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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렙 더디고, 와이어 꼬이지만 내 맘속 치과의사 ‘실력, 정직, 공감’

창간 50주년 특집 연중기획 : 세대공감 좌담회 (10)단국치대

■세대공감 좌담회

‘고구마 현실, 사이다 토크’


이번에는 기존의 ‘노회한(?)’ 4학년 학생들이 아닌 ‘푸릇한’ 본과 2학년 학생들을 만나 그들의 치대생활과 고민, 진로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환자의 모습과 치과의사의 입장 사이에서 배회하고 있는 그들은 “아직 잘 모르겠다”고 서두를 뗐지만 누구보다 명확한 치과의사상을 갖고 있었고, 자존감 또한 강했습니다.

신현정:  진로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해 고3 시절 교수 연구실을 박차고 들어간 당찬 여성. 교정치료를 해준 원장님에 대한 따뜻한 기억이 목표의식을 가진 지금의 자리로 밀어 올렸다. (이하 신)

김민수:  여행을 통해 ‘소심가’에서 ‘대심가’로 급반전한 특이한 케이스. 학원 원장 선생님의 “넌 딱 치과 원장”이라는 고견을 받들어 치과대학에 입학했다. 망함을 두려워 않는 쿨가이. (이하 김)

홍주형:   “아버지랑 치, 친해요” 더듬는 말로 치과의사 아버지에 대한 아련함을 드러낸 치의 주니어. 지칠 때면 합주실로 가 바이올린, 비올라를 잡으며 마음의 현을 고르는 예술가의 면모도 두루 갖췄다. (이하 홍)

조성지:    소싯적에 과잉에 가까운 진료를 겪고 난 후 적을 미워하는 대신 ‘적진’을 바꿔보고자 혈혈단신 치과대학으로 걸어 들어왔다. ‘신뢰, 신뢰, 신뢰’를 부르짖는 열혈 과 대표. (이하 조)

최지명:  아직 내 맘은 치과의사보다 환자에 가까워. 치아가 안 좋아 치과를 자주 찾았지만 나를 위로한 원장, 하나 없었네. 내 집 같은 치과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이하 최)

“넌 치과의사가 딱이야” 주변 예감은 틀린적이 없어

맘따로 손따로 실습 좌절 지금은 적응하고 즐긴다

Q. 여러분들은 왜 여기에 와 있나?

신: 치대, 의대, 한의대를 놓고 진로를 고민하면서 많은 전문가들을 만났다. 대형 종합병원도 돌아다니고 개원한 의사, 치과의사 선생님들도 만나 봤는데 결론은 ‘치과의사가 가장 잘 맞을 거 같다’는 것이었다.

김: 영어학원 원장님의 조언이 결정적이었다. 대단히 활동적이고 인맥도 넓은 원장님은 “너는 치과를 개원하면 잘 할 것 같다”고 말해줬다. 비관적인 선배들의 이야기가 있었지만 그건 사회 전반의 문제라고 본다. 오너십을 갖고 내 치과를 운영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홍: 외교관이 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치과의사인 아버지께서 치과의사로서의 고충을 들어 의대를 권유하기도 했지만 선택과 집중에서 치과가 유리하고, 손으로 하는 일에 자신이 있어 입학했다.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 

조: 수능을 마치고 치과를 갔는데 ‘과잉진료’를 당했고, 다른 치과에서 그걸 알았다. 그 이후 정직한 치과의사가 되는 일도 멋있겠다는 생각을 해 치과대학에 입학했다. 생각보다 힘든데, 실습하면서 재미있다고 느끼고 있다.

최: 부모님께서 ‘사’자 직업을 바라신 것도 있다.(웃음) 입학하고 적성에 맞다는 생각을 했는데 요즘 실습하면서 ‘내 길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느끼기도 한다.

Q. 치대생으로서 프라이드를 언제 느꼈나?

신: 진료봉사를 간 적이 있다. 고작 어시스트를 한 나에게 한 어르신이 너무 고마워하시는 걸 보며 감동과 보람을 느꼈다. 그때 처음으로 치대에 들어온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꼈다.

김: 다른 사람이 고통받는 상황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누군가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직업이 치과의사라는 점에서 치대생으로서의 강한 프라이드를 느낀다.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직업은 많지 않다.
홍 치대 공부를 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구강악안면 영역은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주는 부위고, 이 영역에 대해 전문가가 돼 간다는 자체가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이다.

조: 마취의 선구자이자, 전쟁터 외상 치료의 선봉에 섰던 치과의사는 정말 대단한 직업이다. 최근 보톡스, 레이저 등의 판결에서 치과의사가 구강악안면부위의 전문가라는 게 공인됐는데 이런 학문을 공부하는 치의학도로서 굉장히 자랑스럽다. 

최: 의대에 간 친구들이 “테크니션이 되고 싶었던 거야?”라고 물은 적이 있는데,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부분을 개선해 주는 직업 역시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치대생으로서 프라이드를 느낀다.

Q. 치대에 들어와 내 맘 같지 않은 일은?

신: 처음 실습했을 때. 프렙 실습, 와이어 말기 등을 하는데, 마음은 조급한데 원하는 만큼 손이 안 따라줘서 애가 탔었다. 지금은 적응하고, 즐기면서 하고 있다.

김: 치과대학에만 갇히는 느낌? 입학할 때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일과상 어려운 부분이 있다. 치과대학이라는 더 편한 집단에만 고립되는 느낌이 아쉽다.

홍: 치대 밖 친구들과 공감대가 줄어드는 느낌. 오랜만에 만나서 고충을 말하다보면 졸업, 취업 등을 말하는 친구에게 마치 ‘사치처럼’ 여겨질 내 얘기를 하기 힘든 아쉬움이 있다.

