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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끼리는 말이 안 통할 수 없어!

▶창간 50주년 '식사합시다’ 캠페인을 마치며/세대별 좌담회
전문직업인으로서 마음 나눌 친구는 ‘동료’ 뿐
소통 안하는 후배 호통말고 무조건 껴안아라


세대별 좌담회 ‘선후배가 펼치는 치과계 이야기’


지난 2일 저녁 서울 시청역 인근 한 식당에 30~60대를 대표하는 치과의사 5명이 모였다. ‘동네치과 원장끼리 식사합시다’ 캠페인 시리즈의 최종회, 세대별 공감토크 좌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것. 서로들 어색할까 ‘식사와 소통’을 키워드로 많은 질문거리를 준비한 기자에게 이들은 “치과의사끼리 모이면 말이 안 통할 수 없다. 대화는 우리에게 맡기라”며 식사를 시작했다.


박용호 원장(서울치대 80졸, 박용호치과의원): 내가 얘기하고 어울려야 할 사람들은 결국 치과의사란 사실을 40대가 돼서야 깨달았다. 동료들과의 모임이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었다.  (이하 박)

곽정민 원장(서울치대 91졸, SK케미칼부속치과의원): 의무사무관, 건치 대표, 대여치 정책이사.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동료들과 어울리며 살아왔다. ‘여자’라는 호칭은 빼고 얘기하자.(이하 곽)

권민수 원장(전북치대 02졸, 엠에스치과의원): 전공인 구강외과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 지금도 동료들과 모임 가지며 고민하고 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에게 ‘사람들에게 존경 받는 치과의사 아빠’가 되고 싶다.(이하 권)

이진균 원장(원광치대 02졸, 페리오치과의원): 치과의사로서의 발전은 누구를 만나느냐가 중요하다. 중요한 고비마다 잊지 못할 선배들을 만나 도움을 받았다. 진료 외 새로운 분야에 계속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다.(이하 이)

정영언 원장(서울치대 08졸,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페이닥터): 그저 수술이 좋아 구강외과를 택했다. 치과의사 10년이면 많은 걸 알고 있을 것 같았는데, 아직도 부족함을 느껴 쉴 새 없이 공부 중이다.(이하 정) 


좌담회 시작은 ‘식사합시다 캠페인’을 어떻게 봤는지 소감을 묻는 것으로 출발했다. 치의신보 시론 집필위원으로 활동했던 박이 “나 만큼 치의신보 팬도 없다”며 먼저 이번 기획을 평가했다.

박】 온라인을 통한 업무처리, SNS 등의 발달로 동료들 간 직접적인 소통이 부족한 시대를 살고 있는 개원가 치과의사들에게 식사합시다 코너가 서로 뭉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기자들이 지방까지 발로 뛰며 취재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대학 동기들을 순례해 그들 삶의 모습을 칼럼으로 써보고 싶다는 공상을 한 적이 있는데, 이를 대리만족 시켜 준 느낌이다. 이제는 과거와 달리 출신 학교의 다양화, 개인주의의 만연 등으로 동료 간 식사자리가 쉽지 않다는 것을 전제하고 살아가야 하는 시대다. 그러나 회원들에게 이번 기획처럼 함께 어울리고 소통하면 스스로 즐겁고, 개원가 분위기도 좋아진다는 것을 자꾸 느끼게 한다면 동료들이 서로 어울림에 더 신경 쓰지 않을까 싶다. 

곽】 식사합시다 기사에 나오는 사진에서 아는 얼굴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했다. 서로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과거 공직생활을 하다 개원을 했을 때 주변 선배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그 때 생각이 많이 났다.   

권】 앞서 구강외과 소장파 모임 편에 나온 적이 있다. 구강외과 전공 치과의사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역할을 하려 하는지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이】 요즈음 신문을 보면 좋고 긍정적인 내용의 기사를 보기 어렵다. 그 와중 식사합시다와 같은 기획은 눈에 띄었다. 이러한 기사들이 신문 첫 면에 많이 실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문직업인으로서 마음 나눌 친구는 ‘동료’ 뿐


실제 패널들은 개원가 삶의 현장에서 치과의사 동료들과 식사하고 소통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세대별로 차이는 있었으나 결국 같은 전문직업인인 동료 치과의사를 통해 가장 큰 도움과 위안을 받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정】 아직은 페이닥터로 일하고 있어 반회 모임 같은 자리에 참석할 기회는 없다. 그러나 일했던 치과에서 선배를 따라 지역 개원가 동문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여기서 지역 현황을 많이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나중에 개원을 하게 되면 이러한 모임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졸업 후에는 대학 동아리나 의국 선후배 모임을 통해 동료들을 만나고 있는데, 역시 선배들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아 늘 감사한 마음이다. 

