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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Relay Essay 제2186번째

그날은 정해진 날이다.
학교 처음 가는 날, 소풍 가는 날, 시집 장가가는 날, 예배당 가는 날, 팥죽 먹는 날, 고희 잔칫날, 삼일절, 광복절, 개천절, 애인 만나는 날, 손자 손녀 백일 날….

정해진 날은 설레고 들뜨고 흥분되는 날이다.
밤잠을 자지 못하고 기다려지고 고대하는 날이다.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날이다.
특히 소풍가는 날아나 애인 만나는 날은 더더욱 그러하다.

그날은 슬픈 날이다.
부모님 돌아가신 날. 어린 딸을 잃은 날, 낙방한 날, 실연을 맛 본 날, 부도가 난 날,
무언지 모르게 공연히 눈물 나는 날….
이런 날이 없었으면 좋겠다.
정해진 날이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피하려 하고 잊으려 해도 자꾸만 생각나고 떠오르는 날이다.

그날은 잉태와 생산을 상징하는 날이다.
보통 그날을 손님 왔다고 한다.
즉 여성의 경도와 월경의 날이다.
이는 자손을 번식시키고 잉태를 나타내는 증표다.
그날 즉 손님이 없든가 고장이 나면 자손의 생산은 이루어지지 않고 희망을 잃게 된다.
그래서 그날이 중요하고 꼭 있어야만 하는 날이다.

그날은 정년이 없다.
대체로 그날이라 하면 정해진 날짜와 한정된 기간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시작하는 날이 있으면 끝나는 날이 있다.
공무원 생활이 그렇고 직장생활이 그렇고 학교생활이 그렇고 인생사가 그렇다.
그런데 정년이 없는 것이 있다.
봉사다.
봉사에는 계급도 없고 나이도 없고 품위도 없고 정년도 없다.
날짜를 정해 놓고 봉사를 하는 경우는 없다.
봉사는 영원하다.

그날! 그날은 인생의 마지막 날이다.
사람이 태어나 죽음을 깨닫고 생각하고 느끼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개는 지금 살아가는 순간순간 때문에 나의 죽음을 잊고 지낸다.
나의 마지막 날이 내일일까?, 모래일까? 백년 후일까? 전혀 마음에 두지 않고 지낸다.
아마 의식적으로 피하는지도 모른다.
또는 두려워하는 지도 모른다.
남의 일로 치부하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날은 온다.
어느 누구에게도 그날만은 빗겨가지 않는다.
필연적으로 오는 날이지만 우리는 그날을 너무 무심히 생각하고 아무것도 아닌 냥 준비하지 않고 태연히 지낸다.
종교적으로 준비하라는 말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남에게 도움을 주고 기쁘게 하여 나 또한 더불어 즐겁고 행복해 질 수 있는지를 준비하다보면 나의 마지막 그날도 언젠가는 스스로 만족해지지 않겠는가?
나의 2만5550일 가운데 만족스러운 날이 얼마나 될까?
또 나의 마지막 날에 몇 점의 준비된 날들이 있었겠는가?


신덕재 중앙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