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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들을 기운 빠지게 하는 방법

시론

임플란트 보험 적용 대상이 70세에서 65세로 낮아진 지 약 4개월이 지났습니다. 말 많았던 치과계 보험 확대가 많은 준비와 치과병원, 의원의 협조 속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스케일링 보험 적용 후 1년 주기의 정기 스케일링을 받는 환자가 많아졌고, 경제적인 부담으로 미뤄왔던 임플란트를 보험 적용을 기다린 끝에 치료받고 기뻐하는 환자들을 보면 저도 함께 기분이 좋아집니다.

보험 확대의 혜택은 환자들에게만 돌아간 것이 아니라 단기적으로 분명 치과 수입에 도움이 되는 면이 있었습니다. 치과의원에 따라 전체 매출에서 보험급여가 차치하는 비중이 많게는 두배까지 늘어난 곳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결과를 가지고 마냥 기뻐해야 하는 것인지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전체 매출에서 보험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남에 있어 치주치료, 신경치료 등의 비중이 높아진다면 이러한 면은 치과의 매출을 안정적으로 유지시켜 주는 기반이 됩니다. 저의 치과가 있는 상가에는 여러 과의 의원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내과, 이비인후과 선생님들은 매출에 있어 날마다 등락이 없이 꾸준한 일정한 수치를 보입니다. 어제 50명 왔던 의원에 오늘 200명이 오는 일은 없습니다. 그래서 인지 퇴근할 때는 항상 평온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치과, 피부과 같은 비보험 과들은 어제와 오늘의 일매출이 날에 따라 열 배씩 차이가 날 때도 있기 때문에 가끔 모임을 가질 때면 그날의 매출에 따라 일희일비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안정적인 의원 유지를 위해서는 내과 같은 보험과 원장님이 부러운 이유입니다.

최근 요 몇 년간 치과의 보험 증가는 비현실적인 기존 치주치료, 신경치료 수가 현실화가 아닌 틀니, 임플란트 보험 적용을 바탕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보험 적용 전까지 적체되어 있던 65세 이상 틀니, 임플란트 환자가 사라지면 없어질 일시적 증가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매스컴을 통해 치과의 보험 급여 증대가 보험 예산을 갉아 먹는 원인인 것처럼 보도되는 사례가 있어 왔습니다.

또 임플란트 행위수가, 재료수가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도 계속 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보도가 있을 때마다 무슨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닐까 예상은 했지만, 이러한 보도로 이뤄진 치과 보험 재정이 과도하다는 여론을 바탕으로 복지부는 지난 25일 고시를 통해 1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치료재료 급여비급여목록 및 급여상한금액표’를 개정, 발령하였습니다. 이 개정에 따르면 지금까지 청구되던 고정체, 지대주의 재료대가 40% 정도 깎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당장 재료수가 신청 가능 금액이 평균 18만원에서 10만원 정도로 줄었는데, 이러한 조정의 근거 자료가 일부 병의원에서 행해지던 패키지 계약 시에 공급 받을 수 있는 가격을 기준으로 하였다니 기가 차서 웃음이 날 정도 입니다.

수천만원의 패키지를 부담할 능력이 없는 소규모 의원은 울며 겨자 먹기로 원장이 손해를 감수하거나 임플란트 제조사에 재료비를 낮춰 달라고 읍소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큰 우려는 이번의 재료수가 삭감 고시가 치과의사들의 반응을 살피는 탐색전이고 2차, 3차로 행위 수가 삭감을 시도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임플란트 보험 적용을 앞두고 많은 치과의사가 걱정하였던 것은 그 당시 복지부가 제안한 수가가 낮아서가 아니라, 제도 시행 후에 이런 식의 강제적인 수가 하락이 있을 것이라는 점이었고 결국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미 복지부는 몇몇 덤핑 치과의 말도 안 되는 최저 수가를 마음속의 기준으로 삼고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치료비의 하락을 걱정하는 것은 단순히 치과를 해서 잘 먹고 살지 못할까 걱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낮은 수가의 치료는 낮은 수준의 치료를 양산할 수 있습니다. 낮은 수가의 치료는 그 치료가 별거 아닌 치료, 쉬운 치료라는 인식을 가지게 합니다. 대표적으로 고난이도의 숙련도를 요하는 수술 발치나 신경 치료가 낮은 수가로 인해 환자들에게 별거 아닌 치료로 인식되는 점이 대표적입니다. 단연히 환자의 기대나 요구 수준이 떨어지고, 치과의사도 치료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을 게을리하게 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요양급여비 중에 치과가 차지하는 비중이, 보험이 확대되기 전인 2013년 3.8%에서 올해는 5%대로 증가할 것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증가를 가지고 치과계 보험급여 확대가 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인 것처럼 호도되는 것이 치과인의 한 사람으로서 억울합니다.
의료인으로서 국민구강건강증진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욕심을 버리라면 백 번 수긍할 수 있지만 양심껏 진료하는 치과의사들의 사기를 꺾는 이런 식의 수가 조정은 지양되어야 할 것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강희 연세해담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