이】 치의신보 칼럼 집필진으로 활동하며 얼마 전 이러한 세대별 모임을 먼저 제안한 적이 있다. 정말 좋은 선배를 만나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후배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면 ‘개원할 자리’ 보다 ‘나 자신을 먼저 보라’고 조언해 준다. 어떤 치과의사가 되고 싶은지, 나에게 맞는 진료가 뭔지를 먼저 생각하고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선배를 찾아가 따르고 배우라는 것이다. 정말 열심히 노력해온 선배들을 만나 배울 때 임상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곽】 과거 공직생활을 오래 하다 양천구에 개원을 했던 경험이 있다. 그 때 신정4반 모임에 나가며 일주일에 2~3번 동료들과 점심식사를 같이 했다. 개원 노하우가 부족하던 나에게 동료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 그 때 인상 깊은 기억이 옛날에도 경쟁만 하려 하며 문제가 되는 동료들이 있었는데, 그런 원장이 있으면 선배들이 찾아가 혼내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모임에 데려와 재미있게 해주고 따뜻하게 대해줬다. 싫은 소리는 절대 안 했다. 그러니 마음을 열더라. 각박한 요즈음 그 기억이 난다. 

권】 나는 개원을 조금 늦게 한 편이다. 그것도 강남 한 가운데. 개원 준비를 하며 주변 치과에 인사를 다니겠다고 하니 ‘누구 염장 지를 일 있냐’고 주변에서 만류했다. 그래도 인사를 드리고 싶어 케이크를 사들고 주변 치과를 돌았다. 싸늘한 응대도 일부 있었지만 이왕 만난 거 밥이라도 한 끼 먹자는 원장님들이 있어 모임을 갖다 보니 지금은 정례화가 됐다. 주변 역삼, 삼성, 논현 등 소속 반이 다 다른데도 서로 만나 식사를 한다. 나그네의 자켓을 벗기기 위해 바람과 해가 내기를 해 ‘해’가 이겼다는 옛날 동화가 맞는 것 같다. 동료의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서로 불만을 얘기하는 것보다 먼저 다가가고 감싸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

박】 치과의사의 라이프 사이클은 똑같은 패턴이라고 생각한다. 30대에는 늘 환자고민, 직원고민, 장비와 재료 고민이었다. 꿈도 환자 진료하는 꿈만 꿨다. 이런 고민에서 탈출하기 위해 저녁이면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시거나 주말에 가족과 여행 다니기에 열중했다. 심지어 30대 후반에는 뉴질랜드 이민도 꿈꿨다. 그러나 사전 조사 차 갔던 뉴질랜드 여행에서 먼저 이민을 와 가이드 일을 하고 있는 서울대 공대 출신 교포의 삶에 지친 모습을 보고 어디서든 자기 일에 끌려 다녀서는 똑같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돌아와 치과의사의 즐거움을 진료에서, 같은 일을 하는 동료들과의 만남에서 찾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활동하다 보니 강서구 회장, 서울치과의사신협 총무, 서울지부 감사까지 역임했다. 서로를 이해하는 동료들과 함께 할 때 즐겁고 가장 마음이 편했다. 치과의사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해 주는 것은 결국 치과의사다.

그럼에도 젊은 치과의사들에게는 점차 동료와 식사할 마음의 여유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 과당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동료 눈치는 보지 말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 신경 쓸 겨를도 없다. 그러나 결국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우리끼리의 만남, 그리고 대화라는 것이 패널들의 의견이었다.  

곽】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판교의 치과는 회사 부속 치과로 점심시간에 환자가 몰리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주변 치과 동료들과의 점심 모임에 참여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사소한 오해가 생기더라. 과거 동료들과의 식사를 통해 재미를 느끼고 좋은 추억이 있던 나로서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모임에 나가 오해를 풀고 저녁 모임에도 참여하며 동료들과 어울리고 있다. 만나서 얘기하지 않고는 서로의 속사정을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누구보다 사회활동에 열을 올렸던 사람이다. 조금만 소통에서 멀어져도 문제가 생기더라.

