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아이슬란드 트래킹

Relay Essay 제21781번째

바닷가 허허 벌판에 자그마한 2층 공항 청사와 얕은 건물 몇 채가 보이는 한적한 아이슬란드 국제 공항에 도착하였다. 비행기 문을 나서자 모자가 날려갈 정도로 바람이 불고 기온도 아이슬란드로서는 제일 더운 7월초인데도 우리나라 가을날씨 같이 싸늘하였다. 

셔틀버스를 내려 공항청사로 들어가는 통로에는 출국자와 입국자가 뒤엉켜 복잡하였다. 앞서가는 승객들을 따라 출구로 나가니 짐 검사나 입국수속 없이 바깥으로 나와 레이캬비크행 버스에 탑승하였다.
 
다음날 골든 서클을 관광하였다. 귀들포스폭포. 간헐천인 게이샤르를 둘러보고 싱그베들리르 국립공원은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중요한 역사 유적인 930년 경 바이킹이 세운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 의회가 세워진 곳도 있고 또 지리적으로 북아메리카 지각판과 유라시아 지각판이 갈라져 형성된 틈이 해마다 2센티 정도 움직이는 지형이 있어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뢰이가베귈린 트랙의 7일간 트래킹이 시작은 1시간 반 정도 포장길을 달리고 강을 따라서 난 비포장도로로 계곡을 들어가 능선을 넘기를 몇 번. 저 멀리 호수가 보이고 시커먼 바위들에 둘러싸인 산장이 보였다. 트래킹 출발지인 해발 700여 미터의 란드만날나우가르에 도착. 샌드위치로 점심식사를 하고 출발. 내가 속한 팀은 여자 8명, 남자 4명. 나를 포함하여 중국,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 스위스, 프랑스 등 세계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이다. 처음부터 오르막길인데 나무도 풀 한포기도 없는 황량한 길. 어느정도 오르니 능선이고 저멀리 눈녹은 물이 호수를 이루고 산비탈길을 계속 오른다. 능선 가까이에는 유황냄새가 풍기는 군데군데 솟아오르고 심지어 바위틈에서도 담배연기 같이 가느다랗게 솟아오르고 있었다. 일본 큐슈 지방의 구중산 산행 때 화산 연기 생각이 났다. 

아이슬란드 전체가 화산으로 이루어 진 섬이라 모든 산이 화산재로 이루어져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 없고 음지에는 잔설이 덮여있었다. 오를수록 음지에는 겨울에 내린 잔설이 많아 걷기가 힘들지만 날씨는 맑고 바람도 불지 않아 괜찮은 산행이다.

1200여 미터 능선을 지나 내려오는 길에 갑자기 비가 내려 비옷을 입고 걸었다. 20분 쯤 후 쾌청한 날씨. 어느덧 첫 숙소인 흐라픈틴 누스케르산장에 도착. 바람이 불고 기온이 차다.

산장 시설은 침실은 2층 침대이며 가운데는 접이식 식탁을 놓게 해놓았다. 주방시설만 되어 있고 각 팀들끼리 식사를 해결하는 식이다. 우리나라 콘도와 비슷하다할까. 공동으로 사용하는 주방에는 수도와 가스시설, 그릇, 조리가구, 컵 등이 비치되어 있었다. 주방에 음식을 조리할 더운물은 어느 산장이나 준비되어 있고 자기가 필요한 만큼 사용하고 수돗물은 그만큼 더 추가하라고 벽에 적어놓았다. 

여행사에서 우리들의 큰 짐과 식량 등은 계곡으로 연결된 찻길로 갖다 놓으면 각자 자기짐을 찾아 이용하고 아침 출발때는 하루 일정에 필요한 작은 배낭만 매고 큰 짐은 차량이 다음 숙소로 이동하여 놓았다. 

트래킹 2일째는 음지쪽이라 출발부터 눈길이다. 바람이 불고 눈이 녹아 질퍽거리고 한참을 걷다가 잔설이 끝나면 능선이고 저멀리 산자락에 눈이라도 없으면 주위 경치가 너무 삭막할 것 같다. 화산재로 된 민둥 산등성이가 비와 바람에 닳아서 유선형으로 저멀리까지 눈닿는데까지 겹쳐서 보이는 현상이 네팔 무스탕 지역의 어디같이 느껴지기도 하였다.

유황 냄새가 진동하는 지역을 지나니 증기가 군데군데 피어 오르고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내면서 땅속에서 거품이 올라오고 앉아봤더니 엉덩이가 뜨겁다.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 없는 지역에서 노란 이끼가 끼고 이끼 사이사이에 연분홍 꽃들이 이끼와 함께 탐스럽게 피어있고 민들레가 보여 정말 반가웠다.

