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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똑 똑!

Relay Essay 제2161번째

몇 년 전 일이다. ‘김 실장~ 이전한 병원에 한번 놀러와! 와서 체크 좀 해줘봐!’ 라는 OO병원 원장님의 전화를 받았다. 첫 직장이었던 OO병원 원장님과는 아직도 연락하며 지내는 터라 원장님의 SOS 요청에 흔쾌히 기차에 몸을 실었다. 축하인사 드릴 겸 방문해서 이런저런 병원 일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중, 원장님께서 새로 뽑은 실장이 좀 불안하다며 상담해줄 것을 원하셔서 크게 고민하지 않고, B실장과 면담을 시작했다.

B실장에겐, 내가 예전에 원장님과 일했던 사람이고 원장님 덕분에 잘 성장해서 네이버에 치과리더들을 위한 카페도 운영하고 치과 실무교육컨설팅도 하고 있다며 소개를 하였다. 혹시나 궁금한 점이나 도움 줄 만한 것은 도와주겠다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친근한 실장님의 태도에 자신감을 갖고 실장 업무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누고 무사히 면담을 마친 것으로 생각하고 돌아왔다. 흡족한 마음으로 잠들었고 개운한 아침을 맞이한 그 다음날 아침, 원장님께 전화가 왔다.

“김 실장! 오늘 아침 출근했더니, B실장이 유니폼도 갈아입지 않고 내 방에서 딱 기다리고 있더라. 그리고는 사직서를 제출하고는 근무도 않고 가버렸어.”

“네? 어제 상담도 잘 받고 열심히 일하겠다고 이야기까지 했는데, 도대체 사직 이유가 뭐라던가요?”
“원장님께 신뢰를 잃어서라는 거야! 어제 상담한 후 곰곰이 생각해봤더니, 원장님께서 그 분께 자신의 개인적 상황을 이야기했을 거란 확신이 점점 들더라는 거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한 원장님과는 더 이상은 일하기가 힘들다며… 무슨 이야기를 했기에 그래?”

나는 그 순간,  아차! 싶었다. B실장은 DISC로서는 신뢰구축형이었고, MBTI로서도 내향 감정형이면서 타인에게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보수적 태도를 가진 유형이라,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자신의 정보가 타인에게 쉽게 노출되면 신뢰를 잃는다. 부지불식간에 내가 흘린 B실장에 대한 정보를 그는 마음에 새기며 듣고 있었던 것이다. 지방이라 다시 방문하기 힘들 것 같아 첫 면담부터 관계형성 없이 업무적인 이야기로 들어간 것이 실수였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2차 혹은 3차까지 천천히 진행을 해야 했다.

면담 마지막에 나를 바라보던 김 실장의 눈빛이 이제야 기억이 났다. ‘너 뭔가 듣고 나한테 이런 말 하는구나!’ 라는 의심의 눈빛. 마음을 여는 시간이 필요한 신뢰구축형에게 내 급한 마음을 들키고야 말았던 것이다. 원장님께 거듭 사과드렸고, 원장님께서도 어차피 개인사가 불안한 사람이라 나갈 거로 생각했다고 하셨지만, 이 일은 상담한 나도, 실장님, 원장님 모두에게 상처를 주는 사건이었다.

이 에피소드는 내 상황만 생각하고 상대방 유형을 고려하지 않고 상담했을 때의 실패담이자,  상담에 있어서 상대방의 유형을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교훈담이기도 하다.

다수의 원장님들께서 가장 두려운 소리 중 하나가 똑똑똑!!! 노크소리라고 하시는 분들이 꽤 있다. 근무 외 시간에 직원이 두드리는 노크소리! 그 다음 어김없이 이런 말도 함께 따라온다.

‘원장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그 순간 또 나간다고 하는구나, 혹은 누구랑 싸운 걸까 하는 생각에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사람에겐 자신을 움직이는 주요 동기와 초점이 되는 무엇이 각자 있다. 그 무엇과 한번 오해가 생기면 다시 좋은 관계로 되돌리기가 어려워진다. 섣부른 유형의 잣대로 사람을 재는 태도로 ‘넌 이런 유형이니 이렇게 행동할 거다!’라고 대놓고 말하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 하지만, 상대의 상황이나 성향 패턴을 고려하지 않고 내 식대로 대화했을 때 문제의 크기를 키우기도 한다.

쉬는 시간이나 회식 때 하는 가벼운 상황이 아니라, 목적 있는 대화를 해야 할 상황일 때 나만의 대화방식이 있는가? 직원들 간 다툼이 일어났거나 팀 불화나, 컴플레인 환자를 설득하는 상황일 때, 나는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

치과 일이란 것이 진료 말고는 대부분 사람 관계와 관련된 일이다. 환자나 직원관리처럼. 사람을 보는 심리적 유형을 한 가지 정도 알아두는 것이 의료 관리자에게 필요하다. 진심으로 상대방의 패턴에 맞추는 리더의 대화법이 있다면, ‘똑똑똑!!!’ 원장실을 두드리는 노크소리가 더 이상 두렵지 않을 거 같다.
  
김소언 덴키컴퍼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