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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이해하는 이, 옆 치과 원장이었다

▶창간 50주년 '식사합시다’ 캠페인을 마치며/9개월 리뷰
반회 등 전국 35개 식사모임 9개월간 10,000km 달려 소개
소통·교류 중요성 100% 체감




‘동네치과 원장끼리 식사합시다’ 를 마치며


우리는 서로에게 ‘따뜻한 밥’이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식사 하셨어요?’, ‘식사나 같이 하실까요?’라는 말로 인사를 대신하곤 했다. 그 만큼 함께 식사한다는 의미는 한끼를 때우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 서로의 친분을 다지고 확인하는 중요한 연결통로 역할을 해왔다.

옆 건물에 누가 개원하는지 관심을 갖는 것조차 사치가 되어 버린 각박한 개원가 현실.

본지에서는 이런 개원가 분위기 전환을 위해 지난 4월부터 12월까지 연중기획으로 진행된 ‘동네치과 원장끼리 식사합시다’를 통해 희로애락이 담긴 개원가의 삶을 집중 조명했다. 그리고 9개월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특별기획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주변에 있는 동료의 소중함과 동료애를 느껴보고 회원들이 서로에게 다가서는 용기를 내 보길 바란다.


'식사합시다’ 캠페인 9개월 리뷰

“오랫동안 연락 못하고 지냈던 대학 동기에게 연락이 왔어요. 치의신보 ‘식사합시다’ 기사를 통해 제 얼굴을 보고 반가웠다고요. 조만간 만나서 밥 한번 먹기로 약속했습니다.”

올 한해 치의신보 창간 50주년 캠페인으로 진행된 ‘동네치과 원장끼리 식사합시다’ 코너가 개원가에 동료와 소통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며 잔잔한 파장을 일으켰다. 우연히 펼친 신문에서 아는 친구, 선·후배의 얼굴을 발견하곤 매주 ‘숨은 친구 찾기’에 즐거워 한 회원들이 다수였던 것.

이번 기획의 애독자였다는 한 원장은 “회원들이 보고 즐거워 할 수 있는 기사, 치의신보가 보다 가깝게 있다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기획이었다”며 “치과의사와 말이 가장 잘 통하는 사람은 결국 치과의사다. 같은 일을 하는 동료들과의 관계, 교류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 4월 4일자 치의신보에 소개된 서울 강동구 천호반회 모임을 시작으로 9개월 간 연재된 치과의사 모임은 총 35개. 제주를 비롯한 전국 14개 반회 및 12개 구·분회를 비롯해 동문 및 동호회, 동일 전공자, 여성 치과의사 모임 등 다양한 식사자리가 소개됐다. 이들 모임을 취재하기 위해 기사를 미리 마감하고 고속버스와 KTX, 때론 비행기를 탔던 취재기자들의 왕복 이동거리는 약 10000km. 식사합시다 캠페인은 치의신보에게도 전국의 회원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 주위를 둘러보면 식사자리는 어디든 있다


회원들의 식사모임은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었다.

지역 치과의사회의 기본 구성단위가 되는 반회 및 구회, 분회 등의 모임이 회원들이 가장 쉽게 동료들과 식사할 수 있는 기회였다. 짧게는 일주일에 한 번, 보통 월례모임을 이어가며 친목을 다진다. 이번 캠페인 기획의 아이디어를 제공했던 서울 강북구 송중반 회원들의 경우 매주 수요일 오후 1시면 따로 약속을 정하지 않아도 단골 백반집으로 모여든다. 매월 저녁 모임을 갖는 인천 계양구5반의 경우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간 동료가 옛 추억을 잊지 못해 계속 찾아온다. 목포분회의 경우 월례 식사자리는 물론 수시로 영화 및 야구관람, 등산, 골프 등 번개모임을 갖는다.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회원들이 야간진료를 자제하는 분위기라는 속초분회도, 25년째 모임을 이어오고 있다는 대구 수성구 6반도 매월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전공을 했다는 동질감에서 만남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구강악안면외과 전공 개원의, 페이닥터, 전임의 등으로 구성된 ‘구강외과 소장파’ 모임의 경우 의료계와의 치열한 진료영역 갈등 속에서 구강외과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가고 있으며, 15년째 매주 모여 식사를 하고 있다는 대전지역 교정 전공의 모임은 지역사회에 새롭게 들어오는 후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여성 치과의사들의 모임. 일과 육아, 살림을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서일까. 이들은 서로를 통해 삶의 위안을 얻고 있었다. 연세치대 24기 여자졸업생 모임 ‘서른향’의 경우 15년째 우정을 나누고 있고, 분당 서현동 여자치과의사모임 ‘서화회’ 역시 지역 여성 회원끼리 단합이 잘된 경우다. 

