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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치과서 실습 이게 개원 현실이구나! 번쩍

창간 50주년 특집 연중기획 : 세대공감 좌담회 (9)원광치대


■세대공감 좌담회

‘고구마 현실, 사이다 토크’

‘예쁜 사진을 위해 맨 잔디 위에 누워 달라, 계속 점프해 달라’는 요구에 치대생 네 명이 땀방울을 흘리며 응했다. 원광대학교의 넒은 캠퍼스 잔디 위에서 한참을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느낀 것은 ‘확실히 젊다. 그래서 걱정도 덜하고 꿈도 맑은가 보다’는 것이었다. 이제 곧 치과의사가 될 그들이 생각하는 미래를 들어봤다.

강병민: 사회와 경제, 역사 등에 관심이 많은 호기심쟁이. 이런 사회적 지식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해 보는데 흥미를 느낀다. 미래 치과의사란 직업은 어떨까? 곧 내게 다가올 현실이라 더 궁금하다.(이하 강) 

김수환:  친구들과 어울리 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재수, 삼수를 하게 됐다. 그런데 계속 공부를 하다 보니 의대, 치대갈 성적이 나왔다. 대학에 들어와서도 사람이 좋아 이일 저일 하다 보니 학생회장을 하고 있다.(이하 김)

류지은:  학교도 수련기관도 집에서 가까워야 한다는 이상한 집착녀. 그래서 대학도 집에서 가까운 원광치대를 택했다. 국과수에 들어가고 싶은 꿈을 갖고 있는 그녀는 야무지게 공부하며 한발 한발 자신의 꿈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이하 류)

박수환:  운동과 스타크래프트에 푹 빠져 살다 치과의사란 학문의 길로 들어섰다. 특히, 축구에 빠져 있는 운동 애호가. 자신의 직업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나비효과가 일어났으면 한다는 따듯한 감성도 있다.(이하 박)


우리가 원하는 건 외제차 아니에요
조금 자유롭고 여유롭다면 그걸로 충분


박: 모 대학 컴퓨터교육과에 재학하던 중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것 보다 사람을 상대하고 여유도 있는 치과의사가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이 길로 들어섰다. 치과의사란 타이틀보다는 직업적으로 조금 더 자유롭고 여유가 있다는데 매력을 느낀다. 선배님들이 ‘어렵다, 어렵다’ 하는데 동호회 모임을 나가보면 모두 외제차를 타시더라(웃음).

류: 돈에 큰 가치를 두고 이 길에 들어선 건 아니다. 원래 어려서부터 꿈이 의사였다. 기회가 된다면 국과수에 들어가 법치의학자가 되고 싶다. 그러나 치과의사에게는 TO가 많지 않아 고민이다. 내 실력이 확실하고 열심히 한다면 아주 큰돈은 아니라도 경제적인 부분은 따라 온다고 생각한다.

김: 입시를 몇 번 치르며 공부를 계속 하다 보니 성적이 올랐다. 그래서 당초 사범대에 진학하려던 목표를 바꿔 치대에 들어왔다. 와서 보니 예전에는 개원만 하면 많은 돈을 번다고 했는데 요즈음은 그런 것 같지 않다. 점차 일반 회사원과 차이가 없어지는 것 같다. 그래도 치과의사가 일반 국민들보다는 윤택한 생활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엄청난 부자가 목표가 아니라 적당히 여유 있는 그러면서 가족이나 친지, 친구 등 주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도를 꿈꾼다.

강: 선배 치과의사들은 과거에 비해 ‘죽을 맛이다’라고 많이들 얘기하는데, 그래도 모두 중형 아파트 이상에 외제차를 타고 다닌다. 우리가 보기에는 그 정도면 됐지 하는 부분이 있다. 우리의 기대치가 그리 높지 않다. 선배님들이 치대를 다니며 꿈꿨던 것과 현재의 치대생들이 꿈꾸는 미래에는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다.   

선배 치과 실습경험에서 느낀 깨달음
개원가 알아가고 준비하는 최고 교육모델


류: 원광치대에는 동문 선배들과 연계해 선배님들의 병원에서 1주일 실습을 하는 좋은 커리큘럼이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실제 개원가 현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현장에서 치과위생사들이 그렇게 많은 역할을 하는지도 처음 느꼈고, 환자를 위하는 진료와 서비스가 일선 현장에서 어떻게 이뤄지는지 실제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생각보다 환자를 더 많이 배려하는 서비스에 놀랐다. 대학병원과는 차이가 많이 나는 수가체계도 놀라운 부분이었다. 이런 부분이 우리에게 실질적으로 개원가를 느끼고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박: 실제 선배님 병원에서 일하며 로컬을 접하니 나중에 개원가에 나가 어떻게 할지 미리 그려볼 수 있어 좋았다. 퇴근 후 선배님과 술 한잔 하며 많은 것을 느꼈다. 치대생들에게는 이런 선배와의 커뮤니케이션 기회가 더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 개원에 대한 막연한 생각보다 선배 치과에서의 경험들이 우리에게 개원가의 현실을 더 잘 느끼게 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수련을 하지 않을 생각인데 일반 GP로서 나만의 특화된 부분을 어떻게 만들까 하는 고민을 해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런 의미에서 원광치대 재학생들은 개원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고민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지는 것 같다. 향후 이 같은 제도의 지속을 위한 제반과정이 더 체계화되면 개원가를 이해하는 좋은 교육모델이 될 것 같다.  

