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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살람 알라이쿰’ 무슬림 환자가 온다

서대문 ‘무슬림 관광촌’ 90% 의료관광 목적
해마다 급증 추세…치과계 새로운 파이 창출

앗살람 알라이쿰’ 무슬림 환자가 온다
상) ‘입국 75만명, 평균진료비 1039만원’ 치과의 현실은?
하) “슈크란 꼬레아(고마워요 한국)” 수준 높은 진료에 탄복

전 세계 사람 중 4분의 1은 무슬림이다. 무함마드(마호메트)의 가르침에 따라 율법을 행하는 인구만 총 17억 명에 이른다. 이들에게 한국이 새로운 관광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아직까진 특정국가에 집중돼 있지만, 지난 2014년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입국한 무슬림 관광객은 약 75만 명(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이르고, 매해 19% 정도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올해는 1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관계자들은 한류열풍과 반무슬림 성향이 서구보다 옅은 국내의 상황, 그리고 뛰어난 의료환경이 이런 흐름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국내 치과의료에도 새로운 ‘금맥’이 될 수 있다는 평이다<편집자 주>.

강남의 한 치과.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한 대학생이 성공적으로 교정된 턱을 보고 옅은 탄성을 내뱉는다. “It’s so marvelous(정말 놀라워요).”

올해 의과대학에 진학하게 된 대학생 N양은 의사 인맥을 통해 한국에 있는 K원장을 알게 됐고, 지난 8~9월에 걸쳐 턱교정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았다. K원장은 “다른나라 의사에게 수술 받는 게 쉽진 않은 일인데, 우리가 제시한 일정에 잘 따라와줘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은 국민의 88%가 이슬람의 율법에 따라 사는 중앙아시아의 대표적인 무슬림 국가다. 이 일대를 오가며 의료관광객을 유치하는 M업체의 한 관계자는 “중앙아시아 무슬림 국가들 사이에서도 치과를 포함한 한국 의료수준은 정평이 나 있다”고 말했다. N양 측이 치과에 지불한 진료비는 총 1300여 만원 수준. 국내 환자와 동일한 진료비다.

# 10명 중 8~9명 의료관광객

최근 서울 서대문구 일대는 한국을 찾은 무슬림으로 호황을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대문역 부근에 자리 잡은 레지던시 호텔을 중심으로 ‘무슬림 관광촌’이 조성된 것이다.

이 부근의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는 레몬을 좋아하는 아랍권 관광객들을 위해 레몬을 들여놓고 있으며, 할랄만 취급하는 상점도 늘어나고 있다. 제과점에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무슬림을 위해서 ‘NO PORK’라벨이 붙은 샌드위치를 판매하고 있다. 

무슬림들이 가장 많이 찾는 바비엥1레지던시 프런트 관계자는 “평소 객실의 절반 이상은 아랍권에서 온 관광객들로 예약이 찬다”며 “기도실, 할랄 식단 등이 소문나면서 거점이 됐고, 이 일대에 일종의 문화권이 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레지던시 호텔의 관계자는 “하루평균 600여 명의 무슬림이 이곳에 묵는데, 이중 거의 대다수가 의료관광을 온 분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를 찾는 무슬림 관광객, 그리고 의료를 목적으로 찾는 ‘의료관광객’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 의료계 큰 손 ‘평균 1039만원 지출’

문화체육관광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에 입국한 무슬림 관광객은 2010년 38만 명을 기점으로, 46만 명(2011)→54만 명(2012)→64만 명(2013)→75만 명(2014) 등으로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다. 5년 평균 19% 정도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 추세에 따르면 2015년 90만 명, 2016년 117만 정도가 입국했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한국 의료를 비롯한 국내 시장에 대한 씀씀이도 만만치 않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을 찾은 전 세계의 관광객 총 1420만 명이 국내에서 쓴 돈은 인당 평균 160만원 수준인 데 반해 무슬림은 인당 평균 525만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산업진흥원의 통계에 따르면 2009년 890명에서 시작된 무슬림 의료관광객의 규모는 2011년 3144명으로 대폭 상승했고, 2013년 약 8000명 수준으로 성장했다. 1인당 평균 1039만원을 한국 병원에 지불했다. 가히 의료계의 큰손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다.

UAE 등과 국가간협약에 의해 국내 의료시장을 찾는 의료관광객을 중개하는 이정주 와이더스코리아 대표는 “12개 대형병원과 계약을 맺고 사업을 진행하는데, 연간 2000여 명 정도를 관리하고 있다”며 “유럽국가에서 치료 받다가 오는 케이스가 많은데, 중환자들 사이에서 ‘그래도 한 번 해보자’는 한국 의료진의 열정과 실력을 높게 사는 여론이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 “치과 서비스 니즈 분명 존재”

치과의료에 대한 수요는 어느 정도일까? 전체 비중에 견줘봤을 때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보건산업진흥원에서 조사한 ‘의료기관 종별 외국인환자 현황’에 따르면 작년의 경우, 치과병의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총 8282명으로 전체의 2.8% 정도를 차지했다.

아랍권 혹은 무슬림으로 한정지으면 그나마 유의미한 통계조차 잡기 힘들다. 국가간협약으로 활발하게 의료관광이 시행되고 있는 UAE나 범아랍권으로 분류할 수 있는 카자흐스탄(무슬림 70%)의 경우 2015년 카자스흐탄 국적자가 2만3231명, UAE 국적자가 5419명 국내에서 진료를 받았으나 상위 진료과 8개 중 치과는 찾아보기 힘들다. 내과가 압도적으로 많고, 피부과, 산부인과, 검진센터, 외과 등이 상위에 올랐다.

이정주 대표는 “실제로 무슬림 15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조사한 결과, 치과를 비롯한 타 의료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분명히 존재했다. 특히 중환자를 보살피러 오는 배우자 등 가족들을 위한 치과 서비스가 유효할 거라고 본다”며 “다만 치과계에서 이런 수요가 있다는 자체를 잘 모르고 있다. 성형외과계의 경우 적극적으로 네트워킹을 제안하면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정국환 치협 국제이사 역시 “한국 치과의료에 대한 홍보가 필요한데, 대규모의 자본력을 지닌 대형치과가 아닌 이상에야 정부의 활동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복지부나 보건산업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