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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의사란?

Relay Essay 제2192번째

나는 얼마전에 끝난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를 애청했다. 평소 드라마를 챙겨보는 편도 아니고 그럴 시간도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시청하진 않았고 주말에 아내와 얼마전에 태어난 딸을 돌봐주면서 재방송으로 본 것이 정주행하게 만들어 본방사수는 못하더라도 재방송은 챙겨봤다.

대략적인 내용은 권위와 돈에 굴하지 않으며 최고의 의사가 되고자 하는 2명의 의사를 가르치는 천재 의사 김사부의 이야기를 그린 메디컬 드라마이다. 빠른 전개를 비롯해 사실적인 의학 장면과 무결점 연기 등으로 시청자들을 사로 잡고 있다.

주인공 김사부(한석규)의 경우 일반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라는 트리플보드를 달성한 국내 유일의 천재외과라는 설정은 좀 과하기는 하지만 시골 돌담병원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은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여기서 나오는 여러 명언이 있지만 제일 와 닿았던 것은 강동주가 돌담병원을 떠날려고 마음먹고 김사부에게 던지는 마지막 질문, “어느 쪽입니까? 좋은 의사? 최고의 의사?” 거기에 김사부는 “필요한 의사”라고 답변한다. 사실 당연한 말이지만 나는 어떤 의사인가를 생각해보게 하는 질문이었다. 돌고 돌아 뒤늦게 치전원 4년을 졸업하고 인턴, 레지던트를 숨 가쁘게 하면서 그동안 내가 원하던 치과의사의 모습이 기억 저편에서 사라져가고 있을 때였다. 구강악안면외과를 좋아서 들어오기는 했지만 빠듯한 수술 스케줄과 당직, 학회준비 등을 핑계로 항상 나 자신과 적당히 타협하고 환자와의 관계도 초심을 잃어 일상적으로 대하고 있었다. 좋은 의사도 최고의 의사도 아닌 환자에게 필요한 의사! 나는 과연 환자에게 필요한 치과의사일까? 그래서 낭만닥터 김사부의 개념 어록 몇가지를 더 듣고 기획의도가 궁금해서 살펴보았더니, “가치가 죽고 아름다움이 천박해지지 않기를… 시인 고은이 쓴 편지글 중에 있는 말이다. 이 시대에 죽어가는 소중한 가치들, 촌스럽고 고리타분하다고 치부되어져가는, 그러나 실은 여전히 우리 모두 아련히 그리워하는 사람다운, 사람스러운 것들에 대한 향수들… 이 드라마는 바로 그런 가치와 아름다움에 대한 드라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는지, 나는 지금 왜 이러고 살고 있는지…길을 잃은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전할 수 있기를 바라며”라고 되어있다. 기획의도도 개념명언으로 가득 차있어서 감동이었다.

다르게 바라 볼수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필요한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환자의 아픈 부위를 낫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실력이 있어야 하며 두번째로 환자의 주소를 잘 이해하는 소위 대화가 가능한 의사여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필요한 의사란 좋은 의사와 최고의 의사를 합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어렵다. 한 개도 제대로 못하겠는데 두 개를 다 갖추어야 필요한 의사라고 하다니…적어도 내 생각은 이렇다. 앞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구강외과 수련생활이 1년 남짓 남아있다.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고 환자가 필요로 하는 구강외과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끊임없이 반성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오종식 부산대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전공의