고령화 시대 새로운 환자군 확대
먹거리 창출 가능한 치과는 아직도 희망적


강: 결국 수련을 하나 바로 개원가로 나가거나 우리 대부분은 개원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임상현장, 특히 대학병원에서 느낀 것은 아직도 경제적인 부분 때문에 치과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치과 문턱이 높은 분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 대한 보장범위가 더 확대돼야 할 것이며, 이는 결국 우리의 일거리가 아직 더 많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고령화 시대에 따른 환자군 확대, 이에 따른 의료보험 확대로 치과진료는 더욱 늘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 절망할 때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아울러 연구쪽으로 진출하려는 인원들을 위해 국가지원을 확충하는 등 새로운 시장, 먹거리 개발을 위해 할 수 있는 부분이 아직 많다는 생각이다.  

동료들 위해 지킬 것은 지키며
나만의 특화된 치과의사의 길을 찾고 싶다


김: 개원가에 진입하면 선배들이 먼저 자리 잡고 있는 자리에 들어가는 것이니 최소한의 예의, 상도덕을 지켜야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가서 인사하고 자신의 병원 운영방식을 얘기하는 것이 최선 아니겠나 싶다. 가능하면 정확한 세금납부나 적정진료 등 지켜야 하는 부분을 다 지키며 일하고 싶다. 우리가 치과의사로서 명예·위상을 갖는 것은 우리의 책임을 다할 때라고 생각한다. 돈을 조금 덜 벌더라도 환자들을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하고 싶다.

강: ‘치과 못 믿겠다’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이런 인식을 바꾸고 싶다. 이는 치과의사들끼리도 신뢰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의 정화작용과 대국민 홍보가 절실한 것 같다.

류: 일반인들은 치과 가기가 무섭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입 안으로 무엇인가 들어가는 것 자체가 공포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공포를 덜어주는 ‘안 아픈 진료’를 하는데 관심이 많다. 이를 가능하게 할 새로운 기술로 공부하고 익히는데도 관심이 많다. 나만의 특화된 기술을 같은 진료를 해도 환자가 더 편하게 느끼는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  

박: 나 역시 ‘안 아픈 진료’에 관심이 많다. 치과가 내과만큼이나 많은데 국민들은 아직도 마취나 치과진료에 대한 공포로 치과에 가기를 꺼린다. 환자에게 더 많이 설명하고 소통하는 것이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환자들이 어느 치과나 믿고 갈 수 있도록 우리끼리 자정작용을 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리·사진=전수환, 정연태 기자




돌발 질문============================================


치과의사가 안 됐다면?

 강:  미래를 예측하는 사회학자? 농경에서 산업사회를 거쳐 서비스가 접목되는 사회가 됐다. 다음사회는 인간 중심의 그 어떤 사회가 되지 않을까?

김:  원래는 수학교사가 꿈. 재수, 삼수를 하며 성적이 오르다 보니 치대생이 됐다. 자라나는 학생들의 인격형성에 좋은 영향을 줘 큰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마음에 교사를 꿈꿨다. 

류:  치과의사는 손이 떨리면 못하는 직업. 그래서 다른 일 뭘 할까 고민해 보니 평소 향수에 관심이 많아 조향사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손이 떨려도 할 수 있는 일 같다.

박:  외국은 치과의사 출신 축구선수도 있다는데… 운동을 워낙 좋아해 기회가 된다면 하부리그 축구선수로 뛰어보고 싶다.


Interview_ 이병도 원광치대 학장================

“역량·도덕성·창조성 갖춘 치과의사 양성”

‘지도 교수제도’로 학생과 소통 술술
기성세대가 조금 더 이해하고 노력해야


“역량과 도덕성을 갖추고 자기 주도적이면서 창조적인 치과의사 양성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이병도 원광치대 학장은 지난 6월 30일 본교 학장실에서 기자와 만나 자신의 교육 철학과 주요 교육 프로그램 등을 소개했다. 우선 이 학장은 자신의 교육 철학을 세 가지 키워드로 설명했다. ‘역량’과 ‘도덕성’, 그리고 ‘자기 주도적이면서 창조적인’ 치과의사 양성이 바로 그것이다.

이 학장은 “우선 학생들을 역량 있고 도덕적인 치과의사로 교육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내면이 잘 가꾸어지고 인성이 훌륭한 사람이 나중에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고 우리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리더가 될 수 있다. 또 여기에 더해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이고 창조적인 사람이 되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세 가지 덕목을 갖춘 치과의사 양성을 위해 원광치대는 학생들에게 ‘인문학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또 학생과 교수 간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마련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학장은 “정식 커리큘럼에 들어간 것도 있고 안 들어간 것도 있는데, 학술활동과 봉사활동 등에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지덕겸수(知德兼修), 도의실천(道義實踐), 제생의세(濟生醫世)라는 원광대학의 교육 목표에 부합하는 인재로 성장하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원광치대는 지난 2014, 2015년 두 해에 걸쳐 매년 17번가량의 철학,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문학 강연을 개최했다. 이는 학생들이 치과 전공지식과 술기뿐 아니라,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이유, 목적, 방법 등을 항상 고민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또 원광치대는 학생과 교수 간의 소통을 위해서도 힘을 쏟고 있다. 이 학장은 “‘지도 교수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대학만의 장점은 아닐 수 있지만, 우리 대학은 ‘굴비제도’라는 게 있다. 한 학년에 3~4명의 학생이 교수 한명과 연결돼 있다”며 “이처럼 교수와 학생들이 밀착해서 이야기 하다 보면, 학생들이 평소 안 하던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학생과 교수 사이의 원만한 소통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학장은 젊은세대와 기성세대 치과의사간의 화합을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기성세대가 먼저 젊은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 학장은 “세상에는 항상 갈등이 있다. 치과계 내에서도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중요한 건 이러한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이다. 기성세대로서 해야 할 것은 상대방인 젊은세대를 좀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즉, 젊은세대가 안고 있는 고민 가운데 일부는 우리 기성세대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