이 밖에 축구란 같은 취미를 갖고 매주 월요일 저녁 함께 운동하고 있는 진주시치과의사회 축구 모임 ‘FC 진취’, 매주 한 끼 식사가 일상사가 된 공릉역 4번 출구 모임, 학교 선후배 보는 재미에 모인다는 원광치대 재경동문 모임, 함께 스터디를 하며 인연을 이어가는 미국 치과의사 면허자 모임 등 친목을 다지는 식사모임도 다양했다.

이승룡 원장(뿌리샘치과의원·원광치대재경동문회장)은 “주변을 조금만 살펴보면 치과의사 모임은 매우 많다. 이런 자리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혹시나 생길 수 있는 오해도 풀 수 있다”며 “개원환경이 어렵다 보니 동료들과의 모임자리를 망설이는 후배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그러나 용기를 내 동료에게 다가가면 얻는 것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주 신문보며 ‘숨은 친구 찾기’ “즐거웠다”
취미로, 여성 치과의사로, 동기로
시작은 달라도 얼굴 보며 밥 한끼
진정한 소통이고 화합이며 즐거움


# 즐거운 대화 속, 개원가 어두운 단면도

시종 유쾌한 식사자리들이었지만 팍팍해져만 가는 개원환경 이야기가 나오면 회원들의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이어졌다. 특히, 회원들 간 소통을 방해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 것은 역시 무분별한 과당경쟁이었다. 

서울 강남 반회의 한 회원은 “지역사회에 새로 들어와 과도한 광고나 가격할인 이벤트 등으로 주변 개원가에 피해를 주는 일부 동료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하다. 이들은 먼저 찾아가 인사하고 모임에 나오라고 권유해도 대화를 피하기 일쑤”라며 “이렇게 대화를 안 하면 갈등의 골이 깊어져 심한 경우 서로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방 개원가의 경우도 점차 비슷한 고민이 번져가는 분위기. 제주도 식사모임 ‘광목회’의 경우 섬에 밀려오고 있는 외부 자본과 네트워크 치과에 대한 불안감이 컸으며, 충남 세종분회는 지역에 새로 개원하는 치과들의 과대·허위 광고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한적하고 조용한 동네였던 충북 제천 역시 금융자본을 등에 업고 들어온 덤핑치과가 지역 개원가 분위기를 흐려 울상을 짓기 시작했다.  

#소통이 싫은 치과의사는 없다. 단지 실패가 두려울 뿐

소통에 나서지 않는 회원들의 사정과 심리는 무엇일까.

서울의 한 반회 회장은 “지역에 새로 들어온 동료가 식사모임에 참여하기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 그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병원이 잘 될지에 대한 불안감 때문인 것 같다”며 “얼마나 버틸지 모르는 불안감, 초기 정착을 위해 주변으로부터 싫은 소리를 듣더라도 홀로가야 한다는 생각이 동료들과의 모임을 꺼리게 하는 이유 같다”고 말했다.

반대로 얼마 전 경기도 외곽지역에 개원한 한 원장은 “전국을 돌아다니다 마음이 가는 지역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주변 치과 선배들에게 먼저 찾아가 인사를 했는데 반응이 탐탁지 않을 때 움츠러들었다”며 “우연히 지역에 앞서 개원한 또래의 원장을 만나 친해져 같이 밥도 먹고 다른 선배 원장도 소개 받으며 적응해 나가고 있다. 개원을 앞둔 젊은 치과의사 대부분은 먼저 개원한 선배들과 잘 지내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는 “소통을 싫어하는 치과의사는 없다. 다양한 이유로 소통에 실패하게 되는 상황이 두려울 뿐”이라며 “성공적인 소통의 시작은 목적과 의도의 배제다. 만남 그 자체의 즐거움에 의미를 두고 동료들과 만나보길 권한다. 내가 아는 맛집에서 그냥 밥이나 한 끼 하자고 해 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