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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가족 자유여행

Relay Essay 제2159번째, 제2160번째

지난 추석 연휴를 이용하여 미국 서부로 아내와 두 아이들을 데리고 자유여행을 다녀왔다. 워낙 많이 찾는 관광지다 보니 패키지도 많지만 그만큼 정보도 넘치는 관계로 영어가 짧아서 시행착오 하더라도 자유여행을 해볼 계획을 세웠다.
라스베가스 들려서 그랜드캐년을 보고 로스엔젤레스 가서 아이들을 위해 테마파크를 돌고 샌프란시스코 관광으로 마무리하는 일정이었다. 여행을 많이 다니셨던 장모님께서는 “여행은 가방 싸는 재미여”라고 하셨는데 여행 자체도 즐겁지만 준비과정도 재미있는 것이라는 말이다.
항공기 예약, 호텔 예약, 라스베가스 유명 쇼 예약, 그랜드캐년 경비행기 투어 예약, 렌트카 예약, 테마파크 티켓 예약, 미국내 이동을 위한 국내선 항공기 예약 등등 그야말로 예약할 것 투성이였다. 동선에 가장 효율적으로 호텔 위치 잡고 일정에 따른 시간표 세우고 쉬엄쉬엄 즐기면서 준비해서 6개월 정도 걸린 것 같다.

라스베가스는 미국인들도 많이 찾는 관광지고 화려함에 걸맞게 낮보다는 밤에 더 멋진 도시였다. 카지노로 유명하지만 가족 여행을 즐길 수 있는 환경도 괜찮았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은 수족관과 수영장 시설이 좋았고 인공 파도가 치는 모래사장이 있어서 해수욕장을 연상케 했다. 해질 녁에는 바로 풀 사이드 무대에서 밴드의 라이브 연주가 펼쳐졌다. 쇼의 도시답게 음악, 아크로바틱, 불, 물, 성인 관련 쇼 등 온갖 쇼들이 밤마다 펼쳐진다. 우리 가족은 라스베가스 3대 쇼 중 하나라고 하는 오쇼를 관람했다. 물과 서커스가 결합된 아크로바틱 쇼였다. 한 시간 반이 지루하지 않았다.

그랜드캐년 사우스림을 가기 위해 경비행기를 타고 네바다 사막을 가로질러 날아가는데 협곡들이 끝없이 펼쳐졌고 콜로라도 강과 후버댐이 장중하게 펼쳐졌다. 도착한 그랜드캐년 역시 명불허전으로 그 스케일에 압도 되었다.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두 번째 도시 로스엔젤레스로 이동했다. 여기서는 렌트카를 빌렸다. 우리가 짐 트렁크가 세 개니까 차가 넉넉해야 한다면서 예약한 차보다 업그레이드를 하라고 직원이 호의적으로 권유해서 그렇게 했는데 나중에 하루에 40달러씩 더 청구되어 있었다. 영어가 짧아서 못 알아들은 나의 실수였다. 참고로 미국에서 네비게이션은 빌릴 필요가 없다. 뭣 모르고 빌렸는데 작동도 잘 안돼서 거의 못썼고, 대신 스마트폰의 구글 맵을 이용했는데 이것으로 잘 찾아다녔다. 한국어 음성으로 교차로도 알려주고 색깔 표시로 실시간 교통량도 알려주고 우리나라에서는 안되는 네비게이션 기능이 미국본토에서는 너무 편리하게 잘 되었다. 혹시 미국에서 렌트카 타실 분은 하루에 20달러가량 되는 네비게이션 빌리지 말고 구글 맵을 추천 드린다.

갈 곳도 많았지만 이 도시는 아이들을 위해서 스케줄을 잡은 관계로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하루, 디즈니랜드에서 하루를 꼬박 보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아이들도 즐거웠지만 나 같은 어른들도 즐기기에 손색이 없을 만큼 짜임새가 좋았다. 4D 영화와 놀이기구를 합친 기술력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어린이들은 다 좋아하지만 어른들을 위해서는 특히 스튜디오 투어, 해리포터와 트랜스포머관을 추천 드린다.

디즈니랜드는 왜 여기가 테마파크의 원조인지 느끼기에 충분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꼬박 하루를 보낼만한 가치가 있었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 나도 아이들과 여러 놀이기구를 타며 하루를 보내니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는데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사회생활하며 가장 노릇하느라 머릿속에서 지워졌던 동심을 그 곳에서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되찾은 기억이 너무 아련하고 소중했다. 퍼레이드를 볼 때는 아이들보다 내가 더 신났던 기억이 난다.

다음날 로스엔젤레스 다운타운을 구경하고 공항으로 이동해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운전을 안 하는 것이 팁이다. 주차할 곳도 없고 주차료도 비싸고 주차 잘못했다가는 벌금이 엄청나다. 좁은 땅에 인구밀도가 높은 곳의 자동차 억제정책의 결과이다. 관광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일일가이드를 이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우리는 일일가이드를 구했다. 600달러에 하루 관광과 호텔 공항 간 왕복 픽업을 해주었다. 괜찮은 조건이다. 유명한 곳을 두루 돌아보았는데 샌프란시스코는 역시 금문교가 랜드마크였다. 건설역사가 잘 전시되어 있고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 뒷이야기가 있어서 명물이 된 것 같다. 금문교 건너면 미국 해군을 상징하는 Lone sailor라는 동상이 하나 서있다. 미국 전역에서 기부금을 받아 건립한 것인데 그 옆에 기부자들 명단의 가장 윗줄에 한국인 이름이 있었다. 그 분은 실리콘밸리에서 55세 나이에 벤처기업을 시작하여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첫 한국인이었다. 경제적 성공뿐만 아니라 기부를 통한 사회 환원 활동도 열심인 분이었다.

소살리토를 보고 티뷰론을 관광하였다. 가이드 말로는 티뷰론은 경치가 좋아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경치세를 낸다는 동네이며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지가 가장 비싼 스무 곳 중 하나라고 한다. 고급주택과 호화요트가 정박해 있고 1년 내내 바다가 잔잔하며 멀리 샌프란시스코 시내와 금문교가 다 보이는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이동하여 태평양으로 넘어가는 노을을 바라보며 모든 일정을 마무리 하였다.

이번 여행은 가족들을 위해 기획을 많이 했다. 여행은 재미도 있고 피곤도 하지만 다녀온 후에 남는 추억이 더 큰 선물인 거 같다는 생각을 항상 하곤 한다. 자유여행이라 일정 내내 나는 스케줄대로 잘 움직이려고 긴장하고 있었지만 가족들 모두 만족 해 하고 잘 즐기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두 아이들이 유니버셜 스튜디오와 디즈니랜드에서 너무 행복해했던 모습과 아내가 이번 여행이 너무 좋았다는 평가에 고생한 보람을 느꼈다. 다음 여행은 어디로 갈까 상상하며 추억에 잠긴다.


박재성 군산 믿음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