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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가는 것이 아니라 살다가 가는것

시론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항상 목표를 세우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그 결과에 따라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합니다. 그 결과에 대한 애착이 강할수록 결과에 대해서 민감해질 수밖에 없고 인생의 모든 것을 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내가 강력히 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 결과가 이루어질 조건이 성숙되야 이뤄집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서 노력해서 조건을 성숙시키는 일 뿐입니다.

보통은 눈에 보이는 것에 익숙해 있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잘 알지 못합니다.

하나의 결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수많은 조건들이 작용합니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대부분의 일들이 내가 원하는대로 되질 않습니다. 그러니 그 결과에 집착하는 마음이 강할수록 일상생활이 힘들어지고 짜증이 늘어나고 화도 많이 올라옵니다. 그렇다고 포기하고 무관심으로 살 수도 없습니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말이 있습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할 일을 다하고 난 그 결과는 나의 몫이 아닙니다.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결과에 연연할수록 괴로움만 더해갑니다. 세상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음을 알고 그 결과에 순하게 받아들일 때 살기가 좀 편해짐을 느낍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결과 위주의 삶이기에 그것을 얻기까지의 과정이 힘듭니다. 그 결과를 얻기까지 많이 시간의 과정이 필요한데 그 시간을 즐기고 행복하게 지내기가 힘듭니다. 왜냐하면 그 결과가 오지 않으면 이 과정이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사는 것이 마음의 여유가 없고 항상 빡빡합니다.
그 얻고자하는 결과도 또 하나의 과정일 뿐입니다. 그 결과 후에 똑같은 패턴으로 또 다른 결과를 위해 살아갑니다.
외부적으로 다른 사람들한테 보여주는 결과는 있을지언정 본인은 사는게 힘듭니다. 그러나 긴장되고 힘들게 살아도 거기에 익숙해 있어서 그것이 힘든 줄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다른 세계를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과거로 인해 후회 속에서 살거나 결과를 얻지 못할까봐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으로 사는 것이 현실입니다. 과거나 미래는 실제하지 않는 관념의 세계입니다.
실제하는 세계는 지금 이 순간입니다.
그러나 지금 살아 움직이는 실제의 세계보다는 존재하지 않는 과거나 미래의 관념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젊을 때는 미래에 대한 생각으로 나이가 들어서는 지나간 추억으로 살다보면 지금 바로 앞에서 움직이는 현실을 보질 못합니다. 보고 있어도 보는 것이 아니고 듣고 있어도 듣는 것이 아닙니다. 관념에 사로잡히면 자기 생각외에 다른 것이 보이질 않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목적이 있으면 거기에는 부분적으로 시작과 끝이 있어서 그 결과에 매달리다 보면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질 않습니다.

오직 그 결과만 존재합니다. 그러니 그 결과가 오지 않으면 끝장이라는 생각으로 임하게 됩니다.
모든 사소한 게임이나 스포츠, 대인관계, 원하는 모든 것들이 이런 의식 구조로 살다 보니 사는 것이 안정감이 없고 항상 출렁거립니다. 그 원하는 결과도 끝이 아니라 또 다른 것의 원인이 됩니다. 자기가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하더라도 그 결과가 나중에 어떤 원인이 될 줄 아무도 모릅니다. 불행의 원인이 되는 것을 지금 얻으려고 애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좀 더 행복해지고 만족을 얻기위해 노력하고 그래서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결과에 대한 집착 때문에 오히려 내가 힘들어지고 스스로 구속시키는 불행의 시초가 되기도 합니다. 그 결과는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늘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을것 같은 착각에 빠져 살다보니 항상 여유가 없고 전전긍긍하며 살아갑니다.

결과에 집착하는 생활이 되다 보면 무엇이 주(主)가 되고 무엇이 종(從)이 되는지 구별이 되지 못합니다. 윤리나 관습, 사회적, 정치적 권력 등 모든 것이 우리의 방편적인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나 그것들에 종속되다 보니 오히려 그런 것이 우리들을 구속하고 압박합니다.

행복해지기 위해 목표를 설정하고 일을 하는데 오히려 그 목표 때문에 지금이 힘들고 괴롭게 됩니다. 목표가 달성되면 모든게 해결될 것 같은 착각이 오게 됩니다. 원하는 것이 찾아와도 기쁨의 순간이 지나면 또 새로운 목표가 찾아옵니다. 과정은 너무나 길고 결과는 짧게 찾아옵니다.

인생을 정리해 보면 여러 목표가 달성되어 외부적으로는 크게 보여도 긴 시간 동안은 힘들고 고된 시간들입니다.

사실 결과나 목표라는 것은 실제적인 것보다는 관념적 요소입니다. 끊을 수 없는 시간을 끊어서 시작과 끝을 설정하고 살아갑니다. 그렇게 해야 가시적으로 눈에 들어 오고 열심히 하는 동기의 부여도 쉽게 됩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거기에 종속되는 것이 다반사이다 보니 실제로 존재하는 지금 이 순간이 보이질 않습니다. 실제로 존재하고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이 순간들을 놓치고 존재하지 않는 미래에 인생의 대부분을 소비하게 됩니다.

우리는 살고 간다고 생각합니다.

시작과 끝이라는 것은 관념적 설정이지 실제는 시작과 끝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끝난 것이 아닙니다. 눈에 보인 물이 기화되어 시야에서 없어졌다고 끝난 것이 아닌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살다가 갑니다. 실제로 있는 것은 순간들의 연속적인 변화만 존재합니다. 모든 것이 과정일 뿐입니다.

살아가면서 목표나 결과는 필요하지만 과정이 힘들고 괴로우면 무언가 거꾸로 된 것입니다. 그 사람이 어떤 의도로 말을 하려는 지를 알았으면 족한 것이지 말 자체에 붙들려서는 안될 것입니다.

고기를 잡았으면 그물은 필요없게 되나 우리들은 그물에 붙잡히게 됩니다.
실제하는 행복은 지금 바로 여기에 있으니 지금을 넘기고서는 찾기가 어렵습니다.
살고 가는 것이 아니라 살다가 가는 인생임을 확실히 인식할 때 우리의 삶은 또 다르게 다가올 것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태관 한솔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