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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스탠다드(블루아메리카)

Relay Essay 제2158번째

친구의 소개로 홍은택이 쓴 ‘블루아메리카를 찾아서’라는 책을 읽어보았다. 저자는 동아일보 미국 특파원을 하다 퇴사한 후, 미국에서 공부하며 직접 발로 다니며 보고 느낀 것들을 인터넷 뉴스에 연재하였고, 이를 묶어서 이 책을 내었다. 저자는 미국이 현재 추구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와 자본의 세계화, 무한경쟁의 논리가 어떻게 미국에 뿌리내리고 있으며, 이로 인해 어떠한 결과가 초래되었는지를 책 속에서 보여준다. 즉 단순히 미국을 여행한 기행문이 아니라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비판하는 책이고, 현실 속에 주를 이루는 이념들의 실상과 이들의 단면을 잘 바라보게 해주는 책이었다.

저자는 미국의 거대한 다국적기업이 발생했던 곳이나 공장이 있던 곳, 혹은 유명한 일화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돌아다니며 서술하였다.

예를 들자면, 자동차 산업의 발생지이자 엄청난 부귀영화를 누렸던 디트로이트가 현재 유령도시와 같이 변해버린 모습이라던가, 월마트 본사가 있는 아칸소 주의 벤톤빌에서 월마트의 엄청난 성공 신화 뒤에 숨은 근로자들의 빈곤에 대해서 지적한다. 이 외에도 많은 사례가 소개되어 있었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을 옮기자면 다음과 같은 부분이 있다.

“맥도날드 형제의 시도는 서비스 산업에서도 노동, 특히 기술력 있는 노동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시대를 개막했다. 언제나 누구든지 기계가 지시하는 대로 따르기만 하면 물건이 나오고 서비스가 마무리됐다. 사람은 가만히 있고, 물건이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움직였다. 미국의 자동차왕 헨리 포드의 조립공정이 자동차 대중화와 함께 노동자 중산층 시대를 열었다고 하면, 맥도날드의 스피디 서비스 시스템은 값싼 서비스와 함께 저임금 시간제 노동의 시대를 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일이든 열심히만 하면 괜찮은 삶을 누릴 수 있다는 미국의 신화가 깨지기 시작했다. Work does not work(일해도 소용없다). 열심히 일해도 빈곤에서 탈출할 수 없는 직업들이 속출했다.” (p.55-56)

“월마트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래를 중개하는 소매유통업체다. 월마트가 기존의 소매유통업체와 다른 점은 양쪽이 만족할 수 있는 중개를 하는 게 아니라 극단적으로 소비자 편에 선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질 좋은 제품을 싸게 사는 것을 원한다. 월마트는 하루에(1년이 아니다) 찾아오는 2천만명의 소비자들을 지렛대로 활용해서 납품회사들에 납품단가를 낮추라고 압력을 가한다. 납품회사들로서는 제조원가를 낮추다 낮추다 안되면 낮출 수 있는 것은 인건비밖에 없다. 그래도 안되면 공장을 저임금의 중국으로 옮긴다.” (p.127)

위에서 언급된 맥도날드나 월마트의 사례를 보아도 이들 기업은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 과거 고전적 행정 이론이나 과학적 관리론 등에 의거하여 컨베이어 벨트 식으로 조직을 운영하거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극단적으로 노동계층의 희생을 강요하는 태도를 요구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회사의 이익은 증가하였을지 몰라도 인간소외라던가 파편화된 인간, 그리고 양극화라는 문제를 야기했다.


조직의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인적, 물적 요소를 조직 관리하는 제반 지원활동을 말한다. 여기서 ‘효과적’이라는 말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것이다. 최소 비용의 최대 효율을 ‘효과적’이라고 본다면 미국의 대기업들이 취했던 방식이 바른 예라고 볼 수 있을 지 몰라도, 인간의 입장으로 볼 때 그 방식이 과연 효과적이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이 책은 미국이 과거에 그들이 ‘효과적’이라고 믿었던 방식들로 인해 현재 얼마나 많은 폐해가 있는지 보여주었다. 지금 우리사회의 시대적 흐름도 너무나 아메리칸 스탠다드를 따라한 덕분에 그 폐해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고, 앞으로 더 크게 드러날 것이다.


최소비용, 최단시간에 눈 앞에 드러나는 목표만을 추구하다 보면 인간성이 상실될 가능성이 크다. 조직을 구성하고 운영하는 데 있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는 풍토가 자리잡는다면 그런 폐해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박영희 부산대치과병원 보존과 전공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