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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노미(autonomy)-의료윤리의 핵심

시론

입시 학원가의 수능성적 배치표에서 치과대학은 의과대학에 비해 해 마다 좀 더 큰 폭의 차를 나타낸다.

한해 800명이 넘는 치과의사의 배출로 인한 과다 경쟁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이고, 정부의 보장성 강화로 인한 저수가 급여항목의 확대, 임대료를 비롯한 경상비의 가파른 인상에 더해 치과의사에 대한 미디어의 부정적 보도가 겹쳐지면서 피부로 느껴질 정도의 치과의사에 대한 사회적 평판 하락 등 진료 여건은 날로 열악해지고 있다.

시민단체와 환자들의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이와 비례해서 의료인과의 갈등과 분쟁도 증가한다. 의료분쟁강제개시법은 사소한 ‘의료불만’을 ‘의료사고’로 비약시키고, 의료인으로 하여금 중증 또는 합병증의 우려가 큰 진료를 기피하게 하는 결과를 잉태하고 있다.

치과의사 주위에는 서로 타협할 수 없는 관계를 가진 이해집단 즉, 정부와 시민집단 및 제3지불기구, 심지어는 의사단체와의 사이에서 전혀 우리에 대해 우호적 배경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불리한 여건에 더하여 치과의사에 대하여 사회는 기득권층으로 인식되며, 환자에 대한 희생과 고도의 도덕적 수준과 윤리를 요구받고 있다.

의료현장에서의 윤리는 기본적으로 윤리 주체가 어떤 방식으로 개인 생활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점 보다는, 의료인으로서 지켜야 할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에 관한 것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권복규, 2012). 의료에 대한 사회적 계약 관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우리 현실에서 대다수 시민들은 의료인에 대한 개인윤리와 직무윤리를 혼동하고 있고, 심지어는 치과의사 공동체가 요구하는 개인윤리의 범주가 우리 사회의 보편적 가치관과 윤리규범과의 차를 보이기도 한다.


직무윤리란 의료행위의 도덕 윤리에 관한 원칙으로서, 의료행위 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로 정의할 수 있다. 사회경제적 여건의 변화로 인해 의료수요양상과 의료행위의 구성이 다양해지면서 기존의 도덕적 잣대로는 해명할 수 없는 윤리적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의료 윤리는 규범 윤리적 특성을 가지므로 관행이나 법적 규제에 의해 결정된 의료행위가 도덕적 정당성을 가지는가에 대한 의문은 의료윤리의 4원칙으로 제안되는 자율존중, 악행금지, 선행, 정의의 원칙 이라는 관점에서 조명함으로써 답을 얻을 수 있다.

환자에게 충분한 사전정보를 제공한 후 의사의 일방적 결정이 아닌 환자의 자율적 의사에 따라 진료가 이루어져야 하고, 환자에게 해가 되는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아니하며, 환자의 이익에 부합되는 방식으로 진료를 구성해야 하고, 의료 전달 과정에서의 불평등, 불균형을 없애고 양심에 따른 판단대로 진료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사회적 환경에서 직업윤리가 더욱 필요해진 이유는 땅에 떨어진 의료인으로서의 존엄성 회복이 단지 전문직으로서의 자존심 회복에 관련된 한가한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치과의사는 상실된 치아를 수복하는 기능공으로서의 역할 혹은 외모지상주의에 편승한 미용인 정도의 기술직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일부 의료인의 과잉진료, 프랜차이즈 방식을 등에 업은 싹쓸이 환자유인, 리베이트, 보험사기 등과 같은 부정적 행위가 겹쳐지면서 치과의사 직업 위상 자체가 끝없는 나락으로 침몰될 위기를 맞고 있다. 

치과의료환경이 아무리 열악하고 경영환경이 불리해도 결코 해서는 안 될 일들이 있다. 종국적으로는 국민에게 해가 될 수밖에 없는 정부의 포퓰리즘적 정책 개입과 시민단체의 무절제한 간섭으로부터 치의학 전문직업성과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조직화된 윤리관(organizational ethics) 실천이 반드시 필요하다.

치과의사 단체들이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현재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하여 능동적인 윤리 규범을 제정하고, 사회와의 소통을 통한 보편적 지지를 확보한 다음, 회원들을 교육하고 문제가 있는 회원들에 대한 규제를 실천해야 한다. 이러한 바탕위에서만 우리는 정부와 사회로부터 고도의 전문직업성을 확립할 수 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영국 경희대치전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