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孝에 대해 생각해 본다

시론

아빠!
왜?
아빠는 자신이 53살이 될 거라고 생각해 봤어요?
아니.

지금도 대학생 시절 같은데. 내 나이 53세가 되어있고, 옆에는 배우자가 있고, 딸이 대학생이고 아들은 수능을 보았더라.

子夏問孝, 子曰,
“色難. 有事, 弟子服其勞; 有酒食, 先生饌, 曾是以爲孝乎?”/
자하가 효에 대해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부모님의 마음을 알지 못하면서 일이 있을 때는 아랫사람이 그 수고로움을 대신하고, 술이나 음식이 있을 때는 윗사람이 먼저 드시게 하는 것을 가지고 효도라고 할 수 있겠느냐?”

엄하고 카리스마 넘치셨던 아버님이 어느덧 90을 바라보는 87세가 되셨다. 아버님께서는 당신이 61세 환갑이 되기 전에 큰 아들인 내가 결혼하기를 바라셨다. 어머님은 건강이 좋지 않아 큰아들이 장가가는 것을 보고 생을 마감하시는 것이 소원이라고 늘 말씀하셨다. 부모님의 성화로 본과 3학년 겨울 방학부터 선이라는 것을 보았다. 그러한 선이 개업 2년차 까지 햇수로는 6년동안 선을 보았다.

최근 어머님은 고관절 수술을 받으시고 중간에 수술 부작용이 생겨 다시 입원하셨다. 아버님께서는 어머님이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동안 넓은 집에 혼자  밥을 해 드시며 생활하고 계신다. 집에서 시동을 걸면 5분 거리지만 마음뿐 자주 찾아가 뵙지는 못하고 혼자 계시는 아버님에 대한 걱정만 하고 있다. 아버님은 지금도 법무사라는 평생직업을 가지고 사무실에 출근해 일을 하시면서, 좋아하는 불교 공부와 참선을 배우기 위해 2주에 한 번씩 전남 목포로 기차를 타고 다니신다.

“마흔 논어를 읽어야할 시간”이라는 책을 다 읽고 논어를 처음부터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10월 17일부터 논어를 매일 한 구절씩 읽으며 한편의 글을 쓰고 있다. 논어 위정 2-8 “色難. 有事, 弟子服其勞; 有酒食, 先生饌, 曾是以爲孝乎? 부모님의 마음을 알지 못하면서 물질적으로 만족 시켜드린다고 하여 그것으로 孝를 다하였다고 하느냐?라고 해석을 한다. 형제들 보다 조금 더 용돈을 드리고, 가까이 살기에 한 번 더 찾아가 뵙는 것으로 부모님께 孝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를 꾸짖는 말씀이었다.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려 당신이 원하는 것을 해드리는 것이 孝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식은 부모의 DNA를 물려받는다.

이번 수능을 준비하고 있는 아들이 수능을 마치면 같이 여행을 하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다. 그렇게 할 기회를 나에게 준다면 나는 행복할 것이다. 아버님 또한 그렇지 않으실까? 당신이 87년을 사시면서 얻은 지혜를 자식에게 나누어 주고, 그 지혜를 바탕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가는 자식들의 성장을 바라보는 삶. 그러기 위해서는 자녀들과 당신의 삶의 지혜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시간을 부모님과 같이 하는 것이 孝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님께 내 생각을 말씀드렸더니 바쁜데 아버지를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려 하지 말라며 좋아 하시면서도 말리셨다.

일주일에 한번 간단한 술안주를 사가지고 부모님 댁에 가서 술 한 잔하며 지금 읽고 있는 논어 한 귀절을 가지고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앞주에는 수능을 마치고 집에 온 아들과 함께 3대가 모여 君子 不器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부모님에 대한 孝라는 부담감을 갖고 시작하였지만 지금은 아버님과의 시간을 통해 논어를 읽고 글을 쓰는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음에 너무 행복하다. 器에 대한 생각이 아버님과 다름에 그 다름을 서로 인정하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아들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대화를 들으며 가끔 자신의 생각도 말하며 옆에서 빈 잔에 소주를 따른다.

11월 31일 오후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도착하여 3일간 올레길을 걸었다. 그리고 일요일 오전에 집에 도착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병기 대덕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