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察言而觀色 (찰언이 관색)

시론

2016년 1월을 시작하며 하루에 한 구절 쓰고 의미를 생각하기 시작한 신정근 작가의 “마흔 논어를 읽어야할 시간” 101구절 중 오늘 95번째 구절 惠而不費(혜이불비. 도움을 주지만 헤프지 않고)을 읽고 국가의 복지와 치과의 복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많은 시간이 필요할 줄 알았는데 시간 날 때 한편씩 읽다보니 얼마 남지 않았다.

夫達也者 質直而好義 察言而觀色 慮以下人 在邦必達 在家必達
(무릇 통달이라고 하는 것은 질박하고 정직하여 정의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가려듣고 안색을 살펴서 사려하여 상대방에게 겸손하므로, 나라에서도 반드시 통달하고 집안에서도 반드시 통달한다.)
8월 유난히 무더운 여름날 76번째 구절인 察言而觀色 (찰언이 관색) 의미에 대해 글을 쓰며 실생활과 치과경영에서의 활용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읽고 있던 다른 책에서 “항상 어떤 화제(話題)든지 화제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혹시나 무슨 관련이 있지 않을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무심코 하는 말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있음을 깨달아 항상 상대의 표정을 살피는 것을 잊지 않아야한다”라는 문장을 접할 수 있었다.

이런 우연이라니, 하늘이 우연을 통해 삶에 가르침을 준다고 한다. 그동안 타인과 대화를 하며 서로의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의견이 다른 상대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했다. 상대방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순간 나는 공격적인 말을 내뿜었다. 그러한 나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같은 내용의 문장을 동시에 접하게 하여 가르침을 주는 것이리라.

혈기 넘치는 젊은 시절. 나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다름 보다는 틀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를 좋아했다. 대인관계를 하며 나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 거침없이 상대가 틀리다는 표현을 하며 거칠게 상대방을 공격하였다. 그러한 순간 서로는 대화가 아닌 언쟁을 이어가며 서로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주었다. 신체의 상처는 시간이 지나며 아물지만 마음의 상처는 더욱 커진다고 한다.

젊은 시절 언쟁으로 상처를 주었던 분들과 지금도 관계가 매끄럽지 않다. 물론 사람의 관계는 일방적인 관계는 없기에 누가 먼저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였는가가 중요하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타인의 행동을 비난하며 나의 잘못된 행동을 정당화하려 하지 말라는 아들의 말이 생각난다. 무심코 의미 없이 던진 말에서 스스로 콤플렉스를 지닌 사람은 그것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기에 날카로운 언어의 칼을 내민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스스로 가지고 있던 콤플렉스는 나만의 콤플렉스였지 타인이 나를 열등하게 보지 않았다. 지금 나로 인해 상처 받았던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察言而觀色(찰언이 관색)을 치과에서 보호자를 동반한 어린이나 어르신 치료에 대해 보호자와 상담을 할 때 환자분이 상담 내용과 치료 계획에 따른 비용에 대해 듣지 않도록 보호자와 따로 조용히 상담을 한다. 상담을 하는 의료인이 생각하는 가장 적절한 치료 계획은 환자와 보호자의 건강과 진료에 투자될 수 있는 시간과 경제적 상황에 따라 가장 적절한 치료라 생각되어지기 힘들 때가 많다. 상담을 하고 치료를 선택할 때 의료인의 계획대로 치료를 받고 싶은 것이 환자분과 보호자분의 마음이지만 그렇지 못함을 스스로 인식할 경우 환자분과 보호자의 얼굴 표정은 좋을 수 없다. 그리고 상담이 끝나 치료계획이 결정되고 치료에 들어갈 때 보호자와 환자 앞에서 보호자 입장에서 가장 적절한 치료를 선택하여 주신 보호자의 선택을 존중해 준다.

논어 한 구절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치과경영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논어를 읽고 말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던 여름날 일요일 오후 골프 라운딩을 하는데 날씨가 너무 더웠다. 무심코 동반자에게 “그래도 우리는 돈이나 내고 이 더위에 골프를 치는데 돈 받고 이 더위에 있으면 힘들겠어요?”라는 말을 하는데 옆에 있던 도우미가 나를 쳐다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병기 대덕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