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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 턱관절 근육, 그리고 육아

스펙트럼

치아와 턱관절이 최소한의 근육의 힘을 매개로 해서 유기적으로 움직일 때 조화로운 악기능이 완성되며 우리는 이것을 상호 유도(guidance)라고 부릅니다. 반면에 치아에서의 접촉이 턱관절의 움직임을 방해하고 턱관절의 움직임이 치아의 형태와 조화롭지 못하는 경우에는 근육의 과긴장을 일으키고 그런 것은 간섭(interference)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 부모가 열심히 공부하는 자식을 보며 더 힘을 내서 일하고, 자식은 그런 부모를 본받아 더 성실해지는 모습은 상호 유도라고 할 수 있지만, 부모가 제 욕심으로 자식의 앞길을 대신 만들어내려고 애쓰고 자식은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키려고 억지로 노력하는 모습은 간섭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디까지가 서로를 위한 상호 유도이고 어디부터는 간섭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저는 상호보완성과 힘을 기준으로 판단하려고 합니다. 치아와 턱관절이 서로의 기능을 상호보완 하고 부모와 자식이 서로의 존재 의미를 상호보완 한다면 둘 사이에는 최소한의 긴장만이 존재할 것이며 이것을 상호유도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치아의 형태와 배열이, 턱관절의 해부학적인 형태가 하악의 움직임에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하지 못해서 관련된 근육에 지나친 긴장을 초래한다면 그것은 간섭이 될 것이고 치아마모나 턱관절증상, 만성치주염등의 파괴적인 증상을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부모가 하는 말이나 행동이 부모 자신에게조차 스트레스로 느껴진다면 그것은 지나친 힘이 작용하는 것이고 이것은 아이에게도 지나친 간섭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호파괴적인 부모 자식간의 관계 때문에 부모는 화가 나고 아이는 전체 근육이 과긴장되거나 위축되면서 구부정한 자세와 소극적인 삶의 태도를 가지게 되기가 쉽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저는 비저작측에서의 접촉을 무조건 평형측 간섭(balancing interference)이라고 부르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라고 생각합니다. 유도와 간섭을 기계적인 접촉만을 가지고 판단하기 보다는 상호 보완성과 근육을 매개로 하는 힘의 관계로 평가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저작측에서의 접촉이 근육의 불필요한 긴장을  초래하지 않고 전체 움직임에 도움이 된다면 저는 그런 것을 과감히 평형측 유도(balancing guidance) 라고도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아빠가 육아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면 엄마가 지나친 간섭이 아닌 부드러운 힘으로 평형측의 유도 역할을 하는 것이 이상적인 것과 비슷합니다.

육아를 할 때는 내가 아이를 일방적으로 키우는 것이 아니고 아이는 나를 통해서 배우고 나는 아이를 통해서 성숙해지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내가 아이보다 훨씬 잘났다는 생각은 부모 자식간의 관계에서 과긴장을 유발하고 부모의 큰 소리를 만들고 아이입장에서는 불필요한 간섭을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육아의 아는 아이 아(兒) 자가 아니고 나 아(我)자가 더 적합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아이를 키우면서 철이 들다 보면 비로소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 기대어 의존한다는 인간(人間)이라는 한자어의 의미를 가슴으로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옥용주 내이처럼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