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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연 지어다가 몇 년을 먹었다

'동네치과 원장끼리 식사합시다' <23> 전북 군산 ‘화요모임’


매주 화요일 반가운 얼굴들 만나 이야기꽃
믿고 신뢰하지만 “매출 얘기는 절대 안해”


구차할 뜻이 없는 그들의 만남은 간결했다.

서해와 금강이 만나는 곳, 소설 ‘탁류’의 배경이기도 한 전북 군산에 ‘잘 뭉치는 모임’이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약속이 잡힌 지난 6일 군산 나운동 소재 한 음식점. 미리 언질 받았던 시간이 되자 하나 둘 공평하게 모두 여섯 자리가 채워졌다. 별 다른 일이 없는 한 매주 화요일 얼굴을 본다는 이 모임에서 이렇게 또 한 번 그들의 ‘한 끼’가 거듭났다.

자리에 앉자마자 이날 모임에 나오지 못한 동료 원장이 갑자기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대번에 불려 나왔다. 옆에 앉아 있던 박재성 원장(믿음치과의원)이 바로 전화기를 꺼내 그의 안부를 챙긴다.

사실 언제부터 이런 ‘루틴’이 매주 이어지고 있는 건지 정작 본인들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각자가 모임에 나오게 된 사연들을 모으고 ‘형님’이라고 불리는 선배 치과의사들이 기억을 더듬자 조금씩 ‘실체적 진실’이 흘러나왔다.

대략 2006년 경 같은 학교 출신들의 친목 모임으로 시작되다, 인수 받은 선배 원장의 소개로 나오기도 하고, 그냥 아는 동료를 따라 나왔다가 정식 멤버가 되기도 하면서 조금씩 모임의 틀이 잡혔다.

이날 참석한 고향도 원장(고향도치과의원), 김학철 원장(미소담은치과의원), 조성균 원장(세종치과의원), 이주현 원장(시민치과의원), 박민철 원장(사이좋은치과의원), 박재성 원장(믿음치과의원) 등 6명에 부부 치과의사인 이두철·이현정 원장(바른이치과의원)을 더하면 이들의 ‘정예 멤버’가 완성된다.

나와서 하는 얘기들도 웬만해선 ‘일상다반사’를 넘어서지 않는다. 예를 들어 매출 얘기는 절대 안 한다는 설명.
6명의 치과의사들은 점심 특선으로 준비된 아구탕, 홍어탕, 알내장탕을 함께 나누며 이런 저런 화제들을 차례로 밥상에 올렸다 내렸다.

사소한 안부와 소식, 주변의 이야기들이 떠돌다가 요새 지역 개원가와 갈등을 빚고 있다는 한 치과의 이야기가 나오자 분위기가 일순 무거워졌다.

드물게 민감한 주제가 나오면서 호흡들도 조금 거칠어지기는 했다. 하지만 격의 없고, 신뢰할 수 있는 선의의 관계에서 오고 갈 수 있는 언어들은 이 모임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되새김질하는 것처럼 보였다.

1시간 남짓 얼굴을 맞댄 사람들이 올 때와 마찬가지로 공평하게 자리를 떴다. 이들은 다음 모임 때 어디서, 무얼 먹고 있을까. 일단 군산의 명물 짬뽕이 모임에 잠정 소환됐다. 장소는 미정.

몇 해 전 시인 함민복은 시 한편과 밥 한 끼의 가치를 작품에서 등가 치환했다. 이날 모인 치과의사들 역시 또 하나의 인연을 지어서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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