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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 전쟁, 개원 지옥’ 나만의 필살기 있다

창간 50주년 특집 연중기획 : 세대공감 좌담회 (11)강릉원주치대

■세대공감 좌담회

‘고구마 현실, 사이다 토크’


내처 걷다 보니 어느새 끝이다. 이들과 만나기 위해 이른 봄부터 무꽃처럼 전국을 떠돌았나 보다. 예과와 본과로 이어지는 옛적 치과대학생들의 원형이 잘 보존돼 있을 것이라는 속된 기대감을 덮어버린 건 이제 ‘곧’, 그리고 ‘앞으로 내내’ 치과계의 미래를 오롯이 짊어질 그들의 진중한 낙관론이었다. 그 자체로 명료했고, 순수했다.

이현종:  대표지만 리더십이 전혀 없다는 게 걱정인 농구, 축구 마니아. 하지만 주위 학우들의 복수추천 결과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아 당선된 비운의(?) 대표이자 치과대학에 다니면서 치과의사에 대해 더 큰 꿈을 품게 된 대기만성형 예비 치과의사(이하 이)

성한결:  강원도 영월에서 할머니 손에 자란 지역 토박이지만 표준어는 완벽하게 구사하는 아이스하키 플레이어. 어릴 적 가까운 어르신들의 불편함을 보고 치과의사라는 명확한 역할을 가슴에 키워온 일편단심 ‘영월 천재’(이하 성)

고등관:  공군 병장 만기 전역과 수학 교원자격증 취득에 빛나는 84년생 늦깎이 치대생. 애당초 돈 잘 벌고, 잘 나가는 사설 학원 강사가 되려다 자신만의 꿈을 포기 못 해 평생 후회하지 않을 치과의사의 길로 들어선, 알고 보면 소신가(이하 고)

최낙민:  치과기공사 면허증과 함께 현존 강릉원주치대생 중 최고령 타이기록 보유자. 가늠할 길 없는 동안(?)보다 빛나는 개원을 향한 열정. 오랫동안 기다렸던 치과의사라는 꿈의 막바지에 접어든 요즘 올곧은 다짐으로 날을 샌다.(이하 최)


 환자도 공부도 대표도 다 마음처럼 안 되더라

“대도시 아니어도 좋아” 내 롤 모델은 동네치과?


Q. 왜 선택이 치과대학인가?

성:  강원도 영월 하고도 조금 더 먼 시골에서 나고 자랐다. 주변에 어르신들이 많았고, 속칭 ‘머구리’도 많았다. 주위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생각을 하다 나이가 들었고 성적이 좀 되니까 치과의사라는 꿈을 가질 수 있었다. 의대를 놓고 고민을 해 본적이 없다. 왜냐하면 일편단심 치과의사였으니까.

이:  처음에는 수도권 최상위권 대학으로 입시 지원을 했다가 아버지의 권유로 같이 원서를 썼다. 붙은 것 중에 선택을 고민하다 제일 좋은 것 같아서 강릉으로 왔다. 별 다른 건 없고 점수 때문 아닐까.(웃음) 몰랐는데 들어와 해 보니 적성에 맞더라. 수련도 기회가 되면 하고 싶다.

고:  수학과를 다녔고, 교원자격증까지 땄다. 원래 의학계열에 대한 생각이 마음 한 구석에 꿋꿋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졸업할 때 돼서 이렇게 살다가는 평생 후회로 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1년만 더 도전하자는 마음으로 수능을 봤는데, 그게 마침 잘 됐다.

최:  부산서 치기공학과를 졸업했고, 면허도 땄다. 아주 잠깐이지만 기공소 일도 해 봤다. 치기공과 쪽 공부를 계속하면 할수록 왜 이렇게 만들어야 하는 것인가 하는 흥미가 생겼다. 기본적으로 배움에 대한 욕구, 진단에 대한 관심이 강릉으로 나를 이끌게 한 동력이다.

Q. 내 맘 같지 않은, 나를 힘들게 하는 일?

최:  병원 생활을 하면 환자를 많이 보게 되는데, 머리로만 알다가 갑자기 환자를 맞다보면 그게 전환이 잘 안 된다. 알고 있는 지식들을 적용하는 부분, 그걸 배우고 싶어서 치대에 왔고, 그렇게 공부를 했는데 그게 마음 같이 안 되더라.

