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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Relay Essay 제2143번째

  • 등록 2016.08.05 11:48:23

3년 전 봄 저녁에 원룸 옥상에서 으르렁 거리는 소리가 났다. 가보니 웬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다. 혹시나 물릴까 해서 겁을 먹고 지나쳤는데 2~3일 후에 다시 가보니 그 강아지는 아직도 그 자리에 있었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굶고 있었다는 생각에 물과 빵 몇 조각을 주었다. 강아지는 거의 일주일가량 그대로 있었고 매일 물과 먹을 것을 주었더니 주인인줄 알고 반가워했고 혼자 두고 가면 슬픈 소리를 내었다. 옥상에 계속 두기가 그래서 결국 원룸에 데려와 목욕을 시켰고,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결국 작은 방에서 같이 생활하게 되었다.

개의 종은 시츄였고 암컷이었다. 이름을 ‘쭈쭈’로 지어주었다. 개를 키워본 경험이 없어, 지금 케이블에서 방영중인 ‘개밥주는 남자’에 나오는 주병진처럼 당황하기 일쑤였고 엉망이 된 방을 치울때마다 ‘멘붕’을 경험하곤 했다.

그렇게 한 달을 같이 지내다 보니 가까워져서 이제는 가족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산책을 시키다가 우연히 강아지의 주인이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쭈쭈를 강아지 주인에게 돌려 줄 수밖에 없었고, 방에 돌아와 허전한 마음에 며칠을 엉엉 울었다. 그러던 중에 인터넷 애견 카페에서 사정이 생겨 강아지를 대신 키워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게 되었고, 같은 종의 비슷한 시츄 한 마리를 양산의 덕계동에서 입양비 오만원을 주고 데려오게 되었다. 이 때부터 지금까지 ‘은비’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외모는 많이 닮았지만 쭈쭈와 은비는 성격이 많이 달랐고 퇴근 후 난장판이 된 집을 치우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너무 성급하게 개를 다시 키우겠다는 생각을 했나 하는 후회가 들었다.

개를 훈련시키는 법도 잘 몰랐고 아무리 말을 해도 은비는 내 말을 무시하기만 하였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애견에 관한 책을 시간 날 때 마다 빌려와 읽었다. 책을 읽고 공부를 하니 어느 정도 대화하는 법을 알 수 있었다. 반려견을 먼저 데려오는 것보다 반려견에 대해 공부하고 나에게 맞는 종을 선택했어야 했는데 방법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책에 나온 요령에 따라 훈련을 시켰는데 정말 놀라울 정도로 은비는 훈련을 빨리 습득하였다. 하루만에 ‘앉아’, ‘엎드려’, ‘손’ ‘빵!’ 배변까지 금방 익히는 것이었다. 그동안 강아지 은비에게 외계어로 떠들기만 하고 그것을 알아듣지 못하는 은비에게 화만 내고 있었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은비는 전 주인에게 관리를 잘 받지 못하여 귓병과 방광염이 걸려 있다는 것을 몇 달 후에 발견하였고, 동물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하였다. 전 주인에게 화가나 연락을 해볼까 싶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봤더니 귀여운 새끼 말티즈 사진으로 새롭게 바뀌어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씁쓸한 마음이 들어 연락하지 않았고 몇 번의 잔병 치레를 하였지만 은비는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다.

수련의로 퇴근 시간이 늦어 은비를 잘 보지 못하여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은비를 키우기 전까지는 몰랐었는데 대부분의 강아지들은 선천적으로 ‘분리불안’이라는 것을 갖고 있어 주인이 없으면 항상 불안해하고 식욕이 떨어지고 이상 행동을 한다. 은비도 주인이 없으면 밥을 잘 먹지 않고, 집안을 어지럽히고, 대소변을 정해진 곳에 하지 않는 습관이 있다. 그리고 주인을 하염없이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든다.

요즘 반려견을 입양하는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 은비를 키워 보면서 많은 걱정이 된다. 강아지를 입양하기 전에 먼저 강아지에 대한 이해와 상식이 필요한데, 사람들은 대부분 귀여운 외모만 보고 입양해와서 감당하지 못하겠다며, 파양을 보내는데 대부분의 그런 강아지들은 절반이상이 유기견 보호소에서 안락사가 되거나 불행한 삶을 마감하게 된다. 은비의 전 주인은 새로운 말티즈를 몇 년이나 더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강아지를 입양하는 것도 운전 면허시험처럼 면허를 부여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허우실 부산대치과병원 교정과 전공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