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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걸음으로 만나는 교토의 아름다움

일본걷기여행② 일본 문화의 고향 - 교토
루트1. 삼십삼간당~야사카신사 / 루트2. 금각사~인화사


일본 문화의 진수가 집대성된 교토(京都). 이곳은 794년 당시 동서 4.5km, 남북 5.3km로 계획된 정방형 도시였다. 지금도 사찰 1600개가 있고, 신사 400여개가 남아 있어 도시 전체가 거대한 문화유산처럼 존재한다. 17세기 이후로는 별다른 외침을 받지 않았기에 수백 년 된 목조건물과 유산이 즐비하다.

1년에 교토를 찾는 관광객은 무려 5천만 명. 교토 면적에 비례해보면 세계 최고수준이다. 교토를 여행하는 여러 방법 중에 걷기를 추천하는 이유는 다양한 관광자원들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밀집한 교토의 특성이 걷기여행에 매우 적합하기 때문이다.

현지 교토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교토걷기여행 대표루트는 20여개 정도인데 선호도와 접근성 면에서 2개 루트를 추천하여 소개한다.

루트 1
삼십삼간당 교토국립박물관  
이총   청수사    야사카신사
총 거리 약 6km, 소요시간 약 5시간
(관람 및 휴식시간 포함)

첫 번째 루트는 교토역에서 동쪽으로 1km 정도 떨어진 ‘삼십삼간당(산쥬산겐도·三十三間堂 蓮華王院)’에서 시작한다. 1165년 고시라카와 상왕이 발원한 삼십삼간당은 한국인에게 덜 알려진 곳이지만 일본인들에게는 청수사, 금각사와 더불어 교토 관광의 빅3로 불릴 만큼 인지도가 높다. 편백나무로 만들어 도금한 천수관음 등신대(실제 사람크기) 1천구를 120m길이의 목조건물에 일렬로 모신 삼십삼간당은 기가 질릴 만큼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한다.


삼십삼간당을 나와 왼편으로 5분만 걸어가면 교토국립박물관이다(매주 월요일, 공휴일 다음날 휴관). 시대별 유물을 전시하는 교토박물관 북쪽 담장 너머에 자리한 도요쿠니 신사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기리는 곳이다. 도요쿠니 신사 정문을 등지고 길 건너편을 바라보면 100m 전방에 임진왜란 전리품이었던 조선인들의 귀와 코를 묻은 이총(耳塚)이 한국식 봉분형태로 공양탑과 함께 조성되어 있다.

다음은 교토 관광 1번지라고 할 수 있는 청수사(기요미즈데라·淸水寺)다. 이총에서 빨리 걸으면 30분이면 청수사 입구에 도착할 수 있다. 큰길 보다는 교토의 일상이 느껴지는 좁은 주택가 골목을 이용해서 청수사까지 이동하길 권한다. 청수사 입구 직전 700m 구간은 인파가 상당하다. 지나는 관광객들도 많지만 곳곳의 상점들과 기모노를 빌려 입은 관광객들 구경에 발걸음은 점점 느려진다. 청수사를 다녀오고도 이곳이 백제계 도래인에 의해 발원된 것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서기 780년 청수사를 처음 세운 사카노우에 다무라마로는 일본의 북쪽 이민족이었던 에조족을 정벌할 때 일본 최초로 정이대장군(쇼군)의 칭호를 받은 백제계 도래인 후손이다.

청수사에서 오토와폭포까지 다 둘러 나왔다면 다음은 청수사와 연계한 기본 관광코스인 삼년언덕(산넨자카)과 이년언덕(니넨자카) 거리를 지나 야사카신사를 향한다. 656년 고구려계 도래인이 세운 것으로 전해지는 야사카신사는 일본의 3대 마쓰리(전통축제) 중에 하나인 기온마쓰리가 시작되는 곳으로 전국 3천 곳에 달하는 야사카 신사의 총 본산이다.


루트 2
금각사   가라텐신궁   등지원   용안지   인화사
총 거리 약 6.5km, 소요시간 약 5시간
(관람 및 휴식·체험 시간 포함)

두 번째 루트는 일본식 정원의 진수를 제대로 느껴보는 명소들을 엮은 것으로 여행만족도가 대단히 높게 나타난다. 이 루트를 그대로 걸어내면 일본 전통정원의 세 가지 대분류인 지천회유식, 마른산수(석정), 혼합형 등을 모두 경험해 볼 수 있으며 아울러 일본식 다도(茶道)를 체험해 볼 수도 있다.


이 길의 시작은 금각사(킨카쿠지·金閣寺)이다. 화재로 소실된 것을 1955년 복원한 금각사 3층 누각은 황금 20㎏으로 가로세로 10㎝ 금박 10만장을 만들어 붙여서 금빛 화려함을 완성시켰다. 특히 왕족의 권위(1층), 무가의 권력(2층), 불가의 정신(3층)이 삼위일체되어 나타나는 북산(北山)문화의 절정으로 평가받는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금각사를 나와 차례로 거치는 와라텐신궁과 등지원(토지인·等持院)은 상대적으로 한산하여 느긋하게 쉬면서 머물 수 있다. 특히 등지원에서는 500엔을 추가로 지불하면 정원을 감상하며 일본식 말차를 달달한 화과자와 즐길 수 있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워 못내 나가기가 아쉬웠던 등지원과 달리 그 다음에 만나는 용안사(료안지·龍安寺)의 석정은 굵은 모래 위에 돌 15개를 무심히 툭 던져놓은 모양으로 ‘일본미의 상징’이 되었다. ‘완벽함을 위한 불완전성’이라는 난해한 화두를 돌정원으로 표현해 냈다는 평가도 있다.

이 루트의 마지막은 지금껏 보았던 다양한 정원양식을 한데 모아놓은 듯한 인화사(닌나지·仁和寺)이다. 왕족이 대대로 주지를 맡아온 문적사원답게 그 품격이 남다른 사찰이다. 인화사의 하이라이트는 추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어전(御殿) 정원이다. 실제 하사받은 궁궐 전각이 있는 어전정원을 걸어보면 그 끝을 알 수 없는 화려함과 디테일, 품격으로 인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 루트를 순서대로 모두 걸으면 가슴이 쿵 내려앉는 감동을 여러 번 받게 된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스스로 메말라 있는 것은 아닌 지 자문해 보길 조언한다.

윤문기
걷기여행가, 발견이의 도보여행 ‘MyWalking.co.kr’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