이】 선배님들을 찾아가 인사하고 이야기 듣다보면 과거 이야기만 하고 계실 때 단절감을 느낀 경험이 있다. 선배들이 본인 치과 앞에서 다른 치과 물티슈가 돌려지고 있는 것을 보고 나서야 당황하는 모습을 봤다. 현 개원가의 어려운 현실을 직접 느끼고 나서야 공감한 것이다. 선배들이 젊은 후배들의 어려운 점을 지속적으로 들어줘야 이런 당황스러운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한번은 한 원로 치과의사의 병원에 같은 동네에 개원한 젊은 후배가 다짜고짜 찾아가 여기서 언제까지 개원할 거냐고 물어본 일이 있다고 한다. 이건 아니지 싶다. 후배도 예의는 지켜야 한다.

박】 강서구에서 개원해 오며 나는 개인 치과의사가 아니라 강서 치과의사회의 일원이라는 생각을 항상 하고 환자를 본다. 동료에게 갔던 환자가 나에게 올 수도 있고, 내 환자가 동료에게 갈 수도 있다. 동료 간 평소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소통해야 이런 환자들로 인해 서로 오해를 쌓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더 나아가 동료가 나에게 환자를 보내줄 수 있을 정도로 신뢰를 쌓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소통 안 하는 후배 호통말고 무조건 껴안아라

▲박용호 원장
"식사합시다 코너는
우리가 뭉칠 수 있는 좋은 기회"







▲곽정민 원장

"말 안 하면 모르지
조금만 소통에서 멀어져도 문제 생겨"






▲정영언 원장
"지역 개원가 모임 참석해 보니
역시 선배들 도움이 최고"






▲이진균 원장
"옛날에 그랬지 레퍼토리에 단절감
후배 목소리도 들어주세요"







▲권민수 원장
"밥 사주고 술 사주며
보듬어 주는 게 최선이죠"





결론은 어떻게든 동료를 끌어안고 소통해야 한다는 것. 겸상을 거부하는 동료와 식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패널들이 제시한 해결책은 한걸음 다가서는 ‘용기’였다.      

권】 군의관 생활을 백령도, 평택 등에서 했다. 이 때 장병들을 돌보며 깨달은 것이 있다. 호통을 쳐서는 아무것도 안 된다는 것이다. 소통은 호통이 아니라 이해를 시키는 것이라는 것을 배웠다. 수술을 할 때도 호통이나 화를 내서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이 자리 나온 선배들 말씀처럼 소통하지 않고 외길로 나가려는 후배가 있다면 가서 지적부터 하지 말고 먼저 밥 사주고, 술 사주며 보듬어 주는 것이 최선의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박】 후배들에게 동료들에게 ‘인간적인 치과의사가 돼라’는 것을 꼭 이야기 하고 싶다. 환자에게만 인정받는 치과의사는 좋은 치과의사가 아니다. 환자와 동료들 모두에게 인정받는 치과의사가 진정 좋은 치과의사다. 또 동료들 사이에 불만이 생겼다면 이를 쌓아두지 말고 그때 그때 이야기 하는 용기를 가지라고 조언하고 싶다. 잘못한 부분을 얘기할 수 있는 용기가 진정한 용기고 이럴 때 오해가 생기지 않고 솔직한 소통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동료가 잘 한 것을 칭찬할 준비도 항상 돼 있어야 한다. 치과의사에게 천지개벽 할 ‘New Life’는 없다. 동료와의 관계에 보다 집중하면 얻는 것이 많을 것이다.  

식사가 끝나고…     

공식 좌담회 일정이 끝난 이후에도 패널들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동료와의 소통 뿐 아니라 환자, 직원과의 관계도 늘 어렵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고민.

이에 권은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는 꼭 내 개인 연락처가 담긴 명함을 건네고 문제가 생기면 24시간 언제든 연락하라고 한다. 실제 연락을 해오는 환자는 거의 없다. 그러나 환자들은 의사가 이렇게 다가갈 때 매우 좋아 한다”고 말했다.

이는 “6년간 근속한 직원에게 최근 한달 간 유급 휴가를 줬다. 내가 먼저 휴가를 제안했다. 이렇게 해야 직원들이 나를 따른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정작 나는 그렇게 길게 휴가를 떠나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의 얘기를 듣고 박이 “당장 열흘이라도 치과 문을 닫고 쉬어라. 스트레스는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며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갑자기 곽이 정을 보며 “여자 후배들을 보면 힘들게 걸어온 지난날들이 생각나 연민이 생긴다. 후배는 또 어떤 길을 걸어가게 될까 걱정”이라고 말하자, 정은 “오늘 들은 한마디 한마디가 소중한 경험이었다. 선배님들 얘기를 들으며 무엇이든 극복해 가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