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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팬부심’

Relay Essay 제2146번째

운동을 전체적으로 좋아하는 저희 집에서, 1982년 시작된 프로야구는 최고의 운동 경기였습니다. 개막전을 티브이로 보던 저와 형은, 개막전 홈런을 친 이만수 선수를 보고 삼성 라이온즈의 팬이 되었습니다. 물론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역전 만루 홈런을 맞고 진 것을 보고 펑펑 울면서도 MBC 청룡의 팬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 이후 어린이 회원에 가입하고 아버지 따라 야구장에 가면서 응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희한하게도 경기장만 가면 라이온즈가 패해서 막 울면서 집에 돌아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심지어 1984년 한국시리즈 7차전도 가서 봤네요. 유두열 선수의 홈런볼이 거의 제 옆자리에 떨어졌던 기억이 납니다.)  

한동안 개인적인 사정으로 야구를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스포츠 신문을 통해서 경기 결과는 확인했었고, 포스트 시즌은 항상 시청하고 울기를 반복했습니다. 그 중 1990년도 시즌이 있는데 당시 삼성이 플레이오프를 5연승으로 통과한 기억이 있습니다. 제 기억엔 선동열 선수에게 김용국 선수가 홈런 친 장면이 기억나는데 정말 너무 좋아서 혼자 방에서 방방 뛰었습니다. 파죽지세로 엘지와 한국시리즈에서 붙었는데 4대0으로 졌습니다. 이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는 이유는 당시 고등학교 우리 반에 삼성과 엘지팬 친구들이 서로 경기 결과를 두고 내기도 하고 우리 팀이 이길 거라고 우기기도 하다가 급기야 패싸움까지 일어났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뭐 그런 것 가지고 패싸움까지 하냐는 생각도 들지만, 경기도 지고 패싸움도 진 게 너무 분해서 한동안 그 친구들하고 말도 잘 안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엘지 팬이었던 친구들하고만 아직까지 연락하고 있네요. 인생은 참…)

그 이후 계속된 한국시리즈에서의 패배에 정말 적(?)진에 투항도 심각하게 생각해보고 (당시 최강은 무등산 폭격기와 바람의 아들, 무엇보다 한국시리즈만 되면 유난히 잘 던지던 까치란 별명의 왼손투수가 있었던, 감독님의 별명이 코끼리였던 팀이었죠) 심지어는 야구를 안볼까도 생각했지만 무슨 병에 걸린 것처럼 응원팀을 바꿀 순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코감독님이 우리 팀으로 오시고 패배의 분위기가 바뀌면서 기대감이 고조되던 가운데, 드디어 2002년 대망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으며, 삼성 팬으로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것이 기억납니다. 원년 삼성팬이라면 누구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던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 번 우승한 이후는 딱히 아쉬웠던 순간은 없었습니다. 실제로 우승도 많이 했고요. 심지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통합 4연패를 이뤘습니다. 이런 영광의 시대가 올 거라고는 생각 못했기에 더더욱 기뻤고 심지어 행복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전과 다른 근래의 팀 상황 때문입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현재 순위는 9위와 10위를 오가고 있고, 포스트 시즌 진출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물론 부진의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전 그 동안 많은 시즌을 함께 하면서 더 열 받는 상황도 겪어봤고, 눈물도 흘려봤기에 삼성 라이온즈에 대한 응원을 그칠 생각이 요만큼도 없습니다. 심지어 작년의 패배는 자랑스럽습니다. 작년 한국시리즈 전에 터진 도박 파문으로 팀은 팀 내 1선발, 리그 세이브왕, 리그 홀드왕을 빼고 경기를 했으며, 정규시즌 1위를 하고도 한국 시리즈에서 패했습니다. 물론 속이 많이 상했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이 밉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랑스러웠습니다. 게다가 두산 선수들에게 도열하여 박수를 보내준 부분이 더욱 자랑스러웠습니다. 아직 한국 프로야구엔 없는, 진정 품위 있는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올해 주축 선수들의 잇단 부상과 이적으로 팀이 최하위를 한다 하더라도 응원을 멈출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감독님과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있으니 그것으로 응원할 이유는 충분한 것 같습니다. 올해를 끝으로 은퇴하는 전설 이승엽 선수와 그 외에 다른 선수들 모두 더운데 힘내시고 좋은 경기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외칩니다. “최강 삼성 라이온즈 파이팅!!!”

p.s) 요즘은 경기를 생방송으로 보지 못합니다. 아니, 볼 수가 없습니다. 경기 결과를 보고 이기는 경기만 하이라이트로 봅니다. 나이가 드니 혈압이 높아지는 지, 막판에 뒤집히는 경기를 보면 자꾸 뒷골이 당겨서 생방송은 포기했습니다. 포기하고 나니 한결 맘이 평안해졌습니다.

오민석 위즈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