오늘 숙소인 큰 호수가에 자리잡은 산장이 내려다보이는 능선에서 점심 해결하고 광활한 풀 나무 한 그루 없는 곳에서 쉬었다. 계속 걸어 아울드라바튼 산장에 도착. 휴식 후 산장 맞은 편의 전망 좋은 산에 오르는데 너무 바람이 불어 눈을 뜨질 못할 지경이었다. 바람의 세기는 남미 파타고니아에서 렌트한 승용차가 흔들리는 기억을 나게 하였다. 2일 간 산행한 지형이 아스름히 보이고 넓은 호수가의 산장과 트래커들의 텐트촌이 한 폭의 그림이다.  산장을 이용하지 않는 많은 트래커들이 산장 주위에 텐트들을 쳐서 숙식을 해결하였다.

산장에 내려오니 전망대에 가지 않은 여인이 자기 나이를 이야기하면서 내 나이를 묻는게 아닌가. 내 나이가 무척 궁금했던 모양이다. 서양 여자들은 말을 걸면 계속 답을 하여야 하는데 내 짧은 영어로는 길게 상대하는게 피곤하였다.

3일째 산장을 출발하여 왼쪽 능선을 넘더니 눈 녹은 개울물은 신발을 벗고 건너고 두번째는 너무 깊고 물살이 세어 남녀 모두 바지를 벗고 2~3명이 팔짱을 끼고 건넜다. 물이 매우 차가왔다.

목축을 한 흔적이 있는 지형을 지나 사막길을 5시간 정도 계속 걷는다. 풀 한포기 없는 사막에 노란 이끼 몇 종류의 꽃들이 땅바닥에 붙어 예쁘게 피어 있다. 사막이 끝날 즈음 폭포가 보이는데 한쪽은 깨끗한 물이고 한쪽은 흙탕물이다. 흙탕물은 저멀리 빙하가 녹아 흐르는 물이다. 7시간이 걸려 엠스트루루 산장에 도착.

4일째는 계속 내려오다 능선을 가로지르기를 되풀이 한다. 어느새 넓은 사막지대로 내려왔다. 사방이 황량하던 세계가 꽃이 많은 세계로 바뀌었다. 일주일 트래킹 중 유일하게 나무가 있고 꽃이 피어 있었다. 등산로 시작부터 등산로 표시를 나무 막대로 하였는데 높은 산에는 2미터 정도의 높이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는 1미터 정도로 눈이 많이 오면 길을 트래커들이 확인하게 해놓았다.

능선을 넘어 내려오니 강 저편은 숲이 우거진 별천지가 보인다. 신발 벗고 바지를 걷어 올리고 강을 건너니 새소리가 들리고 자작 나무 숲아래 많은 꽃들이 탐스럽게 피었다. 숲길을 걸어 고개를 넘으니 숙소인 소로스메르크. 건전지 충전 시설도 있고 술과 음료도 팔았다. 꽃으로 뒤덮인 넓은 들판에 트래커들의 텐트들이 장관을 이룬다. 이곳은 뢰이가베귈린 트래킹의 마지막이 되고 또 시작되는 지점이다. 우리 일행같이 높은 지역에서 낮은 곳으로 내려오는 것이 쉬우니깐 대부분 같은 코스를 택하지만 반대로 걷는 사람들도 간혹 보였다.

5일째는 뒷산에 올라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보이는 광경을 감상하고 넓은 하루에 화산재로 가득한 넓은 강변을 감상하였다. 100년 전까지는 이곳에 배가 정박하였다는데 지금은 2시간 정도 가야 바다가 보인단다. 5일 일정의 팀은 레이캬비크로 귀환하고 다른 일행 3명이 추가되어 9명이 다시 걷기를 계속하였다.

출발 산장이 해발 몇미터도 안되어 오늘 숙소는 해발 1100 미터이니 고도도 힘들고 거리도 멀었다. 강을 거슬러 오르고 또 강을 건너 한시간 쯤 부터는 깊은 협곡으로 올라갔다. 얼마 후에는 양쪽이 벼랑인 칼날 같은 길이고 우리가 지날 때는 바람이 불지 않아 다행이지 다른날같이 바람이 세게 불었으면 위험한 구간이었다. 사면이 깎아지는 절벽이고 넓은 모래 평지가 나타났다. 또 올라가니 높은 평지가 또 나타났다. 저멀리 아이슬란드에서 6번째로 큰 빙하가 보이고 평탄하여 전망이 좋은 곳에 앉아 식사중인데 바람이 불면서 비가 내렸다. 식사중에 짐을 정리하고 출발. 비가 눈으로 바뀌고 바람이 거세다. 계속 오르니 눈 덮은 지역이 많아지고 눈에 발이 빠져 걷기가 힘들었다.

눈밭 가운데 시커먼 화산석이 널려 있고 그 가운데 얕은 봉우리가 나타났는데 2010년 폭발한 핌므르 뒤하울스 화산이다. 이 화산은 에이야피아 둘라 세퀴들 빙하 아래서 폭발하여 화산재 구름으로 인하여 6일 간 유럽 대륙 대부분의 항공 교통이 혼란이 빠졌었단다.

