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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스크포스(task force)

시론

태스크포스(task force, TF)란 원래 군사부문에서 유래된 용어이다. 특수한 상황에서 특수한 임무가 부여된 특별편제부대에 붙여지는 이름이었는데, 민간부문에도 ‘특별한 상황’이 많은 시대가 되어서인지, 민간에서 더 즐겨 사용되는 느낌이다. 기존의 조직편제로는 문제에 대한 접근과 해결이 용이하지 않다고 판단되었을 때, 기동성과 유연성, 아울러 상황종료후에는 해산시키기에도 용이하다는 장점 등으로, 정부나 정당은 물론 민간조직에서도 환영받으며 유행처럼 ‘別動隊’를 만들고 TF표딱지를 붙이는 것을 보곤한다.

一見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대처를 하는 듯하여 국민이나 조직구성원들의 환영을 받는 듯하지만, 종종 TF의 성과는 초동대응시의 요란함에 비해 실망스럽고 지지부진하다. 이러한 현상은 TF를 구성하지 말아야할 경우임에도, ‘편의상’ TF가 구성되었을 때 여지없이 나타난다고 필자는 믿는다.

예컨대, 누가 일을 맡아도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 정부는 ‘적당한’(여당의 이미지가 약한 공무원이나 정치적 수명이 길지 않아도 될) TF팀장을 임명하고 팀을 구성한다. 팀장은 본인이 어떤 사연으로 낙점된 지를 이미 알고 있으므로, 조직전체나 사회의 공리에 부합하는 최선의 결과를 지향하지 않으며, 그러한 결과를 도출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 정부는 팀을 구성하여 가동했으니, 여론과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시간을 벌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문제해결의 과정에서 중대하거나 사소하거나간에 모든 판단과 결정의 권한을 표면적으로 TF에 일임하는게 통례이므로, 여론의 공격이나 민원에 대한 부담으로부터 자유롭다. 결국 사라질 조직이므로 당장의 비난이나 책임에 대한 부담도 없으므로, 정의롭지 못한 판단이나 무리수의 강행도 TF는 불사한다. 이쯤 되면 준전시상황의 계엄사령부같은 조직이 어느새 탄생한 셈이다. 이것이 대부분의 TF가 실망스럽거나 심히 잘못된 결과를 남기게 되는 전형적 메커니즘패턴이다.

대안은 없는 걸까? 대안이 없는 게 아니고 TF라는 대안자체가 문제의 씨앗이요 핵심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TF구성이라는 대책에 습관처럼 의존하는 대응자세와 임무회피태도가 큰 문제이다.  TF구성을 명하는 리더가 책임운영하는 방대한 조직과 인력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위급한 일이 생기면 그제서야 군대를 새로이 조직한단 말인가? 이미 존재하던 본대는 어디에 있고, 학도병과 의용군을 모집한단 말인가? 그렇게 상황이 특수하고 절박하며 새로울까? 지금의 조직과 인력은 정녕 새로운 상황을 이해하고 대처할 수 없을 만큼 상황모니터링에 태만했는가? 아닐 것이다. 다만 상황을 피하거나 쉽게 상황을 넘기고자 TF구성을 결정한 리더는 지도력과 의지가 부족한 것이며, 이러한 결정은 자연스레 그러나 필연적으로  상황대처의 책임과 의지를 희석시키고, 결국 상황대응이 적절히 된 것인지, 안 된 것인지도 조차도 모르도록 의도되었다는 심증도 관찰력 있는 구성원들은 가지게 된다. 이러한 구도로 정치적 대립이 복잡히 얽힌 일에는 심심찮게 TF가 투입되는데, 정부는 처음부터 여론과 국민의 시야와 기억 속에서 교묘히 사라진다.

TF와는 약간 다르지만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유사개념의 필요성에서 잉태된 특별검사제도가 여러 나라에서 위헌과 합헌의 논쟁이 계속된다는 것은, TF운영의 장단점이 주는 명암의 교차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요컨대, TF의 구성과 운영은 때론 필수적이다. 그러나 TF를 과도히 쉽게 남발하는 정부나 조직은 전술한 바대로 교묘한 태업을 일삼는 집단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상황이던 리더와 주무부서장이 전문가들과 함께 우선적으로 책임대응해야 한다. 이런 대응이 이루어질 때 조직의 성실함과 진정성이 입증되고, 조직은 명실공히 ‘상설TF’로서 구성원이 신뢰하고 지지하는 대상이 될 것이다.

잘 읽고 ‘True or False’를 가리는 시험문항을 보듯, TF가 구성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눈앞의 TF가 보여주는 현란한 움직임보다, 그 움직임이 의도하는 바가 정녕 True인지 False인지에 선량한 구성원들이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용호 서울 중구회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