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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닉 푸어’ 두렵지만 당당히 맞서겠다

창간 50주년 특집 연중기획 : 세대공감 좌담회 (7)전남대 치의학전문대학원

편견은 편견일뿐 열린 마음으로 봐주세요

진료실 밖 함께하는 삶도 진정한 경쟁력이다

■세대공감 좌담회

‘고구마 현실, 사이다 토크’

치과의사를 꿈꾸는 네 명의 청년이 있다. 치과의사로서의 삶, 그 속에서 희망과 행복을 찾고자 하는 예비 치과의사들. 등록금, 군복무 문제, 수련, 결혼 등 눈앞에 놓인 현실은 여전히 결정해야 하고 뛰어 넘어야 할 험준한 산의 연속일 수 있지만 그들은 오늘도 꿈과 희망을 찾아가고 있다.  ‘열정’ 넘치는 전남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을 찾아 예비 치과의사 네 명의 솔직한 입담을 들어봤다.

김병기:   전남대 생명과학기술학부를 졸업하고 전남대 치전원 입학. 아버지가 광주의 명망 있는 치과의사로 가업을 이어 받는 것이 목표(이하 김) .

정진안:  서울 출생으로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부 졸업. 어렸을 때부터 의사가 돼야겠다는 막연한 상상의 나래를 키워 옴. 치과를 자주 내원하면서 치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어린 마음에 치과의사 선생님의 모습이 매우 듬직해 보였음(이하 정) .

박정호:  대전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지역시스템공학과 졸업. 장애인 봉사 등을 통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만나 호흡을 하다 보니 연구하고 분석하는 일 보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적성에 맞는다는 자체 평가. 이후 진로에 대해 신중한 고민 후 결국 2013년 전남대 치전원에 입학(이하 박) .

백재성:  전남대 약학과 출신으로 졸업하고 약사로도 근무한 경험이 있으며, 현재도 주말에는 아르바이트로 약국에서 근무. 여자 친구도 전남대 치전원에 재학중인 이른바 캠퍼스 커플(이하 백) .


Q1. ‘그래봤자 치과’ or ‘그래도 치과’?


 김: 그래도 치과 아닐까 싶다. 물론 선배님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치과의사 직업의 메리트는 점점 떨어질 것이라고 말씀 하시곤 한다. 그러나 이런 말씀들의 대부분은 경제적인 부분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듯 했다. 경제적인 부분을 완전히 배제하고 생각할 수 없겠지만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성취감, 보람 등을 고려한다면 아직까지 치과의사라는 직업은 그래도 치과라는 쪽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정: 두 개 중 하나를 고르라면 그래도 치과 쪽이다. 최근 청년실업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또는 취업한 친구들의 어려운 얘기를 듣고 있으면 아직까지 치과의사로서의 삶은 괜찮다고 본다. 자아를 찾기 위한 시간적 여유도 있을 듯 하고, 치료를 잘 끝내고 환자들로부터 고맙다는 진심어린 얘기를 들을 수 있는 보람된 직업이다.  

 박: 그래도 치과다. 본인이 전공을 살릴 수 있는 복된 직업이 몇이나 되겠는가. 물론 경제적인 부분도 빼놓을 수 없지만 본인의 전공을 마음껏 펼칠 수 있고, 펼친 의술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두 가지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것에 큰 만족감이 든다. 

 백:그래도 치과 쪽이다. 인생이라는 큰 그림을 그렸을 때 나의 의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봉사를 하고 산다면 보다 삶이 풍요로워 질 것이다. 자랑은 아니지만 어렸을 때부터 공부방 등에서 봉사를 하며 참의미를 되새겨 왔다. 봉사하는 치과의사의 삶을 누려보고 싶다. 특히, 멀지 않는 미래에 임플란트와 같이 혁신적인 술식이 다시 개발 돼 다소 침체에 빠져 있는 치과계에 다시 한 번 활력을 불러 일으켜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2. ‘클리닉 푸어(Clinic Poor)’, 어느 정도 공감하는가?

