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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

Relay Essay 제2170번째

치전원 학생일때의 일이다.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캄보디아로 의료 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었다. 아직 원내생이 되기도 전이어서 할 줄 아는 건 없었지만, 그냥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또 외국에 나간다고 생각하여 큰 기대를 가지고 참석하였었다.

현지에 파견되어 있는 한국 NGO 직원의 도움으로 봉사지와 기간이 정해졌다.

봉사지는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있는 학교였고 그 근처로 형성된 도시 빈민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봉사활동이었다. 봉사 2일째 우리는 뜻밖의 초대를 받았다. 현지 학교 관계자로부터 식사 초대를 받은 것이다. 봉사 4일째 저녁식사였는데 알고 보니 마침 학교 행사 일정이라서 우리뿐만 아니라 캄보디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른 외국인 NGO 사람들도 참여하는 저녁식사라고 했다.

활동이 조금 일찍 끝난 그날 대원 한사람의 제안으로 우리는 그 저녁식사에 한국음식 한 가지를 가져가기로 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음식들을 보니 냄새가 폴폴 나는 김치종류와 장아찌 종류밖에 없는데 왠지 이것들을 가져가자니 문화적 충격이 너무 클 것만 같았다. 한창 의욕이 넘치던 젊은 시절의 우리는 김밥을 만들기로 결정하였다. 현지 NGO 직원의 도움으로 시장을 돌며 김밥 재료를 찾기 시작했고 드디어 ‘김밥’을 완성했다. 들어간 재료들은 현지 시장에서 구한 채소 몇 가지였고 모양도 그다지 근사한 김밥이 아니었지만 완성된 걸 보니 뿌듯하기만 했다.

저녁식사 전 봉사대원들과 함께 어설프게 그린 대한민국 국기를 김밥에 꽂아놓았다. 그날 저녁 김밥의 반응은 과히 폭발적이었다. 여러 나라에서 온 NGO들은 아직 한국에 대해 잘 모르고 있어서, “오 이게 한국음식이예요?”라며 호기심으로 먹기 시작해서 맛있게 먹어서 김밥이 부족했으며, “한국국기가 이래요?”라며 어린아이들은 국기를 얻기 위해 눈물까지 보이는 쟁투를 벌였으니 말이다. 김밥을 통하여 한국에 대한 이야기들을 할 수 있었고, 외국인들은 식사 내내 한국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들을 하고 그에 답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곳에서 봉사했던 기간이 일주일이었고 내가 비록 할 수 있는 거라곤 선생님들 옆에서 기구소독이나 보조정도였지만 내 봉사대 조끼 옆에 새겨진 대한민국 국기를 볼 때마나 대한민국을 알리는 대표선수 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뿐 아니라 봉사대원 모두가 대한민국의 대표 선수 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곳 임시 진료실에 온 환자들은 우리가 입고 있는 조끼의 대한민국 국기를 볼 것이기 때문이었다. 무더운 날씨에 땀은 비 오듯 나고, 가져간 핸드피스 컴프레서가 말썽을 부리는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우리를 보겠다고 이 더운 날씨에 걸어왔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더욱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나의 가운에는 대한민국의 국기는 아니지만 현재 속해 있는 병원의 로고가 찍혀있다. 환자들을 보면서 시간에 쫓길때면 의무적인 질문들과 빨리 끝내야 한다는 생각들이 먼저 들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내가 속해 있는 곳에서 내가 만나는 환자들은 나를 병원의 대표선수로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들을 하면 난 좀 더 환자들에게 친절하고 상냥하며, 최선을 다해서 진료에 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속해 있는 병원 뿐만 아니라 내가 어디에 속해 있든지 난 내가 있는 곳의 대표 선수일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며, 어디서든지 항상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심영보 부산대치과병원 보존과 전공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