토론도 이어진다.

신입 회원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대인배론’을 펼친다.

회 차원에서 신입 회원에게 다가가 고충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오픈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과 어렵게 생각하는 선배들의 한마디 덕담이 후배에게 큰 힘이 된다는 것. 또 어려운 형편을 감안해 회비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신입 회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기존 회원과의 형평성이 거론되는데 이런 시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죠. 점점 어려워지는 개원 환경 속에서 무조건 회비를 내라고 하기보단 유예할 수 있는 방안 등 지원책을 고려해 봐야 합니다.”

전주의 변화된 모습을 화제로 삼다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전주가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낮고 공기 중에 산소포화도가 높은 곳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분지인데다 북쪽이 트여있어 중국으로부터 미세먼지가 유입돼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는 것. 기자가 폭풍 검색을 해본 결과 아쉽게도 전주의 미세농도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망은 마시라. 전주는 한국에서 살기 좋은 도시 2위로 꼽혔을 정도로 명예로운 도시다.

이야기가 무르익자 자연스럽게 문화와 예술 쪽으로 주제가 바뀐다. 세계 유수 미술관, 국내 유명 화가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무지카 덴탈레’의 본고장이니 이는 당연하다. 무지카덴탈레는 전북지역 남성 치과의사들만으로 구성된 합창단이다. 강경찬 원장이 단장을 맡고 있고 전창길 원장도 함께 활동하고 있다.

전 원장은 “합창단에 들어오실 분들은 언제나 환영한다”며 “하지만 아무나 받아주는 것은 아니다. 오디션도 있다”며 들었다 놨다 한다.

‘유비무환’. 비가 오면 환자가 없다고 했던가? 그럼에도 비를 맞으며 치과를 찾는 환자 진료를 위해 “우산 잘 챙기세요”라는 따듯한 챙김과 함께 다음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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