 백:졸업을 한 상태가 아니라서 솔직히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얘기다. 종종 선배님들은 힘들다는 말씀을 자주 하시지만 졸업 후 나와 봐야 대략적으로 감을 잡을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빠르게 개원을 하고 싶지 않고, 최대한 경험을 많이 쌓고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기면 개원을 할 것이라는 어렴풋한 신념은 갖고 있다. 

 박: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는 듯하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경우 치과의사들이 집중돼 경쟁이 심화되는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반면 의료기관이 많지 않은 지방 소도시 지역에서는 치과를 찾아가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등 지역별로 많은 편차를 보이고 있다. 경쟁이 심한 지역보다는 의료기관을 많이 필요로 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개원을 한다면 어느 정도 클리닉 푸어 현상이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 

 정:동기들 또는 동아리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아무도 본인이 나가서 개원에 실패할 것이라는 생각은 안하고 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는 남보다 하나라도 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수련여부도 하나의 경쟁력이 될 수 있으며, 외적인 면도 경쟁력의 한 요소라 생각하고 외모, 환자를 대하는 화술 연마 등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이 같은 경쟁력의 밑바탕에는 치의학적 전문지식이 기반이 돼야함은 물론이다. 경쟁력을 갖추면 어느 정도 클리닉 푸어의 삶을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김:아직까지 국내 보건의료계 현실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예로 서울 다음으로 치과가 많이 몰리는 지역이 광주인데, 졸업한지 2~3년 남짓한 선배님들도 광주에 우선적으로 개원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정말 심각한 클리닉 푸어 시대라고 한다면 그 분들이 그렇게 경쟁이 심각한 지역에 개원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도시 중심으로 계속 개원이 몰린다면 아마도 본격적인 클리닉 푸어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은 된다.

Q3. 세대 간 간극, 치전원생들을 향한 일부 편견에 대한 시각은? 

 박:선후배들이 허심탄회하게 다양한 이야기들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자리가 많으면 좋겠지만 후배들이 먼저 나서서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좀 어려운 측면도 존재한다. 간극을 좁히기 위해선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선배 분들이 나서야 되지 않을까 싶다. ‘임상에 약하다’ 또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많다’는 치전원생들에 대한 치과계의 일부 편견도 알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졸업생들 가운데 일부에 해당하는 졸업생들의 문제이며, 스펙트럼 자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일부 편견을 치전원생 전부에게 일반화 시키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른다. 

 정:졸업하지 않는 학생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들이 많다. 열린 마음으로 선배들께서 바라봐 주시고, 그 만큼, 기대에 부흥하는 자세를 우리 스스로도 보여야 한다. 

 김:치전원생 출신들은 ‘개인주의’라는 일부 치과계의 시각은 대학원생 출신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아닌 듯하다. 근본 문제는 이미 경쟁이 심화된 치과계에 후발주자로 뛰어 들어 살아남기 위해 보다 적극적 또는 공격적인 자세로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간과했기 때문에 나오는 편견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신세대가 과거에 비해 개인주의적 성향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변화의 시기라는 측면이 보다 설득력 있지 않을까. 선후배간에 서로 무엇인가를 해주기를 바라는 것 보다 서로 대화의 장을 만들려는 자세가 선행돼야 한다. 

 백:분명한 것은 치전원 출신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는 편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학부에서 어떤 다양한 일들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려운 개원 환경으로 이 같은 편견이 생긴 듯하다. 세대 간 간극이 생기면 해당 지역 치과의사회 내에서 해결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돌발 질문============================================

학업에 가장 방해가 되는 요소는?

