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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의 차이

시론

한 마을에 죽을 파는 두 개의 가게가 있었다. 두 죽 가게는 맛도 가격도, 손님도 비슷했지만 늘 한 가게의 매출이 높았다. 그래서 식당의 컨설턴트가 두 가게를 지켜보면서 고객과의 대화를 분석했다. 오른쪽 가게의 종업원은 죽을 내오면서 “계란을 넣을까요? 말까요?”라고 손님에게 물었고, 왼쪽 가게의 종업원은 이렇게 물었다. “신선한 계란을 하나 넣을까요? 두 개 넣을까요?” 질문의 차이가 계란 판매 매출에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결국 “어떻게 하면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을까?”라는 작은 질문이 큰 결과를 만들어냈다.

긍정적 질문의 차이가 좋은 관계와 긍정적 결과를 초래하고 삶의 질을 높이므로 때로는 좋은 대답보다는 좋은 질문이 중요하다. 우리말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말이 있다. 말이란 의미를 전달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지만 상대방에게 전달되어 파악되는 의미는 담고 있는 말의 아주 작고 사소한 부분을 바꿈으로 전혀 다른 양상으로 파악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러므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하게 되는 수많은 질문들은 듣는 사람의 대답, 즉 판단과 결정에 당연히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세계 평화정책에 이슈가 되고 있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의 국민에게 물었던 질문의 예를 살펴보자.

‘당신은 우리나라의 핵무기로 인해 안전하다고 느낍니까?’
그 결과 그렇다 45%, 아니다 50%, 그리고 의견 없음 5%로 조사되었다. 아니다가 근소하게 많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다른 그룹에게는 아주 작은 변화가 만들어진 질문이 주어졌다.

‘당신은 우리나라의 핵무기로 인해 더 안전하다고 느낍니까?’ 
이 경우 사람들의 대답은 그렇다 50%, 아니다 36%, 의견 없음(14%)으로 ‘그렇다’와 ‘아니다’의 비율이 역전이 된다.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하게 ‘그렇다’가 ‘아니다’보다 많게 조사된 것으로 말이다. ‘더’라는 문장의 사소한 차이가 의미상에는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낸다. 왜 그럴까? 전자에서는 핵무기가 안전을 보장 하는가 아닌가를 처음부터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후자에서는 핵무기가 더해지면 안전이 지금보다 더 보장 되는가 아닌가로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후자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내기가 쉽다. 우리들은 질문의 의미를 파악함과 동시에 그 질문을 구성하고 있는 말들에 무의식적으로 구속 받는다. 이러한 개방형 질문과 폐쇄형 질문에 따라 극단적으로 다른 답변이 나올 수 있고 이를 더욱 잘 보여주는 예가 바로 의견을 수렴하고자 진행하는 여론조사의 함정이기도 하다.

우리는 1과 0 혹은 그렇다, 아니다 둘 중의 하나만을 고르거나 판단하는 존재가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지는 말과 단어의 변화를 잘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그 작은 측면과 변화에 많은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나에게 주어진 메시지들을 여러 가지 형태로 바꾸어서 생각해 보면 느낌이 달라지고 또 그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 굳이 사소한 변화에도 영향을 받을까? 우리는 무엇을 한다, 안 한다의 이분법적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더 정밀하고 촘촘한 눈금을 가진 마음의 잣대로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하기 때문이다. 질문 내용들을 포함하여 세상의 다양한 것들에 대해 그렇다와 아니다의 이분법이 아닌 미묘한 ‘정도’의 차이로 상황을 감지하고 판단과 결정을 하므로 한 가지 질문에도 다양한 결정과 대답이 나올 수 있다. 그러므로 대화나 토론 시 긍정적 결과를 위해서는 항상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질문의 방법이 필요하다. 

‘무엇’이 아닌 ‘어떻게’가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키는 요즘, 긍정적인 반응과 대답을 얻기 위해 상대방이 아닌 우리 스스로의 질문 자세가 중요하다. 질문의 내용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개방성 질문이 긍정적 대화를 가능케 하고 우리 주변의 많은 복잡한 문제의 해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경선 대한여자치과의사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