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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유감(遺憾)

Relay Essay 제2144번째

일전에 우리나라를 알리기 위한 홍보단어로 ‘CREATIVE KOREA’란 단어를 관계기관에서 수십억 들여 만들었다 하는데 이것이 프랑스에서 먼저 사용한 CREATIVE FRANCE와 유사하다하여 표절 시비에 휘말린 적이 있었다. 만든 사람은 나름대로 연구했다 하겠지만 하고 많은 단어중 하필 이런 논란에 휘말릴 단어를 선택했나 싶었다. 많은 단어 가운데 만인이 공감하며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어휘의 선택이 중요함을 일깨워 준 사건이라 하겠다.


의학에서도 우리는 목을 모가지라 하지 않고 눈을 누깔이라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동물에 쓰는 “이빨”이라는 단어를 “이”나 “치아”라는 말보다 편히 쓰진 않는다.


요즘 매스컴에 많이 나오는 치아 보장보험에 흔히들 “이를 때운다”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왜 썩은 이를 “메운다, 충전한다”는 말이 있음에도 이런 단어를 전 국민이 쓰도록 버려 두는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스스럼 없이 “살이 찢어져서 병원에서 기웠어. 뼈가 모자라서 뼛가루로 땜빵했어”라는 말을 쓰는지?

요즘 치과계 산적한 일들이 많겠지만 집행부에서 이런 올바른 치과용어를 각 방송 매체에 제대로 쓰도록 요청하는 서한을 띄웠으면하는 바람으로 글을 쓴다. 사소한 것 같지만 적절치 못한 단어의 사용은 치과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영향을 끼칠수도 있으며 작금에 보톡스, 필러 논쟁에서 보듯 때우고 뽑기만 하는 치과가 무슨 연조직 치료도 하는가?는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마디 더하면 중앙의 대학병원에서도 치료받으러 온 사람에게 버젓이 “고객님” 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어서 적잖은 거부감을 느끼는데, 고객의 정확한 사전적 의미는 “상점 등에서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받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으로 정의되어 있는바 이 말도 “내원한 분”, “치료 받을 분” 등으로 바꿔야 할 듯 싶다. 선생님이 돈 벌려고 고객인 학생을 가르치고 관료들이 돈벌기 위해 고객인 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이런 황당한 궤변이 의료계에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같이 의료인이 아닌 마케팅을 전공한 사람들이 병원경영에 깊숙이 관여한 결과 물질만능 자본주의 부작용이 오늘날 도처에서 표출되고 있으며 지나친 효율성에 대한 집착은 역으로 감정노동자들의 마음을 멍들게 하여 이들에게 웃음의 가면을 강요하고 있다. 이는 오히려 사람들의 솔직한 감정을 억제 시켜서 켜켜히 쌓인 스트레스가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부작용을 낳아 작금의 각종 사회문제를 야기시키고 있지 않나 싶다.


그러나 외형과 물질에 가치관이 휘둘리는 세태에서도 의료부문에서의 책임감만큼은 사람의 몸을 돌보고 삶과 죽음에까지도 관여하는 전문 행위로서 다른 경제 활동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사회의 주체로서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현규 일산 청담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