고:  대학병원이다 보니 당일 진료라는 개념이 없다. 왜 오늘 안 해주냐는 질문에 대해 이해시키고 설명하는데, 당신들은 지금 아프니 이해를 못하신다. 또 치대라기보다는 강릉원주대 전체로 보면 학생 복지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컴퓨터실에 프린터가 없어서 예과 1학년 때 중앙도서관까지 간 적이 있을 정도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웃음)

이: 고등학교 때도 반장 안 했었는데, 여기 와서 대표가 됐다. 누구를 이끌고 그런 능력이 없는데 스트레스가 많다. 전달해야 할 것이 많다. 병원에 가면 완전히 새로운 걸 배워야 하고 실수도 많이 나오니까 제 것 챙기기도 바쁜데, 그게 내 마음 같지 않은 부분이다.

성:  사실 총대표가 따로 있기는 하지만 학번 대표로 또 해야 할 역할들이 있다. 교수님들과 학생들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하는데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양쪽에 전달하기 애매할 때도 있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런 지점이 분명히 있다.  

Q. ‘페이 전쟁, 개원 지옥’ 들어봤나?

최:  치기공학과 출신 동기 중 울산에서 개원한 형이 있다. 지방은 아직 괜찮다는 얘길 들었는데 직접 찾아가 보니 웬걸, 치과가 정말 많더라. 인수 개원으로 초기 비용이 적게 들었는데도 당분간 적자를 각오하는 걸 보니 남 일 같지 않다. 일단 연고가 있는 부산의 외곽 지역에서 개원을 생각하고 있는데, 그것도 몇 년 지나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고:  ‘클리닉푸어’라는게 개원의가 페이닥터 때 보다 소득이 적을 때 적용하는 개념이라고 가정하면 어쨌든 지금 페이닥터들이 받는 것 보다는 개원하면 더 많이 벌지 않을까.(웃음) 또 시간이 가도 비보험 진료가 많겠지만 이런 식으로 보험 진료가 늘어나다 보면 음지에 있던 환자들이 나오면서 소득이 어느 정도 보장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있다.

이: 어렵다는 건 하도 많이 들었다. 공감하는 바도 있고 가까이 있던 사람도 진짜로 어렵다고 말을 한다. 그런데 결국 자기만족이다. 전문직이라는 게 오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그럼 점에서 괜찮다고 본다. 오래하시는 분들은 70세까지 하시는데, 그때까지 할 수 있는 직업이라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다. 내 롤 모델? 동네치과다. 

성:  힘들다는 말 충분히 공감한다. 큰 도시를 원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시골출신이라 강원도 인근에 있을 거 같다. 또 정 안되면 최후의 보루, 영월이 있다(!). 영월에는 치과가 많지 않은데다, 그 쪽에서 공보의 하던 분이 최근에 개원을 했는데 잘 되더라. 큰 도시가 아니라면 저 자신, 낙관적으로 생각한다.

Q. 준비된 치과의사를 위한 전제조건?

성:  사람과의 만남을 유지하고 싶다. 취미를 찾고 이것을 같이 하고 싶은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 공적이지 않은 관계, 마음 맞는 사람과 친구를 갖고 싶다. 무엇보다 스스로를 쉬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방법을 꼭 찾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운동하는 걸 원래 좋아한다. 여가 시간이 많은 편인 직종이니까 활동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스트레스도 풀리고 사람들과도 어울릴 수 있는 농구, 축구를 좋아한다. 벤치 테스트를 하다 보면 교수님들이 자세 잘 잡으라고 하시는데, 요즘엔 오히려 운동하다가 어깨를 다쳐서 고민이다.

 : 치과의사라면 사람을 대하는 능력이 우선이다. 오래하고 잘 하기 위해서는 환자들과의 관계, 즉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고, 책, 영화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인문학적인 소양이 중요하다. 치대를 왔더니 소위 ‘금수저’ 친구들이 꽤 있더라.(웃음) 다양한 연령, 직종, 계층을 만나며 포괄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게 좋지 않을까.

최:  치과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안정감을 주긴 하지만 스스로도 자기 삶의 밸런스를 찾아야 한다. 농구를 좋아하지만 요가나 필라테스 처럼 몸의 균형을 찾는 운동을 하면서 몸도 관리하고 무엇보다 균형 있는 삶을 살고 싶다. 하나에 몰입하지 않고,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통해 이것저것 많이 해보고, 그 폭을 조금씩 넓혀가는 삶을 살고 싶다.

