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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마인드와 엔지니어 마인드

시론

요즘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바야흐로 요리의 전성시대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만큼,먹방 프로그램이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재밌는 점은 과거에는 여자 요리사들이 주인공이었던 요리 채널들이 최근에는 남자 요리사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먹기 조차 힘들던 시절에는 무엇을 먹을까 하는 일이 큰 일이라 요리를 하는 것 자체가 즐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다양한 요리의 세계로 갈수 없었지만, 요즘은 무엇을, 어떻게 먹을까의 시대로 바뀐 것 같다. 따라서 먹방시장이 커지다 보니 비즈니스 마인드가 뛰어난 남자 요리사들이 두각을 나타내게 된게 아닌가 한다.

그중에서도 P씨는 스타 요리사로서 방송인과 비즈니스를 넘나드는 이 시대의 Hot people이 되고 있다.
얼마전 동네 골목상권과의 갈등과 세금 문제 때문에 국정감사에 설 정도로 거물이 된 그는 이미 연 매출 1200억이 넘는 회사의 대표이사이다.

브랜드만 해도 새OO식당, 홍O반점, 한O포차, 역O우동 등 무려 20개, 가맹점수 1267개의 엄청난 규모이다. 대학시절 이미 가게를 3개나 운영하는 15억원대의 자산가 였을만큼 그의 비즈니스 마인드는 떡잎부터 남달랐다. 기업의 꽃이라는 이러한 비즈니스 마인드가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근래 들어 연구 개발보다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옛 속담도 비즈니스 마인드의 중요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본질보다 과하게 포장돼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비즈니스 마인드와 막강한 자본력으로 골목상권을 침투하는 모양새가 영세 자영인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모양이다.

아울러 막강한 자본력과 마케팅으로 동네 치과들의 숨통을 죄고 있는 불법 네트워크 치과를 바라보면 우리 치과계도 남의 집 일만은 아니다.

솔직히 P씨의 유명세와 자본력 마케팅을 바탕으로 진행중인 음식점들은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다지 뛰어난 맛으로 승부하는 곳이라고 볼수는 없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고 성업중인것도 사실이다.

어느 블로그에서 직장에서 은퇴하고 아무 준비없이 음식점이나 치킨집, 빵집을 차리니까 P씨 가게의 수준의 맛으로 이정도 까지 번창할수 있지 않으냐는 가슴 뜨끔한 글을 읽은적이 있다. 빵이건 음식이건 제대로만 만들면 작은 빵가게에서 대기시간이 4시간이나 걸리더라는 얘기까지 덧붙이면서 거대 공룡에 대한 대응책을 제시 하였다.

필자도 혈기왕성한 30대만 하더라도 규모도 크게 하고 마케팅과 광고를 통해서 대형치과를 운영하려는, 비즈니스적인 관점으로 치과를 바라본적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을 접었다. 일본의 초밥집이나 우동집, 빵집 등이 필자의 벤치 마킹이 되던 순간이었다.

대기업도 일본의 초밥집이나 우동집에 경쟁력이 없어 진입하지 못할 만큼 뛰어난 맛을 자랑하는 그들이지만, 나름대로 몇가지 원칙이 있었다. 아무리 가게가 잘 돼도 주인이 장을 본다. 아무리 가게가 잘 돼도 주인이 요리를 한다. 아무리 가게가 잘 돼도 확장을 하지 않는다. 이런 진실된 마음으로 장사를 하니 당연히 손님도 많고 돈도 잘 번다. 그러나 큰 돈은 벌지 못한다.

필자도 위와 같이 비즈니스 마인드도 좋고, 플랫폼도 좋지만 치과라는 나의 직업은 엔지니어 마인드로 접근 하려 한다.

치과라는 일을 비즈니스로 접근하는 순간 무거워지고, 올인을 해야 한다.
일을 가벼이 내려 놓을 때 즐길 수 있고 더욱 강한 힘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치과의사중에 뛰어난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배출되었으면 한다.

다만 그 재능을 비즈니스가 필요한 다른 분야에서 마음껏 발휘하여 제2의 최규옥 사장같은 분이 각계 각층에서 눈부신 활약을 하기를 기원한다. 치과의사들도 치과일이 아닌 다른일에 도전하는 동료 치과의사들을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마시고, 어려운 도전에 힘찬 박수를 보내주시길 바란다. 법대 나온 사람들이 법조인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무한경쟁의 시간을 보내듯이 우리 치과의사들도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이 우리 치과의사의 수급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물론 잘 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지만.

이제 부와 명예를 보장해주는 직업은 없다.

치과의사만 되면 어느정도 부와 명예를 보장해 주었던 과거는 잊고 치과의사라는 하나의 직업으로서 캐주얼 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치과의사가 되는 꿈이 필요한게 아니라 어떤 치과의사가 되겠다는 꿈너머 꿈이 필요한 시대라 생각한다.

아울러 국정감사 마지막에 상생에 대한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는 P씨의 답변같이 상생이라는 두 글자를 가슴속에 새기고, 비즈니스 치과를 만들기전에 엔지니어 마인드와 동료 치과의사들의 얼굴을 한번이라도 떠올리길 부탁드린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