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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olia (III)

스펙트럼

Momgolia ( II )에 이어…
꽁꽁 얼어붙은 동토의 사막 길은 이정표가 하나도 없고, 말라버린 풀만 드문드문, 아무것도 보이지도 않는 광활한 또 다른 세상이었다. 몽골 전통가옥 게르를 찾아서, 유목민을 찾아서 촬영팀들은 사막을 달리는 내내 촬영을 하는데, 정작 나는 유목민들은 도대체 어떤 치아를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치아관리를 하는지 너무 궁금했고, 검사를 하고 치료를 당장 해주어야하는 상황이면 장비가 부족한데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다.

덜컹거리는 사막을 몇시간을 달리자 작은 전통가옥 발견, 무작정 들어가서 한국에서 온 치과의사라고 인사하고, 에이멕 치과병원 개원소식도 전해주고, 기본검사를 하고 나서 진료 안내도 해주겠다고 하자 흔쾌히 게르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처음 들어가 본 게르는 입구문이 작아서 키 작은 나도 머리를 숙이고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 했다. 게르 한가운데에는 낙타, 염소똥으로 만든 연료를 태우는 난로가 있었고, 동그란 게르 안에는 무려 3가족, 12명이나 옹기종기 둘러 앉아 있었다. 어린아기, 어린이, 아들 딸, 엄마 아빠, 온가족이 먹고 자고 요리하고 생활하는 터전 게르. 밖은 영하 20~40도이니, 나가지도 못하고 게르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밖에 없을것 같다. 어린이부터 구강검진을 시작하여 할아버지까지 3대 가족을 검사하고, 구강교육을 해주고, 흔들리는 치아때문에 식사를 못한다는 할아버지 치아는 발치 해주었더니, 너무 고마워하셨다. 구강검진을 받아 본적도, 구강교육을 받아 본적도 없는 몽골인들 수준에 맞게 기본적인 교육을 해주고, 한국에서 준비해간 치약치솔 세트를 선물하고, 또 다른 유목민들을 찾아 사막을 달렸다.

이렇게 하루종일 7군데 게르에 사는 유목민 구강검사와 교육을 끝내니 사막의 황혼이 내리기 시작했다.

검사결과는 성인 평균 5~10개 영구치가 없고, 15세 이하 어린이들도 제 1대구치 상실이 80프로를 넘었고, 상실된 치아는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고, 치아가 많이 상실된 몽골인들의 외모는 많이 늙어보였다. 45~50 세 인데도 치아가 없는 지라 70노인으로 보였다. 몽골의 대국민 구강교육은 참으로 절실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틀간의 옴노고비주 유목민 촬영은 끝나고 이제 내일이면 한국으로 떠나야해서 다시 5시간의 차길을 달려 울란바토르를 가야했다. 아침부터 떠날 준비로 촬영팀은 분주하고, 떠나기전 마지막 사막 촬영을 하려고 새벽부터 PD님은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영하 20도의 혹한의 거리로 나섰다.

옴노고비주 정부에서는 아침 도시락, 점심세참까지 많이 준비를 해주시고, 병원장님과 인사를 하고 울란바토르를 향해서 아침길을 달리고 또 달렸달렸다. 한참을 달렸는데 뒤에서 사막의 모래를 가르며 차 한대가 따라오는 것이었다. 통역자가 저 뒤에서 따라오는 분이 좀전에 작별인사를 한 병원장님 이신데 사막에서 한번 더 작별 세레모니를 하기 위해 따라오는 것이란다. 몽골의 전통 작별인사, 귀한분들은 그냥 인사만 까딱하고 손 흔들고 보내는 것이 아니라, 가는 길 뒤까지 한참을 뒤따라와서, 한번 더 우유를 전통 은잔에 부어 나누어 마시고 작별 세레모니를 하는 것이다. 참으로 정이 깊은 몽골인이란 것을 실감했다. 너무나 품위있는 작별 세레모니를 받고는 내 가슴이 뭉클했다. 광활한 세계를 지배한 몽골인의 배포와 당당함과 배려를 온몸으로 느끼고 받고 온 뜻깊은 행사였다.

 3박 5일 내내 몽골인들은 조금도 불편하지 않게 우리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챙겨주고, 먹여주고,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

우리 일행들에게 베풀어준 옴노고비주 주정부 환대는 정말 평생 잊을수 없도록 내 가슴 깊숙히 묻어두었다.
많은 아쉬움과 숙제를 가지고 3박 5일의 몽골 기증식을 다녀오니 한동안 순박한 유목민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다.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병원을 찾아가서 치료는 받는지, 일년 뒤에 꼭 다시 찾아와달라고 핸드폰 번호까지 적어가던 유목민들. 꼭 다시 찾아가서 그때는 이동진료차까지 가지고 가서 치료해주고오리라….

지난 3월 5일 기증식을 하고 개원식을 하고 치과진료를 시작한 몽골 Omnogovi주 Aimag 국립병원 치과병원은, 나날이 치과 환자들이 늘고, 인근 작은 도시에 까지 치과개원 소문이 퍼져 하루, 심지어는 이틀 꼬박 낙타를 타고 치료받으러 오는 초원에서 사는 유목민환자들이 늘어난다는 소식을 듣고, 참으로 나의 선택이 틀리지않았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동안 차라리 울란바토르 수도에 있는 국립병원에 장비기증을 했으면 교통도 좋고 더 많은 환자들이 병원을 이용할텐데 왜 그 멀고 먼 탄광촌 시골에 기증을 했냐고 조언을 많이 받았던 터라 나의 선택에 대해 이제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 치과에 평생 처음 방문하는 “유목민들의 치과병원”을 세계 최고로 몽골에 세웠다는 명분을 이제는 자신있게 말할수 있게 되었다.

이제 나의 목표는 초원을 누비는 이동진료차를 마련해서 병원을 찾지 못하는 유목민의 이동진료를 해주는 것이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오늘도 나는 더위를 잊으며 야간진료를 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