조: 역시 실습에서의 좌절. 또 하나는 모든 과목을 책과 강의로 완전히 소화해야 겠다는 포부를 갖지만, 결국 시간에 치여 족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최: 지난 학기 시험기간 엄청난 양의 공부와 실습이 닥쳤는데, 체력이 워낙 안 좋은 터라 몸이 따라가질 못했다. 방학 기간 중 체력을 키우려고 노력했다.

Q. 내가 그리는 치과의사 모델은?

신: 아픈 것을 고쳐주는 것 뿐 아니라 환자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 어렸을 때 교정치료를 받았는데, 갈 때마다 반겨주는 원장님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김: 교수님 한 분이 실패기를 말하면서, 정말 환자가 뭘 원하는지 무엇이 최선인지 생각하니 결국 잘 되더라는 조언을 해줬다. 환자와의 라포를 바탕으로 돈에 휘둘리지 않고 내 신념과 철학대로 진료하고 싶다.

홍: 아파서 오는 환자들과 따뜻한 유대감을 나누는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 아버지 치과에 갔는데 할머니 한 분이 총의치에 대해 너무 고맙다며 인사를 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다.

조: 사실 치과의사 이미지가 좋진 않았다. 그러나 외부의 편견을 극복하고, 환자에게 신뢰감을 주는 치과의사가 되겠다. 실력과 환자 수준에 맞는 설명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최: 선천적으로 이가 안 좋아서 치과에 자주 갔는데, 환자 입장에서 나를 대해주는 치과의사가 많지 않았다. 환자 입장에서 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을 주는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

Q. 내가 그리는 내 치과이름은?

신: 행복을 주는 치과. 아픈 부위를 치료하는 것을 넘어 우리 병원에서 만나게 되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김: 단단치과. 개인적인 초심이 단단하게 오래가기를 바라고, 환자에게 치과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단단한’ 보철물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고 싶다. 단국치대 출신이라는 프라이드 역시 담고 싶다.

홍: 늘미소치과. 많은 환자 분들이 통증, 치료에 대한 두려움 등을 가지고 오시기 때문에 진료를 통해서 환자들이 늘 미소 지을 수 있는 치과가 됐으면 한다.

조: 믿음치과.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진료상은 정직하게 진료하고, 환자와의 이해를 통해 환자를 치료과정에 참여시키는, 이 두 가지 과정을 통해 환자에게 의사에 대한 믿음을 주는 것이다.

최: 내집같은치과. 환자의 고통에 공감하지 않고 아파도 참아라, 라던 원장님을 보면서 내집처럼 편안한 분위기의 치과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Interview_ 조용범 단국치대 학장================

“직업윤리 거창한게 아니라 가장 기본을 실천하는 것”

“서두르지 말고 한 걸음 한 걸음 가다보면 치과의사로서 일가를 이룰 때가 분명히 옵니다.”
조용범 단국치대 학장은 자신의 ‘과거’이자 동시에 ‘미래’일 후배 치과의사들에게 건네고 싶은 조언의 서두를 이렇게 꺼내들었다.

단국치대 1회로 올해가 졸업한 지 30년째가 된다는 조 학장은 “사실 지금 학생들은 굉장히 불안해 하고 있다”며 “일단 그들에게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한다. 빨리 출발하거나 늦게 출발하거나 굉장히 서두르거나 결국 나중에 걸어가는 것을 보면 다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요즘 치과계의 화두로 떠오른 윤리 의식에 대한 언급이 나오자 조 학장은 “윤리에 앞서 기본을 가르치는 교육현장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얼마 전 수업 시간이 끝난 후 학생들이 사용한 실습실을 찾은 조 학장은 다음 시간 담당 교수에게 양해를 구하고, 수업 중인 학생들을 다시 실습실로 불러내 깔끔하게 정리를 시켰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굳이 직업윤리를 언급하거나 가르칠 필요가 없다. 가장 기본적인 것, 간단한 부분이 윤리교육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신념”이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준비된 치과의사’로서의 덕목에 대해 조 학장은 두 가지 전제조건을 달았다. 지금 학교 교육에 집중하는 것과 임상외적인 자신만의 인생설계가 바로 그것이다.

조 학장은 “특히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것에 대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기본기에 충실하지 않는 것으로 대강대강 학점을 따거나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경우도 많다”며 “학생들이 집중해서 배워야 학문적인 베이스를 가지고 자신만의 시스템을 잘 구축해 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아울러 임상외적인 자신만의 설계도 필요하다는 게 조 학장의 생각. 그는 “단국치대에는 현재 동아리가 23개나 된다. 취미나 운동 등 자신만의 영역이 바로 인생의 조미료가 돼 진료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자신의 구성성분이 되는 동시에 인생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드는 자양분이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이런 학생들을 온전히 치과계로 배출하기 위한 학교, 그리고 졸업 선배들의 지속적인 노력도 강조했다. 2011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외부 병원 임상실습은 매년 후기집을 발간할 만큼 ‘진짜 살아있는’ 임상실습으로 자부한다. 또 졸업한 선배들이 와서 개원과 관련된 유익한 조언을 하거나 외래 교수들이 전해 주는 임상 안팎의 ‘스토리’ 역시 학생들에게는 뼈가 되고 살이 되는 간접 경험들이다.

마지막으로 ‘요즘 젊은 치대생’들을 향한 세간의 편견에 대해 조 원장은 그런 시각을 넘어서려면 치대 내에서 인문사회 교육의 중요성을 증폭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학교 교수 사회에서도 인문사회 교육에 중점을 두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다들 강한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학교에서 시작되는 기본이나 예의가 바로 현장의 윤리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