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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치아에 고운미소를 기대-열치 인도네시아 22차 해외 진료를 다녀와서

Relay Essay 제2183번째

열린치과의사회가 지난 2011년 8월 8일 1차 인도네시아 진료를 시작으로 지난 연말 22차 진료를 다녀왔다.

자원봉사란 스스로 원해서 남을 받들고 섬긴다는 뜻이다. 단순히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이 아니라 받는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면서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자원봉사 활동인 것이다. 내가 주인이라는 성숙한 민주주의적 시민의식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러한 봉사의 특징은 첫째, 자발적이어야 하고 둘째, 공익성 있어야 하고 셋째, 무보수성 넷째, 계획성 지속적이어야 하는데 열린치과의사회의 모든 진료는 이러한 순수한 자원 봉사의 개념에 조금도 어긋남이 없이 지금 것 지속 되고 그러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

대가 없는 봉사는 언젠가 나도 그러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를 두고 우리의 조상들은 품앗이 한다고 했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살기 좋은 공동체를 가꾸어 갔던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열린치과의사회 봉사자 여러분과 함께 하는 봉사가 늘 고맙고 또 한편으로는 내가 소지하고 있는 잠재능력을 한층 더 발휘 하고 나의 삶을 긍정적으로 재인식 하는데 도움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우기철이라 좋은 날씨를 기대하지 않았는데 맑고 쾌청한 날씨가 진료하기에 좋았다. 잘 정리된 진료실의 환경을 보면서 그동안 먼저 다녀온 봉사자들과 신덕재 원장님, 다다코리아 김문호 사장님과 직원의 노고 덕분이라 생각했다. 우리 봉사자들의 건강을 위해서 정성을 다한 한식 식사는 언제나 꿀맛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을 보면서 성심껏 진료를 해야 한다는 다짐을 했다. 나는 발치 환자를 보기로 했다. 순박한 모습에 희잡을 두른 첫 환자인 젊은 여성의 입안을 보니 열악한 구강 상태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발치할 때 피가 튀어 희잡에 묻을 수 있는데 벗고 할 수 있냐고 했더니 벗을 수 없다고 했다. 종교적인 신념 때문이다. 외간 남자에게 얼굴 전체를 보일 수 없단다. 치과 치료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어 보인다. 발치를 해야 하는 치아가 여럿. 우선 본인이 원하는 한곳만 발치하기로 하고 마취를 했는데 잘 참았다.

옆에서 교민의 어린 딸과 현지 직원의 능숙한 통역으로 발치 후 주위 사항을 열심히 설명하고 환자를 안심 시켰는데 의사인 나보다 더 열심이다.

스케일링만 주기적으로 했더라면, 간단한 아말감 충전 치료만 제때 받았어도 이렇게 심각한 상태가 아니었을 것이다. 병원이 드물고 경제적인 형편이 안 돼서 그렇겠지만….
생각 할수록 마음이 아팠다.
석회 성분이 많은 물을 식음 하는 지역 환자들의 구강 상태가 그렇듯이 이곳 환자들은 치태와 치석들이 치경부를 넘어서 교합면까지 덥고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스케일러만 가지고는 빠른 제거가 어려워 바로 일부를 제거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발치하는 동안 느낀 점은 치조골이 생각 보다 단단하고 오랜 우식병소를 방치해서 골유착이 일어나 치근 분리를 해야 하는 환자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혹시 건성 발치와로 변하지 않을까 하는 몇 환자는 다음날 오전 진료 시 리콜을 해야 했다. 아무쪼록 발치 후 이상 이 없기를 빌어본다.
이동식 X-RAY 하나쯤 있었으면 좀 더 좋은 진료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다음 진료팀이 와서 편한 보철치료를 잘 할 수 있도록. 6개월 후에나 보철물을 장착 할 수 있으니 거리가 멀어 자주 돌보지 못하는 점이 아쉽고, 그렇게라도 할 수 있다는 점에 스스로를 위로 한다.

스케일링을 전담한 치과위생사 선생님들의 노력에 감사한다. 이들은 심한 치은 출혈을 감내 하면서도 완전 제거가 어려운 치석들을 제거해 깨끗한 구강을 선사했다. 올바른 잇솔질 교육도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하얀 치아에 고운 미소를 가진 환자들을 다음 진료 시 볼 수 있을 것이다.

진료실에서 열심히 통역을 도맡고 청결을 위해 함께한 다다 코리아 직원들의 헌신적인 도움도 감사드린다. 이들이 있었기에 우리의 봉사활동도 나름대로의 성과를 얻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분에 넘치는 대접을 해주신 김은호 사장님에게도 감사드린다.

치과 치료의 마지막은 씹기 편한 보철물일 것이다. 열린치과의사회 회원들이 제작한 보철물이 현지인들의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지속적으로 다다코리아 현지 직원들과 지역민들에게 의료봉사가 제공 될 수 있어야겠다.

일회성으로 끝나는 대부분의 해외 진료가 발치, 스케일링 정도나 치약 칫솔들을 제공하고 돌아오는 것에 그친다면 열린치과의사회의 진료는 지속적이면서 계획적이고 대가성이 없다. 또한 모든 면에서 헌신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열린치과의사회의 봉사가 계속돼야 하는 이유다.


윤양하 한울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