Q. 내일 나만의 치과를 연다면 명칭은?

최:  낙치과. 이름을 풀로 걸면 개성이 없으니까. ‘즐거울 낙’의 의미를 중첩한다.

 : 별더하기치과. 원래 4+(치아건강, 치주건강, 예쁘게, 아프지 않게)라는 의미인데, 4자로 별을 그릴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고, 거기서 나온 스타플러스를 한글로 바꿔봤다.

이:  당연히 내 이름. 동네 치과의사가 꿈이다. 엄청 잘 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 동네에서 ‘응, 이현종치과 가면 되지’이렇게 불렸으면 좋겠다.

성: 한결치과. 한결같다는 한결, 항상 잘 대해주겠다, 변하지 않겠다는 뜻. 스스로 책임감을 다진다는 의미도.

정리=윤선영 기자


Interview_ 조리라 강릉원주치대 학장================
“환자와 관계 좋아야 행복한 치과의사”

교수·학생 1대1 매칭 배움열정·동기애 끈끈

“치과대학 체제로 운영되는 강릉원주대 치과대학은 아주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지원하고 있는데다 국립 치대 가운데 치위생학과가 유일하게 대학에 함께 있어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전문가라는 공동 목표 실현을 위한 협업자라는 인식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요.”

올 3월 21일자로 제12대 강릉원주치대 학장에 취임해 8개월째 중임을 맡고 있는 조 학장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유니트체어에서 마네킹을 통해 대면실습이 가능한 시뮬레이션실을 갖추고 있다”며 “본과 1학년 때부터 지속적으로 환자와 대화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는 진정한 임상환경에 노출돼 있다”고 교육 분위기를 설명했다.

지난 3일 학장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조 학장은 “우리 대학 학생들은 정말 순하고 착실하면서 수련 열의와 배움에 대한 열정이 높다”고 칭찬하면서 “일에 대한 책임감, 협업 능력, 배려심 등 높은 성품과 자질을 함께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에 대한 칭찬과 더불어 조 학장은 “국립대학에 다니는 학생은 부모님의 지원 외에도 국민의 지원으로 다닌다는 점을 학생들에게도 늘 강조하고 있다”면서 “사회적 책임감을 더 훨씬 많이 느끼면서 자신이 받은만큼 사회에 환원하고 약자들을 배려하는 것이 의료인의 의무이자 체화된 권리”라고 강조했다. 

조 학장은 “배움에 대한 열정, 봉사정신, 리더십을 갖춘 훌륭한 인재를 배출하고자 책임자로서 노력하고 있다”면서 “특히 협력적인 의료인이 될 수 있도록 교육과정에 호스피스 등 각 단계별로 할 수 있는 사회봉사과정이 예과 때부터 체계적으로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강릉원주치대의 큰 장점 중의 하나가 학생 수 40명에 교수 42명으로 1대1로 매칭할 수 있는 ‘패밀리제도’의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조 학장은 “대학 초창기 때부터 패밀리제도를 통해 교수 1명이 예과 1학년부터 본과 4학년까지 한명씩 매칭시켜 굉장히 밀착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20년 전부터 자생적으로 운영돼오기 시작해 서로 의지하고 동기들간에도 관계가 끈끈하다”고 자랑했다.

“행복한 치과의사가 되라”고 학생들에게 강조하고 있다는 조 학장은 “진료외적인 부분에서 행복을 찾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지만 경제적인 가치에 우선을 두게되면 성적순으로 순위가 매겨지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라면서 “윤리적인 기반위에서 환자와의 관계가 좋은 사람이 가장 행복한 치과의사”라고 자신의 철학을 소개했다.

강릉원주치대의 경우 치위생학과 학생들과 함께 참여하는 진료봉사 동아리를 통해 직역을 분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역할과 포커싱을 학생 때부터 익힐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훌륭한 치과의사를 배출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조 학장은 “치과의사의 전망이 예전보다 좋지 않다는 말들이 많이 공유되고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 하면서도 “항상 정체된 파이만 봐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지적한 뒤 “우리 사회에서 치과의사를 필요로 하는 부분이 훨씬 많다. 우리 스스로 화려함을 쫓아 범위를 좁혀가는 환경보다 인류애적인 부분을 더욱 확대해 나가면서 좀 더 찾아나서는 치과의사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