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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주지도 않고 지시만 할 때 힘들다”

임상 치위생사, 업무보다 대인관계 어려움 호소
상당수 조직환경 등 갈등상황 극복 못하고 퇴사

개원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치과위생사 구인난. 새로운 인력을 충원해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도로아미타불이다.

치과 조직 내에서 치과위생사가 겪게 되는 어려움의 형태와 이에 따른 개인별 반응 특징을 정리한 논문이 있어 스탭 관리에 참조하면 도움이 될 듯하다.  

한국치위생과학회지 최신호에 실린 논문 ‘임상 치과위생사의 갈등 경험에 관한 질적 연구(저 조은주·임순연)’에서는 13명의 임상 치과위생사를 대상으로 병원에서 겪게 되는 갈등상황을 업무·대인·조직환경 측면에서 들어보고 이에 따른 개인별 대처 양태를 분석했다.  

치위생사가 업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직무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교육에 신경을 써주지 않거나 역량에 비해 과한 역할이 주어졌을 때였으며, 원장님의 개인적 심부름이나 실장의 책임 전가 등 부당한 업무, 발전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업무의 한계 및 정체성 등이 갈등요소로 꼽혔다.

조사에 참여한 한 치과위생사는 “처음 입사해 잘 모르는 것이 많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려주지 않으면서 지시사항이 많을 때 어려움을 느꼈다”며 “위에 실장이 개인적인 일을 시키거나 본인 업무를 떠넘길 때도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대인관계 갈등은 원장, 동료, 환자 등 각 접점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보였다. 치과의사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나는 계속해 성장해 가고 싶은데 일정한 틀 안에만 가둬둔다는 생각이 들 때’, ‘움직임이 심한 어린이 환자 등으로 어시스트가 힘든 경우가 있는데 스탭에게만 뭐라고 할 때’, ‘원장님이 환자에게 설명해야 할 부분이 나에게 전가될 때’ 어려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 선배 스탭이나 동료와의 관계에서는 ‘선배 스탭이 필요 이상으로 화를 내며 지시를 하거나 텃세를 부릴 때’, ‘간호조무사와의 업무분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 ‘역량이 부족한 동료’ 등이 불만이었다. 환자와의 갈등상황은 ‘예약시간을 지키지도 않으면서 막무가내로 진료를 요구할 때’, ‘거친 언어로 불만을 얘기할 때’, ‘병원의 잘못이 아닌 증상에 대해 무리한 요구를 할 때’ 움츠러들게 된다고 답했다.

# 매출 지나친 부담 줘 압박감

조직환경 측면에서는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경우나 장기근속 시 불합리한 승진구조 및 급여체계, 지나치게 엄격한 위계질서 및 회식강요 등이 갈등이 생기는 상황으로 꼽혔다. 특히 직원에게 매출에 대한 부담을 지나치게 주는 등 ‘치과위생사를 영업사원으로 대하는 분위기’에서 많은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처럼 다양한 갈등상황 속에서 치과위생사들은 마음이 통하는 동료의 지지와 조력, 능동적인 대처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으나, 상황에 대한 회피, 심할 경우 퇴사를 선택하는 등 문제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수인 것으로 분석됐다.

갈등을 극복하는 방법으로는 ‘마음이 통하는 멘토 찾기’, ‘자신만의 취미생활에 몰입하거나 친구·가족과 문제를 공유하기’, ‘자기개발이나 솔선수범으로 타개’, ‘문제 상황을 공론화 하고 해결방법 찾기’ 등이 꼽혔다. 그러나 출구를 못 찾는 경우는 문제 상황에 대한 포기, 대안 없는 버티기 등으로 직원 간 소통이 단절되는 상황이 발생했으며, 이 같은 악순환이 길어지면 퇴사를 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전문가는 “임상 치과위생사들은 업무 자체에서 오는 스트레스보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상대방의 태도나 대우에 더 힘들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스탭 각각의 위치에 따른 정확한 업무와 책임기준을 명확히 제시하며 직원 간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드는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