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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아는 치의에게 미래가 있다

Relay Essay 제2179번째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윈스턴 처칠의 명언을 치과계에 대입시켜 보면 치의학 역사를 잊은 치과계에 미래가 없다는 해석이 결코 과장이 아닐 것이다. 역사의 교훈을 거울로 삼는다면 흔들림 없는 정체성을 지닌 치과의사로서의 길을 걸어갈 수 있기 때문에 치의라면 치의학 역사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치의학 역사는 어디서 어떻게 배우나요? 이러한 질문을 하실 분들을 위하여 먼저 두 권의 책을 추천하고 싶다. 치아 인문학(한상국 저, 대한나래출판사, 2014)과 치의학의 이 저린 역사(김준혁 역, 지식을 만드는 지식, 2015). 이 책들을 읽으면 다른 시대의 여러 치의들을 만나서 그들의 좌절과 성공으로부터 뭔가를 배우고 깨달을 수 있다. 우리들의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역사를 알게 되고, 역사는 사적인 경험으로 반복된다. 그래서 역사는 미래를 볼 수 있는 과거의 거울이라고 하나보다.  

이순신 장군이 아직 남아 있던 12척의 배로 나라를 구했듯이 30여명 남짓 치과의사들은 치의학 역사를 공부하면서 대한치과의사학회(大韓齒科醫史學會)를 56년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짧지 않은 학술단체의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치과의사들이 대한치과의사협회(大韓齒科醫師協會)와 혼동하는 웃픈 현실을 맞고 있다.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대한치과의사학회 종합학술대회에 참석하는 치과의사들의 숫자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대한민국 치과의사 1%의 소수가 누리는 치의학 역사의 배움터를 나머지 99%에게도 공유되었으면 한다.
   
나는 왜 치과의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처음은 개원 소아치과 의사로서 치과에 내원하는 아이들을 위하여 예쁜 소품을 수집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2008년 미국 볼티모어에 있는 치의학 박물관을 방문한 후로는 치과와 관련된 스토리를 모으는 작업이 추가되었다. 2012년부터는 치과의사학 서적과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치의학 역사와 여행을 콜라보하여 자칫 무미건조할 수 있는 역사에 재미를 불어넣는 시도를 하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는 치과박물관을 통하여 일반인들에게 치아의 소중함을 알리는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다.        

일상에 대한 선물이 여행이라고 했던가? 호기심으로 시작된 여행이 이제는 사명감으로 무장된 르뽀가 되어 세계를 누비며 치의학 박물관과 치과와 연관된 장소를 수년째 방문하고 있다. 그곳에서 치과의사 직업의 의미를 찾을려고 노력중인데 쉽지 않다. 어쩌면 치과의사란 직업은 암벽등반처럼 언제든지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외롭고, 힘들다. 하지만 원칙과 기본에 충실 한다면 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살 수 있는 참 좋은 직업이다. 지금의 치과의사 지위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오랜 시간동안 한 걸음 한 걸음 올라서며 현재에 이르렀다. 따라서 우리의 미래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은 ‘오늘도 열심히 살리라’는 뜻으로 많은 사람들이 좌우명으로 삼는 글이다. 하지만 치과의사에게는 “Carpe Dentum, Seize the teeth”라고 크게 외치고 싶다. 영화에서는 식사도중 와인 잔에 틀니가 빠지자 조크로 하는 말이지만 카르페 덴튬을 치과의사의 마인드로 다음과 같이 해석해본다. 단순히 ‘치아를 잡아라’가 아닌 환자를 볼 때는 최선을 다하고, 환자가 없을 땐 뭔가를 해보자. 그것이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치의학 역사 공부였으면 좋겠다. 혹시 머릿속에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찬 치의가 있다면 오늘도 열심히 Carpe Dentum.
   
권 훈 대한치과의사학회 정책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