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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링 받았더니 갑자기 크랙?

개원가 스케일링 환자 늘면서 분쟁도 급증
막무가내 환자 거울·자료로 ‘눈높이 설득’해야

스케일링 환자가 최근 몇 년간 부쩍 늘면서 이와 관련한 분쟁 역시 개원가에서 급증하고 있다. 스케일링을 받은 후 크랙이나 파절 등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따른 배상이나 환불을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진료 받던 중 치과를 옮겨 크랙이 발견된 경우 이전 치과의 일방적 과실로 몰아세우거나 이를 빌미로 수천만 원 대의 보상금을 요구하는 사례까지 있어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치과의사 A 원장은 최근 들어 진료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 50대 초반 여자 환자에게 치과위생사가 스케일링을 하던 중 환자의 턱이 빠져 인근 치과병원 구강내과로 전원을 시켰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한 진료비 전액을 A 원장에게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

A 원장은 “10년 넘게 진료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황당해 하면서도 환자 요구를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

치과의사 B 원장 역시 스케일링 환자와 감정 대립 중이다. 수년 전에 스케일링을 한 환자가 최근 발치를 하게 되자 B 원장 치과에서 받은 예전 스케일링이 원인이 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 양측 간의 갈등이 고조된 것이다.

# “나도 그랬다” 갈등 부추기는 ‘SNS’

특히 스케일링 후 크랙이나 파절을 주장하는 환자는 최근 들어 개원가를 괴롭히는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치과의사 C 원장은 스케일링 직후 크랙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60대 환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스케일링으로 치아가 파절되지는 않으며, 원래 파절된 치아였을 것이라고 차분히 설명을 해도 환자 측에서는 “멀쩡한 치아였다”고 주장하며, C 원장에게 의료과실임을 시인하라고 거듭 종용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좋은 말로 설명을 했던 C 원장도 환자가 지급명령신청을 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서자 어쩔 수 없이 감정싸움으로 번지게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최근 이 같은 상황에 대한 날선 질문들이 넘쳐난다. “스케일링 후에 어금니에 구멍이 났다”, “스케일링 후 멀쩡한 이빨이 깨졌다”, “스케일링 후 이빨에 금이 갔다” 등으로 시작하는 질문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잘못된 지식들이 버젓이 답변으로 채택돼 회자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멀쩡하던 치아가 스케일링 후 치아 균열이나 치아 파절이 생겼다면 스케일링을 시술한 치과의 과실이 맞다”는 제법 구체적인 서술에서부터 “(파절을) 나도 경험했다”는 경험적 동의까지 확인되지 않은 포괄적 추측들이 분쟁들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 감정싸움보단 단호한 근거·설명 ‘필수’

하지만 이 같은 스케일링 후 치아 손상 주장의 경우 이미 참고할 만한 명확한 판례가 존재한다. 지난 2009년 5월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는 40세 남자환자의 스케일링 후 치아파절 주장과 1300만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 건에 대해 스케일링으로 인한 치아 파절은 불가하다는 점을 인정,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시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례를 수차례 직접 다룬 바 있는 치협 회원고충처리위원회(위원장 노상엽)에서도 대회원 상담 시 스케일링으로 치아파절이 되지 않는다는 근거 자료를 안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시적 자료를 동반한 명확한 형태의 설명과 함께 직접 환자 눈높이에서 차분히 설득하는 자세가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스케일링 인해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는 있지만 환자가 감정적으로 나올 경우 당황한 나머지 분쟁으로 가는 ‘프레임’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충위에서 보존분야 분쟁을 담당하고 있는 이경선 위원(연세수치과의원)은 “스케일러는 치아 자체에 충격을 주지 않고 치석만 제거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으로 실험을 거쳐 허가를 받고 출시된 것인데 이로 인해 크랙이나 파절이 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특히 크랙의 경우 감정 대립보다는 환자와 직접 거울로 다른 치아에 있는 크랙을 보면서 ‘누구나 있고, 다른 치아에도 있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인지하며 설득하는 과정이 가장 앞머리에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