 맨땅에 헤딩하는
 ‘학생진료’ 케이스
 심리적 압박 최고

김: 전국 치대나 치전원생들의 공통적인 의견일 것이다. 여러 방해 요소가 있지만 그 가운데 가장 힘든 부분은 ‘학생진료’ 부분이다. 본인이 직접 환자를 섭외해서 진료까지 마쳐야 하는데 환자를 섭외하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들다. 특히, 타 지역 출신 치전원생들의 경우 더욱 환자 섭외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광주 출신이라도 환자를 섭외할 수 있는 요소가 한정적이라 쉽지 않다. 환자 섭외가 안 되면 마감 기한은 다가오고 케이스를 채워야 하는 심리적 압박감이 매우 크다. 병원 측에서 따로 환자 섭외를 위한 시간을 주지 않기 때문에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정: 똑같은 답변이다. 집이 서울이다 보니 외지에서 환자를 섭외해야 하는 입장이다. 지인들도 서울에서 광주로 오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고, 섭외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도 여간 미안한 마음을 지울 길이 없다. 간담회 불과 몇 시간 전에도 복지관에 환자섭외 전화를 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그만 전화를 하라는 대답 뿐이였다.

박: 동감이다. 환자를 섭외하러 복지관 등을 찾아 갔을 때 헛걸음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환자를 찾아 간다는 것은 오전 또는 오후 시간을 통째로 비워야 한다는 의미인데, 그렇게 찾아가 환자를 섭외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매우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병원 측에서 임의의 사회 복지기관과 연계해 원활하게 환자를 섭외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공부를 하는 학생 입장에서 매우 반갑고 효율적일 것이다.

백: 주말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입장에서 등록금 문제가 가장 방해되는 요소다.


Interview_ 최남기 전남대 치의학전문대학원장================


“공정한 관찰자 인식하는 치과의사 돼라”

후배들에게 주고 또 주고
선배들에게 듣고 또 듣고
동문·모교사랑 남달라

“우리 학생들이 항상 ‘공정한 관찰자’를 인식하는, 슬기롭고 현명한 치과의사가 됐으면 합니다.”

최남기 전남대 치의학전문대학원 원장은 ‘과거’이자 동시에 ‘미래’인 후배 치과의사들에게 건네고 싶은 조언의 서두를 이렇게 꺼내들었다.

그는 “임상적인 술기나 지식은 당연히 학교에서 배우겠지만, 치의학 서적 말고 특히 심리학 관련 서적을 많이 읽어야 한다”며 “세상에 대한 지혜, 통찰력이 생길 수 있다. 그런 것들이 사회 생활하면서 환자를 대할 때, 주변 선후배 치과의사를 대할 때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운동이나 취미활동 역시 필수 전제 조건으로 꼽았다. 최 원장은 “삶의 활기를 찾을 수 있는 운동이나 취미활동을 꼭 한 가지 이상은 가졌으면 좋겠다. 그게 바로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전남치대 1회 졸업생으로 학교의 대선배인데다가 실제 개원을 8년 이상 하다 공직에 들어선 경력이 있는 만큼 개원가와 학교 양쪽의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요즘 젊은 치전원생’들을 향한 세간의 편견에 대해 최 원장은 그런 시각을 넘어서려면 좀 더 소통하며 배우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성장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차이가 있다”며 “우선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좀 더 베풀어주고 후배들은 선배들의 의견을 많이 듣고 단점에 대한 쓴 소리가 있다면 고칠 점에 대해서는 고맙게 받아들일 용기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치과의사로,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로 살아가는 동안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특히 최 원장은 최근에 읽었던 책 내용을 인용하며 “‘공정한 관찰자’라는 말이 있더라. 어떤 것이 옳은 것인가, 어떤 것이 도덕적인 것인가를 판단해 주는 가상의 인물로,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바로 그 ‘공정한 관찰자’가 있다고 생각하며 행동하고 일을 하면 세상을 현명하고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더불어 그는 이런 학생들을 온전히 양성해 치과계로 배출하기 위한 학교, 그리고 동창회 차원의 노력들을 강조했다.

최 원장은 “학생들을 훌륭한 임상 술식과 건전한 윤리를 지닌 치과의사로 길러내기 위해 학교에서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며 “치과의사 윤리학을 비롯해 선배 치과의사들의 다양한 조언을 접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으며, 학생들에게 보다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2호관을 현재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동문회에 대해서도 “멘토·멘티 제도 시행, 치과 개원 지원 센터 운영 등 후배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 동문회는 전남대 내에서 모두 부러워하는 동문회로, 열정과 응집력, 애교심이 남다르다”며 학교 발전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윤선영 기자 young@dailydenta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