2014년에도 다른 지역에서 화산이 폭발하여 이로 인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어 관광객이 급격히 증가하였다. 인구 33만명에 2014년에만 관광객 100만 명이 넘게 와서 IMF로 어려운 아이슬란드 경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단다.
 
화산의 주위로는 LAVA라는 가벼운 검은 화산석이 눈에 덮혀 있고 산꼭대기는 붉은 색의 흙과 돌들이 널려 있었다.

이 날의 산장은 능선에 있는데 등산로와 500미터 위쪽에 있어 불편하였다. 트럭이 올라오지 못하니 1KM 밑에 갖다놓은 짐에서 침낭만 들고 왔다. 산장은 여태 산장보다 제일 열악하다. 화장실은 실내에 있는데 재래식이 물이 나오지 않으니 사용하는 사람이 없다. 저녁은 군대 간편식 같은 포장에 더운물을 부어 5분 후에 먹었는데 그런대로 한끼 식사는 충분하였다. 식수는 근처 빙하를 깨어와 녹여서 해결하는 산장이었다.

7일 마지막 날은 오전 7시 출발하여 오후 2시까지 계속 내려오며 걸었다. 7일간 트래킹 기간에 마지막 이틀이 제일 좋은 코스였다.

산장에서 멀리 보였던 바다가 가까워지고 폭포 소리가 크게 들리고 물보라가 이는 것이 마지막 종착지인 스코가르 폭포에 도착하였다. 

트래킹 중 음식은 완전히 서양식이며 아침은 시리얼을 요쿠르트나 우유에 타먹고 식빵에 오이, 토마토, 훈제연어, 잼, 버터 등을 먹고 커피나 차를 마셨다. 점심은 테이블 위에 남은 음식으로 샌드위치를 각자 취향대로 준비하고 사과나 귤이 1개씩 배정되었다. 저녁식사는 트랙터 운전수나 가이드와 우리가 만든 샐러드, 생선스프, 양고기 바베큐, 양고기 스프 등이 한가지씩 추가로 나왔다.

산행 할때 하루 일과는 7시 기상, 8시 아침식사, 8시반 또는 9시 출발, 점심은 각자가 아침에 준비한 샌드위치와 과일, 오후 4~5시 산장 도착, 저녁 식사는 오후 7시, 오후 10시 취침이었다.

숙박시설은 산장에서의 수용 인원이 큰 곳은 50여 명, 작은 곳은 20여 명이며 남녀 모두 혼숙이다. 큰 방으로 된 곳도 있고 2층 침대로 된 시설도 있었다. 침낭은 각자 준비, 산장은 여름에만 운영하므로 조명시설이 없었다. 해가 오후 10시 쯤 지는 것 같고, 오전 3시 쯤 뜨는 것 같다. 해가 져도 어둡지 않고 시계 시 분침을 볼 수 있는 밝기. 시내에도 가로등을 켜지 않는다. 백야의 현상은 해가 넘어가고 나서 어둡기 전인것 같고 오전보다 오후가 바랍이 거세게 부는데 해가 질때부터 솟을때까지의 밤의 날씨는 바람도 없이 고요하고 날씨는 쌀쌀하고 나뭇가지하나 흔들리지 않는 정적이 감도는 분위기. 시내 거리에는 그 광경을 보러 걸어다니는 관광객들만 간혹 눈에 띄었다. 해질때는 서쪽이 환하다가 해뜰 무렵에는 동쪽이 환한 상태가 몇 시간이 지속되는 상태였다.

마지막 날은 원래 블루라군에서 목욕을 할 예정이었으나 차편이 없어 레이캬비크 시내 구경을 하였다. 북미식 건물들이 깨끗하고 거리가 잘 정돈되어 많은 관광객이 있는데도 휴지 하나 보이지 않았다. 일반 여행자들은 공항에서 차를 렌트하여 자기가 원하는 곳을 여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어떤 이는 레이캬비크에서 당일치기로 여행하는 우리나라 여행객도 만났다.

귀국 때는 공항 자동 좌석발매기에서 좌석 배정을 받고 짐을 부치고 들어가니 대기실에 여러 식당들에 사람들이 와글거린다. 나도 간단히 아침 요기하고 입국때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검사없이 비행기에 탑승하였다. 여권에 도장을 찍지 않아 여권에는 아이슬란드 다녀온 기록이 아무것도 없다. 핀란드 헬싱키 환승 시의 도장 2개만 이번 여행에 찍혀있다. 아이슬란드 같은 나라가 전세계에 있다면 세상은 얼마나 여행하기 편하고 세계가 평화로울까 생각되었다.

아이슬란드에서 환승비행장인 핀란드 헬싱키까지 3시간 비행하는 국제선인데도 음료수로 물한잔 외에는 모두 돈을 지불하여야 하는 아이슬란드 항공은 이용할 분들은 알아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