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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중력

스펙트럼

어렸을 적부터 시간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달동네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성장기를 보내면서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절대적으로 주어진 시간이야말로 신이 있다는 증거는 아닐까 하고 거창한 개똥철학까지 가져보았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다양한 인생 경험이 하나씩 쌓이면서 과연 시간이 누구에게나 절대적으로 똑같이 흐르고 주어지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갸우뚱 할 때가 많았습니다. 아름다운 미인과 같이 있을 때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서 3시간이 3분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불편하고 어색한 자리에 가면 3분이 3시간처럼 느껴질만큼 시간이 더디게 흐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에 따르면 시간은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물리량이 아니라 중력에 따라 상대적으로 변하는 고무줄 같은 속성이 있다고 합니다. 큰 중력이 미치는 공간일수록 시간은 상대적으로 천천히 흐르기 때문에 블랙홀같이 중력이 거의 무한대인 곳에서는 시간은 천천히 흐르다 못해 아예 멈추게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얼핏 이런 시간의 가변성은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려울 수 있지만,  우리의 믿음과는 상관없이 시간의 상대성 원리는 이미 증명이 된 과학이기도 합니다. 대기권 위를 도는 인공위성은 지상에 있는 물체보다 중력이 적게 미치기 때문에 시간이 지상보다 항상 좀 더 빠르게 흐르고 이 오차를 늘 보상해 주어야만 한다고 합니다.

내가 어떤 대상에 의미와 중요성을 부여할수록 대상은 내 마음속에서 점점 더 큰 비중과 중력을 가진 물체가 됩니다. 중력이 조금씩 더 커짐에 따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에 의해 시간은 점점 더 천천히 흘러갑니다. 일반적으로 어렸을 적에는 돈에 관심이 적지만 어른이 될수록 돈에 조금씩 더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살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돈에게 부여한 의미와 중력에 다시 영향을 받아 돈 주변을 뱅뱅 돌기가 쉽고 돈이 주는 중력장 때문에 시간이 더디게 가는 것을 경험합니다. 돈을 좇고 벌고 모으기 위해서 하루하루 애쓰다 보면 계절이 바뀌고 강산이 변할만큼 긴 시간이 몇 일 처럼 후다닥 지나가는 것을 느끼게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자신이 만들어낸 돈이라는 감옥에 갇혀 자신도 모르게 짧은 것처럼 느껴지는(시간이 더디게 가기 때문에) 종신형을 살 수도 있다는 것은 과장된 비약일까요?

인생은 무언가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돈이나 명예, 권력, 성공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어떤 사람은 가족, 사랑이나 봉사에 큰 비중을 둡니다. 또 다른 사람은 예술이나 음악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기도 할 것입니다. 어쨌든 우리 모두는 각자 자기가 추구하고 부여한 의미속에서 그 의미가 주는 중력장에 스스로 구속되면서 상대적으로 더딘 시간의 흐름속에서 인생이라는 여정을 겪어 나갑니다.

 한 사람의 평범한 치과원장으로서 이제 또 새로운 한해가 시작됩니다. 새해에는 제 앞에 있는 환자를 보는 것이 저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오고, 그래서 그 환자랑 이야기하고 치료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더디게 흘러서 어느새 하루의 마지막 예약환자까지 눈 깜짝할 사이에 보게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저는 환자가 주는 중력에 구속되고 환자는 제가 가진 중력에 구속되면서,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시계처럼 그렇게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클리닉을 꿈꾼다는 말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옥용주 내이처럼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