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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느리게" 프랑스 스타일 개원 어떠세요?

최소 공간·인원으로 최선 진료…의사·환자 만족도 ‘업’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간판. 공공주택이나 사무용 건물 한 켠에 마련된 좁은 진료 공간. 리셉셔니스트 정도만 두고 치과의사는 환자와 충분히 대화하며 여유로운 진료를 한다. 진료가 끝나면 치과의사가 병원 문 밖까지 환자를 따라 나와 배웅한다. 프랑스 치과 스타일이 이렇단다. 의료인이 자신의 병원 한 개만을 운영해야 하는가를 놓고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는 우리와는 사뭇 다른 모습. 서울에서 이 같이 프랑스 스타일로 운영하는 치과가 있어 찾아가 봤다. 실명 공개는 원치 않아 해당 치과가 추구하는 철학과 병원운영 방법만을 소개한다.

치과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접수데스크와의 거리가 채 2m가 되지 않는다. 접수데스크 바로 뒤로는 두 대의 유니트체어가 놓여있다. 접수데스크 앞으로 좁고 긴 한 평 정도의 대기공간이 있는데, 의자 몇 개가 나란히 놓여있어 3~4명의 환자가 서 있지 않을 수 있는 정도다. 진료공간과 대기가 이뤄지는 공간이 몇 걸음으로 이어지는 원룸 형식이며, 전체 활용공간이 다섯 평 남짓이다. 인테리어는 유럽식 통유리창과 벽거울, 샹들리에 등을 사용해 유럽 작은 도시의 어느 한적한 골목 소품가게를 연상케 한다. 요즈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유행하는 미니멀리즘이 치과에서 구현됐다고 보면 되겠다. 

설명만으론 답답할 것 같은 이 좁은 공간이 실제 주는 느낌은 아이러니하게도 따뜻함과 신뢰감이다. 환자와 치과의사의 거리는 가깝게 느껴지고 그들의 대화 하나 하나, 진료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진료를 받는 순간 작은 병원의 모든 구성원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을 느낄 때 환자가 받는 감정은 특별하다는 것이 의료진의 설명이다. 

프랑스 스타일의 치과를 개원하며 들어간 비용은 일반 치과 개원비용의 1/6 수준. 작은 공간을 찾아 진료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장비만을 갖추고 스탭도 한명만 고용했다. 단, 이에 따른 월 매출 목표도 작게 잡았다.

해당 치과를 운영하는 원장은 원래 강남에서 크게 병원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의 매출을 현재와 비교할 수 없다. 그러나 당시의 임대료와 인건비, 기타 병원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 또한 반대의 의미로 요즈음과는 비교할 수 없다. 적게 투자하고 적게 버는 치과. 그러나 투자 대비 수익률로 치면 결코 지금이 과거보다 떨어지지 않는다. 운영비가 적으니 수익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해당 치과 원장은 “오히려 삶의 여유, 환자와의 신뢰관계 형성에 있어 지금과 같은 개원이 만족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 치과는 단순히 프랑스 스타일의 치과를 외관상으로만 흉내 낸 것이 아니다. 실제 오랜 세월 원장 부부가 프랑스에서 유학하며 몸에 익힌 조금 느리게 걷는 삶을 한국에서도 실현해 보고 싶어 고민하다 나온 결과다. 예약 환자수도 최대한 조절해 여유로운 진료가 이어질 수 있게 하며 심지어 치과 운영시간도 일반 치과에 비해 짧다. 그러나 이 프랑스 스타일 치과의 매력에 빠진 환자들은 기다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단, 이 같은 프랑스 스타일 치과를 운영하는 데는 프랑스식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해당 치과 관계자는 “적게 투자해 안전성을 담보하고 수익률은 높게 가져가겠다는 경영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이 같은 병원은 못한다. 먹고 살 수 있는 정도만 벌며 퇴근 후 가족과 함께 식사하고 산책하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프랑스 스타일 치과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