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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위해 개원하고 선배믿는 “우린 치과의사”

▶창간 50돌 특집: 예비 치과의사들과 미래를 마주하다/ ‘세대공감 좌담회’ 통해 본 삶·미래·희망
“내 삶은 그래도 경쟁, 그럼에도 행복”


204일 간 ‘청·춘·歌’의 기록

우리의 내일은 오늘보다 더 뜨겁다

“그대여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밴드 들국화의 노래 ‘걱정말아요 그대’가 다시 회자되고 있습니다. 지쳐 있고, 근심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전율을 선사했다고도 합니다. 위대한 노래는 마음을 움직이고, 사람을 하나로 묶는 힘이 있습니다.

서울, 광주, 대구, 부산, 전주, 익산, 천안, 강릉까지…. 우리는 청춘의 노래를 듣기 위해 200일 넘게 부단히 뛰었습니다. 미래를 짊어지고 있는 청춘들은 형태 모를 희미한 노래를 부르기도 했고, 가끔은 구슬픈 노래를 읊조리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모두 한입으로 희망가를 합창했습니다. 그들의 노래는 설익은 듯 보였지만, 옹골졌고 자신 만의 색깔도 뚜렷했습니다.

창간 50주년을 맞은 치의신보는 대한민국 치의학의 미래를 지탱해 갈 치과대학·치전원 학생들의 노래를 청취하고, 기록하면서 다가올 50년의 모습도 더듬어 봤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말에서 노력, 공감, 정직, 신뢰 등의 키워드를 길어 올렸습니다.

우리는 소망합니다. 그들이 불렀던 노래들이 허공에 흩어지지 않고, 온전히 현실이 되기를 소망하고, 그들의 간절한 노래들이 선배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신구를 묶어내는 힘이 되기를 소망하고, 대한민국 치의학계의 밝은 미래를 여는 ‘위대한 합창’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앞으로도 50년 치의신보는 여러분과 함께 계속 뛰겠습니다.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창간 50주년 ‘세대공감 좌담회’를 통해 본 예비 치의들의 삶·미래·희망

창간 50주년을 맞은 치의신보가 204일 간의 여정에서 만났던 예비 치과의사들은 ‘환자’, ‘개원’, ‘선배’ 세 단어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그 다음으로 유의미한 단어는 ‘행복’, ‘그래도’, ‘삶’이었다.

‘환자’ 등 세 단어가 가장 많이 불려나온 것은 대부분 졸업을 앞둔 본과 4학년을 대상으로 좌담회가 진행된 만큼 그들이 환자와 선배 개원의들 앞에 설 자신의 모습을 이미 어느 정도 그려놓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본지는 올해 전국 11개 치과대학 및 치의학전문대학원을 직접 방문, 학생들과 함께 진행했던 창간 50주년 특집 연중기획 ‘세대공감 좌담회’의 전체 기사 텍스트를 ‘워드 클라우드(word cloud)’ 기법을 활용해 자체 분석했다.

이들 11개 대학 총 46명의 좌담회 참석자들은 환자(124회), 개원(59회), 선배(43회), 행복(27회), 그래도(23회), 삶(23회), 경쟁(21회) 등의 빈도순으로 자신의 생각을 꺼내들었다.

이에 더해 소통(15회), 수련(14회), 꿈(14회), 노력(14회), 현실(13회), 보람(12회), 희망(11회), 공감(11회), 실력(10회) 등도 각 치과대학 및 치전원에서 고른 분포를 보이며 사용된 단어들로 이름을 올렸다.

# 치과의사 미래·전망 “여전히 낙관적”
특히 ‘환자’는 대부분의 치대 및 치전원에서 각각 10번 이상 언급된 핵심 ‘키워드’였다. “환자가 없으면 의미가 무색해 지는 직업”, “환자와 소통하고 사람과 소통하면 결국 사회와도 소통”, “환자에게 더 많이 설명하고 소통하는 것” 등의 ‘워딩(wording)’이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단면은 결국 치과의사로서의 사명과 소통의 방법론으로 요약된다.

각론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지만, 환자와 치과의사로서의 직업적 소명을 인지하고, 그 속에서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치과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낙관론’에서는 사회 전반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이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59회나 불려나온 ‘개원’도 마찬가지. ‘치과의사 직업군의 미래 가치는 아직 유효하다’는 그들의 인식은 좌담회에서 공유했던 치과계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보다 오히려 더 단단했다는 게 취재한 기자들의 중론이다.

“다들 개원이 어렵다고 하니, 그런 부분에 대한 걱정” 때문에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빠르게 개원을 하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도 “지방에서 개원하는 것도 장점이 있다는 생각”, “자신감이 생기면 개원을 할 것”, “준비가 확실히 됐을 때 개원” 등 그 나름의 준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 선배 ‘자화상’에 서운, ‘그래도 선배’
‘선배’의 경우 마흔 세 번의 언급이 대부분 세대 간 소통의 문제로 연결됐다. 그들은 치과계의 현실을 선배들의 언어로 말했다. “과거에 비해 죽을 맛”, “치과의사 직업의 메리트는 점점 떨어질 것” 등이 그들이 학내에서 귀동냥한 치과계의 현실이자 선배 개원의들이 그려낸 ‘자화상’이었다.

