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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뼈가 붙어요

스펙트럼

얼마 전 친정어머니의 우측 대퇴골 경부 골절로 응급실에 간 적이 있다. 우선 응급 의학과 의사에게 진찰을 받고 나서 정형외과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그 정형외과 레지던트는 머리에는 까치집을 짓고 한 3일은 못 잔 듯 매우 창백하고 피곤한 얼굴로 나타났다. CT결과 대퇴부 경부 골절이라며 수술을 해야 하겠지만 수술을 하려면 2~3주 후에나 수술이 가능하며 그동안은 응급실에서 버텨야 한다고 했다. 그러려면 너무 고생이 되니까 한 3개월 정도 누워있으면 간혹 뼈가 붙는 수도 있으니 그냥 귀가하는 것이 어떠냐고 노골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응급실과 종합병원 사정을 그래도 좀 아는 나였기에 위 이야기에서 오류를 몇 가지 찾아낼 수 있었다. 첫째, 아무리 붐비는 병동이라도 매일 퇴원환자가 생기기에 검사나 항암치료보다는 응급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먼저 입원이 되므로 2~3주간 응급실에서 불편하게 기다릴 확률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둘째, 3개월 정도 누워있으면 간혹 뼈가 붙는 수가 있다는 이야기인데 뼈는 고정을 해야 뼈로 붙지 누워있더라도 약간씩이라도 움직이는 경우 결체조직 덩어리가 생길 수 있기에 간혹 뼈가 붙는 수가 있다는 이야기 자체가 수술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듣고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일반인들이 다친 와중에 경황도 없는데 수술하겠다고 결정하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다. 또한 이런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 이야기를 듣고서 입원 및 수술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기다리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것은 한 레지던트의 언행에 문제가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문제의 근원 중 하나는 의외로 너무 낮게 책정된 보험수가이다. 보험 수가에만 의존하는 과는 수련의를 뽑기가 쉽지 않다. 그 수련의는 그래도 어려운 과에 지원하여 혼자 떠 맡은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다가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설사 고생하면서 수련을 받고 전문의가 된 후에도 성공적인 비급여 수가 항목을 개발하지 않는 한 local clinic에서 성공하기가 어렵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건강에 꼭 필요하지만 보험 수가가 낮고 위험한 수술과 같은 치료는 규모의 경제가 운용해 주는 큰 종합병원에서 받을 수  밖에 없다. 환자는 많이 생겨나는데 종합병원 규모는 한계가 있고 그러다 보니 연줄이 없으면 제대로 치료받기가 어렵다는 것은 나만의 불측한 생각일까?  

또 한 가지 문제는 방어 진료를 할 수 밖에 없는 의료의 배경에 있다. 응급실에서 어머니의 수술을 할지 말지 결정을 추궁 받는 분위기였다. 환자 측의 수술결정에 따라 모든 입원 및 수술 준비 등 차후 치료 수순을 밟게 되는데 이는 문제다. 이것은 원래 의료진이 결정할 문제이건만 의료진이 환자를 ‘위해’ 세운 치료계획이라도 그걸 환자 측이 받아들이지 않거나 억지로 받아들이더라도 합병증이 생기는 경우 법이 의료진을 방어해 주지 않기 때문에 환자 측이 결정하도록 두는 경향이 생긴다. 이른바 방어 진료다. 환자 측은 전문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기 상황에 잘 맞는 치료계획을 세우는 데 한계가 있다. 병원 측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결정을 환자 측에 넘긴다.

나는 그 자리에서 미소를 띠며 그 레지던트에게 “아무래도 외과 쪽이다 보니까 수술을 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웁니다”하며 누가 외과 쪽인지 애매하게 이야기를 하고 가족들끼리 상의를 해 보고 결정을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어머니는 수술 결정을 한 후 입원하여 5일 기다렸다가 대퇴부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고 한 달이 지난 지금은 퇴원하여 귀가를 하고 걸어 다니신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안나  치과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