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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 봇

시론

가끔 퇴근길이나 출근길에 지인이나 가까운 환자분들 한테 진료에 대한 상담이나 문의전화가 오는 경우가 있다. 특히 여러 부위를 상담했던 지인환자분이 본인의 특정부위의 상태에 대해서 문의할때면 확실하지 않은 경우 섣불리 답변하다가 틀린 답변을 애기 할까 봐 조심스럽다. 그렇다고 잘 모르는 듯 하면 그래도 지인인데 성의가 없어보이고, 난처한 상황이 아닐수 없다. 그래도 확실한게 아니면, 잘못 답변해서 신뢰를 잃는 것 보다는 차트나 엑스레이를 보고 나중에 전화드린다고 하는게 맞는것 같다.
백번 잘해도 한번 잘못하면 나중에 주워 담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어쩔수 없는 세월의 결과물일까? 아님 끊임없이 쏟아내는 정보의 홍수속에 과부하가 걸려서일까? 아니면 환자에 대한 나의 관심도의 부족 때문일까? 날이 갈수록 건망증도 늘어 가고, 주변에서 비서 한명 두어야 하는거 아니냐고 농담섞인 핀잔을 들을때면 나름대로 통화할 때 녹음을 한다든지, 메모도 하고, 한편으로는 로봇비서도 생각난다.

친구 전화번호도 거의 외우다싶이했던 20대의 총기를 다시는 얻지 못하는 것인가?

굳이 이유를 들자면 디지털의 발달로 인한 암기에 대한 부담이 적어 지면서 굳이 외울 필요가 없는 상황과, 다른 더 중요한 가치에 비중을 두다보니 그런 상황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 환자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 외우지 못한게 아니라, 많은 in-put속에 집중보다는 분산의 시대로, 소품종 대량생산의 시대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의 시대로, 수직적 보다는 수평적시대로 변화하면서 암기보다는 정확한 진단을 위한 판단력과 통찰력, 창의력 등이 더 중요하다고 느껴서라고 변명아닌 변명을 해본다. 문명발달의 부산물이라고나 할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편리함을 추구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이런 편리함의 극치가, 손바닥 하나만한 크기로 천하와 소통할 수 있는, 스티브 잡스가 개발한 스마트폰이라 할 수 있다. 인터넷이라는 신세계에 빠져서 허우적 거린게 엊그제인데 모바일 인터넷이 가능한 스마트폰의 출현은 가히 혁명적으로 이 세상에 다가왔다.

앞으로도 공상과학영화 같은 일이 우리 앞에 얼마나 펼쳐질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중 인공지능분야는 스마트폰, 자동차, 가전제품 등 광범위하게 2017년에 상용화 될 것이라고 외신은 전한다.

최근 방송에서 방송인 전현무의 생일 축하노래를 불러주었던 인공지능 디바이스 NUGU를 통해 AI가 대중적으로 널리 퍼질날이 얼마 남지 않으리라 추측해본다.

특히 메신저 분야에서의 인공지능의 활약은 눈부시다.
작년 4월 페이스북의 개발자회의 ‘F8 2016’에서 마크 저커버그가 주목한 키워드는 ‘메신저’그리고 챗봇이었다. 클라우드나 사물인터넷같은 새로운 키워드가 아닌 새로울 것이 없는 메신저를 주목한 이유는 챗봇 때문이었다. 최대 모바일 메신저중 하나인 왓츠앱은 이용자 수가 10억명에 이른다. 이러한 메신저의 영향력을 인공지능과 결합해서 새로운 플랫폼인 챗봇이 탄생된다. 챗팅과 로봇의 준말인 챗봇은 사용자가 별도로 웹사이트나 앱을 따로 실행하지 않고도 대화하듯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서비스다. 현재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텔레그램을 비롯해 국내 네이버, 다음 등 IT기반 기업들이 챗봇을 기반으로 한 메신저 플랫폼을 선보이는 중이다. 한마디로 앱의 시대에서 챗봇의 시대가 도래함을 알 수 있다.

로봇비서의 개념인 챗봇은 많은 정보와 변화가 필요한 현대사회에서 특히 필자같이 건망증도 있는 사람들에게 매우 요긴한 서비스가 아닐수 없다. 아울러 앱이나 웹 부라우저에 가지않고 바로 대화형의 인공지능 로봇비서가 정확한 답변을 해주니 편리성은 말할 것도 없다.

금융권에서도 은행에 이어 보험업계로의 챗봇 확산이 두드러진다고 한다.
KLM네덜란드항공 AI승무원은 여행일정 확인부터 체크인 알림, 항공기발권, 예약변경 등 고객 응대까지 처리하는 페이스북 메신저 봇으로 직원들의 업무 부담해소는 물론 공개한 첫달에만 11만5000여명의 고객이 이용하는 등 큰 효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쇼핑 챗봇 인터파크 ‘톡집사’나 의류 브랜드 H&M챗봇 등 이미 포화 상태인 앱 시장에서 새로운 소통형 비즈니스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인공지능로봇들이 사람의 영역을 하나둘씩 잠식하는 동안 우리들의 직장은 하나둘씩 사라지게 되는 양면성을 우리는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챗봇의 편리함의 환호성 뒤에 눈물을 훔치며 직장문을 나서야 하는 우리들의 동료들을 생각하면 챗봇을 사용하되 우리 인간의 존엄성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며 이러한 인공지능을 양날의 칼로 생각하고 경계해야 할 것이다.

특히 원격진료 문제가 이슈화 되고 있는 의료계로서는 챗봇의 등장이 가장 큰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진앙지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의원 몇십개 생기는 문제보다 몇백배 더큰 메가톤급 사건이다. 다행히 치과는 외과적인 시술이 많아 아직은 그 영향이 미미하겠지만 내과쪽은 그 파급력이 존망을 좌우할 정도 까지 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챗봇의 영향력을 체감할 수 없지만 근시일내애 인공지능을 주체력 있게 사용하지 못한다면, 머지않은 시기에 우리의 생활을 대체 하면서 지배당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편리성과 비즈니스도 좋지만 IT기술의 윤리성 제고를 통해 속도조절이 어느때 보다 필요하다 생각한다. 위대한 인간이, 우리가 만든 로봇에 조정당하고 지배당할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 모두가 윤리적인 부분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인간과 로봇과의 전쟁’이 더 이상 공상과학영화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하상윤 하상윤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