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시절 수학 문제 한문제를 풀 때마다 소소한 즐거움이 있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받았을 때 왠지 모를 기쁨이 있었다. 그런데 몇몇 친구들은 공부는 하지 않고 축구나 농구 등의 운동을 열심히 했다. 그때는 그 친구들을 이해하지 못했으며 운동이 주는 즐거움을 알지 못했다. 대학교, 대학원을 거치면서 수많은 학문이 주는 즐거움을 느꼈다. 어떤 때는 연구에 막혀서 좌절도 하고 어떤 때는 연구의 돌파구를 찾아서 기뻐도 하면서 인생의 즐거움은 오직 무언가를 배우고 연구할 때만 누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졸업할 무렵 내가 입학할 대학교는 수영이 필수 과목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수영을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수영장에 가서 강습을 받았다. 물을 두려워했던 나는 강습받던 첫날 강습후 샤워장에서 쓰러져 “이 힘든 것을 돈 내면서 왜 하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한참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대학교 필수 과목이라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1달동안 열심히 다녀서 자유형은 어느 정도 하게 되었다. 그러나 힘든 것은 변함이 없어서 1달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수영장을 박차고 나갔다. 그래서 대학교 필수 과목은 그럭저럭 잘 넘겼지만 다시 운동에서 멀어져 갔다.

대학원을 마치고 직장을 다녔다.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하면서 학창시절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스트레스가 있었다. 그 스트레스는 공부를 한다고 사라지지 않았으며 술을 마신다고 줄어들지 않았다. 직장 생활은 힘들어 갔다. 그런데, 우연히 직장 선배가 운동을 권유했다. 처음에는 한 귀로 흘러 보냈지만 무언가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운동이 수영이였기 때문에 아침에는 수영하고 저녁에는 헬스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지만 6개월후 살들로 가득찬 내 몸에 변화를 느끼기 시작했다. 운동을 통하여 하루의 스트레스가 사라졌으며 근육들로 변화고 있는 거울속의 내몸을 보고 있으면 공부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희열과는 또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내가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즐거움이였다. 그 때 이후로 나는 힘이 들거나 무언가를 정리하고자 할 때는 수영장을 간다. 

수영을 하면 많은 것을 얻는 것 같다. 첫째로 체력이 좋아진다. 수영후 3~4시간 동안은 몸에 활력이 생겨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 업무 효율이 높아진다. 밤에 잠도 잘와서 아침의 피로감이 많이 줄어든다. 둘째로 정신이 맑아진다. 수영을 하면서 다른 잡생각을 안하게 되고 생각을 정리하게 되며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다시한번 되돌아보게 된다. 가끔씩 명상과 비슷한 효과를 주는 것 같다. 셋째로 샤워를 할 수 있다. 전공의 과정동안 바쁘고 힘들어서 잘 안 씻게 되는데 수영을 하면 필수적으로 샤워를 하게 되므로 몸이 깨끗하게 된다.

그러나, 모든 것이 통과 의례가 있듯이 수영을 통해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는 3~4달 동안의 꾸준한 강습이 필요한데 많은 분들이 그 기간을 이겨내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 기간만 잘 이겨내면 내가 이제까지 찾지 못했던 즐거움을 평생 얻을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인생의 즐거움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기존의 즐거움은 식상함으로 사라지고 새로운 즐거움을 찾기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경우가 많다. 수영은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많은 즐거움을 지속적으로 준다.

요즘들어 수영장을 자주 간다. 그만큼 전공의 생활이 힘이 들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있다는 반증이다. 수영이 있어 잘 극복하고 있는 것 같다. 새로운 즐거움을 찾거나 삶이 지치고 힘든 분들에게 운동을 추천한다.
나는 오늘도 수영장을 간다.

김성훈 부산대치과병원 교정과 전공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