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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서 나를 배운다

Relay Essay 제2150번째

정년퇴임하고 개원가에 나와서 치열한 경쟁에 놀라면서 내 발걸음을 조절하기 위하여 그 동안 정리 해오던 임플란트 치료가 중심인 ‘전신질환과 치과치료’와 치과의사를 포함하여 일반 학부모를 대상으로 자녀 구강관리를 위한 ‘100세의 구강관리 0세부터’라는 책 두 권을 함께 발간하였다. 어쩌면 더위를 견딜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 같은 가운데 환자 진료의 기본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일이 있었다. 최근에 경험했던 일을 예로 들어 나를 되돌아보려한다.

8주가 조금 넘었다. 테니스를 치다가 오른쪽 팔꿈치가 오른쪽 아래 갈비뼈 부위에 낀 채 그대로 엎어졌다. 순간적으로 숨이 막혀 잠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사촌 동생이 정형외과 교수라 집 근처에 알만한 정형외과가 있는지 물어보니, 첫마디가 갈비뼈는 정형외과가 아니고, 흉부외과나 외과에서 진료한다고 하면서 아는 곳이 없다고 하여, 그래도 친근하게 느껴지는 테니스장에서 동료가 추천해준 정형외과를 찾아갔다.

요즘 보기 드문 X-선 필름을 사용하여 가슴사진을 3장 찍고, 검진 후 45분간 4~5가지 물리치료도 받고 18,000원을 지불했다. 약값은 빼고. 야! 싸다는 생각을 했다. 약은 3일분을 받았다.

무척 아팠다. 침대에서 자는 것은 엄두도 못 내고 바로 누울 수도 없어 거실 소파에 등을 대고 모로 누워 자야했다. 잠자는 일을 두려워 해보기도 처음이었다. 약을 다 먹은 3일 후에도 여전히 아팠다.

처방전을 보니 근이완제와 소염제, 진통제여서 마침 전에 교통사고 났을 때 받았던 것이 있어서 1주일 더 먹으면서 버텼다. 4주가 되도록 침대는 못 갔다. 그래도 병원에 가서 그 동안 아팠던 얘기도 하고, 좀 나은 것 같은데 운동해도 되냐고 하니 아무거나 다 하란다. 그리고 아프면 나왔어야지 왜 안 나오고 그러냐는 듯 퉁명스러웠다.

나를 울컥하게 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내가 만져 봐도 그렇고, 집사람이 보기에도 좀 들어간 것 같다고 하여 혹시 부러진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형광등에 필름을 비춰보면서 아니란다. 그러면서 부러지나 안 부러지나 치료방법은 같으니까 아무 상관없단다. 나를 두 번 울컥하게 만들었다. 한마디 하고 싶어졌다. ‘치과’자 빼고 나도 의사지만 그렇게 쉽게 말하면 되냐고. 한마디만은 아니었다. 몇 마디 더 했다.

첫 째는 약 처방을 3일 해주었으면 먹어보고 이 후에도 불편하면 더 나오라든가, 그리고 당일 물리치료를 했는데 1주일이면 1주일 치료 받아보면서 상태를 보자든가 하는 말을 의사나 간호사가 말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의사 말대로 아픈데도 병원에 가지 않고 있었던 걸보면 나도 무지하긴 한가 보다.

두번째는 X-선 사진을 촬영했으면 환자에게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봐도 모를 걸 뭘 보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간단한 예로 파노라마 사진을 설명할 때 같이 보면서 좌우를 비교해 보라고 한다. 숨은 그림 찾기보다 훨씬 쉽게 잘못된 곳을 찾을 수 있다. 요즘 내가 있는 병원(성남예치과병원)에서는 X-선 사진을 촬영한 후 핸드폰으로 찍어가라고 말한다. 환자가 돈 내고 찍은 사진인데, 이건 의사만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환자도 좋아하였다. 그 자리에서 가족에게 전송하기도 하였다. 옆에 큰 관찰대(필름을 끼고 볼 수 있도록 만든 것)도 있었는데 형광등에다가 비춰 보니... 이걸 보고 언뜻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원래 갈비뼈 골절이 미세할 때는 손가락으로 집어가면서 세밀히 봐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그걸 요구하지 못한 나도 어설픈 환자였나 보다.

셋째는 갈비뼈는 부러지나 안 부러지나 치료방법은 마찬가지라고 했다. 내가 진료 전에 이런저런 이야기만 안 했다면 큰 소리라도 칠 뻔했다. 내가 진단서라도 필요한 경우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 내 진료지에는 뭐라고 기록되어 있을까?  진짜 궁금하다. 처음 검진 시 내 갈비뼈를 앞에서 눌러 보고, 옆에서 눌렀을 때 “악” 소리를 지르면서 피할 만큼 아팠었는데.

의사에게 환자는 수많은 환자 중의 한명으로 특별할 것도 없겠지만, 환자에게 의사는 내가 믿고 어렵게 찾아간 유일한 의사인데 좀 더 믿음을 줄 수는 없었을까? 내가 다 잘 한 것도 아니지만 아픈 가운데 많은 것을 되짚어 보았다.  
김여갑 성남예치과병원 대표원장
경희치대 (구강악안면외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