따라서 “선배님들이 같이 이끌어준다는 느낌 부족”, “어려운데 치대 왜 왔니? 큰 일 났다, 이런 식으로 위기론 설파” 등의 표현을 통해, ‘냉소’는 있지만 치과계의 미래 세대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과 ‘노력’은 없다는 서운함이 묻어 나왔다.

하지만 선배들과의 단절이나 원망에 앞서 관계와 소통을 갈구하는 몸짓 역시 여전히 그들이 원하는 일상이었다.

“선배들의 한 마디가 훨씬 더 와 닿는다”, “퇴근 후 선배님과 술 한 잔 하며 많은 것을 느꼈다”는 반응에서부터 “선배들 반만 쫓아가도 행복하겠다”는 소박한 바람이나 “최소한의 예의, 상도덕을 지켜야”한다는 다짐들이 좌담회 내용 곳곳에서 확인됐다.

# 행복한 삶 추구, 끝없는 경쟁 ‘스트레스’
‘행복’(27회), ‘그래도’(23회), ‘삶’(23회) 등의 사용은 치과의사로서의 자존감과 관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목표는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라는 ‘행복’(27회)에 대한 원론적인 언급에서 “환자가 행복해야 내가 행복할 것”이라는 직업적 소명을 연결시켜서 결국 “치과의사는 행복CEO”라는 표현까지 이끌어냈다.


‘그래도’(23회)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건 좌담회 질문지에 해당 내용이 포함이 돼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치과’라는 의미 부여에 동의하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삶’(23회)이라는 단어 속에는 그들의 인생 계획과 소신, 철학이 담겨 있었다.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꽉 채우는 삶을 살고 싶다”, “봉사를 하고 산다면 보다 삶이 풍요로워 질 것”, “자기 삶의 밸런스를 찾아야 한다” 등 다양한 의지들이 그들이 바라는 치과의사로서의 상을 그려 보였다.

반면 경쟁(21회)에서는 그들을 둘러싼 압박감의 형태가 드러났다. “경쟁을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하는 분위기”, “질적 경쟁에 대한 평가 부족”, “전문 과목을 해야 전문성을 갖추고 경쟁력을 갖춘다는 생각” 등 학내 교육 과정에 대한 스트레스와 “남보다 하나라도 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타당”, “경쟁이 심화된 치과계에 후발주자로 뛰어 들어” 등 졸업 후 직면하게 될 현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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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미래, 학장·대학원장들은 이렇게 말했다

“젊은 세대 고민은 우리 세대 책임”
“준비된 치과의사로 큰 뜻 펴나가길”

‘세대공감 좌담회’에서 나온 예비 치과의사들의 언어를 감싸 안은 선배들의 조언도 눈길을 끌었다. 그들이 치과계에 들어와 가장 먼저 만나는 존재, 바로 교수, 그리고 학장이라는 이름의 선배들 역시 그들의 건승을 기원하는 든든한 후원자였다.

가장 먼저 후배들을 이해하려는 자세가 세대 간 소통을 전제로 한 ‘선순환 구조’의 첫 발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기성세대 치과의사들이 젊은 치과의사들을 ‘어떠하다’고 규정하는 건 편견이다. 후배들에게 나와 똑같은 생각을 강요하는 건 옳지 않다”(이재일 서울대치의학대학원장)거나 “선배들이 젊은 치과의사들의 어려움을 더 이해하고 심한 경쟁체제의 해결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박영국 경희치대·치전원장)는 문제제기는 그래서 울림이 컸다.

또 “학생들은 결국 교수들을 보고 배울 수밖에 없다. 교수들부터 학생들과 좀 더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박봉수 부산대 치전원장), “젊은 세대가 안고 있는 고민 가운데 일부는 우리 기성세대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이병도 원광치대 학장)거나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좀 더 베풀어주고 후배들은 선배들의 의견을 많이 듣고 고칠 점에 대해서는 고맙게 받아들일 용기도 필요하다”(최남기 전남대 치전원장)는 인식 역시 젊은 세대들을 지근에서 바라본 선배들에게서 나올 수 있는 ‘스탠스’였다.
 

‘자신만의 페이스를 지킬 것’을 주문한 조언들도 많았다. “결국 속도 보다는 방향성에 대한 문제다. 과감하게 목표와 방향을 정하되 안주하지 말고 걸어 나가면 더 큰 것들을 볼 수 있다”(이근우 전 연세치대·치전원장), “1~2등을 하는 것보다 동료들과 천천히 함께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술기와 인격 어느 하나가 커도 적어도 안 된다”(김흥중 조선치대·치전원장), “일단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한다. 빨리 출발하거나 늦게 출발하거나 굉장히 서두르거나 결국 나중에 걸어가는 것을 보면 다 비슷하다”(조용범 단국치대 학장)는 언급은 경험적 확신에 가깝다.

치과의사로서의 철학과 신념을 스스로 고민해 나가야 한다는 당부도 있었다. “환자의 존재 가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동시에 치과의사로서의 직업 사명을 지켜나가는 태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김성교 경북치대·치전원장), 세심하고 정확한 진료 못지않게 환자와의 소통을 통해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자신만의 ‘내공’을 쌓아야 한다”(안승근 전북치대·치전원장), “행복한 치과의사가 돼라. 윤리적인 기반위에서 환자와의 관계가 좋은 사람이 가장 행복한 치과의사”(조리라 강릉원주치대 학장)라는 조언들도 잔잔한 반향을 일으킨 대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